[스크랩] 배꽃 고운 길 / 문태준
2008.01.28 by 백연심
[스크랩] 밤하늘-목어 / 차창룡
[스크랩]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 송재학
[스크랩] 고독 / 문정희
[스크랩] 파꽃 / 이문재
[스크랩] 마음의 수수밭 / 천양희
[스크랩] 전지(剪枝) / 문정영
[스크랩] 네 눈동자 / 백창일
배꽃 고운 길 / 문태준 봄이 되면 자꾸 세상이 술렁거려 냄새도 넌출처럼 번져가는 것이었다 똥장군을 진 아버지가 건너가던 배꽃 고운 길이 자꾸 보이는 것이었다 땅에 묻힌 커다란 항아리에다 식구들은 봄나무의 꽃봉오리처럼 몸을 열어 똥을 쏟아낸 것인데 아버지는 봄볕이 붐비는 오후 무렵 예의 ..
해설이 있는 시 2008. 1. 28. 15:21
밤하늘-목어 / 차창룡(1966~ ) 내가 눈을 감을 때마다 저 별은 암흑이 되고 저 별은 눈을 한번 깜박거릴 때마다 나도 눈을 한번 깜박거리고 내가 눈을 한번 깜박거릴 때마다 저 별에서는 지진이 일어나고 저 별의 누군가가 눈을 한 번 깜박거릴 때마다 지구에서는 광폭한 종교가 탄생하고 아침이 밝아오자..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 송재학 (1955~ )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홑지마 같은 풋짐에 기대었는데 치자향이 수로(水路)를 따라 왔네 그는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 아니지만 무덤가 술패랭이 분홍색처럼 저녁의 입구를 휘파람으로 막아 주네 결코 눈뜨지 말라 지금 한 쪽마저 봉인되어 밝음과 어둠이 뒤섞이..
해설이 있는 시 2008. 1. 28. 15:20
고독 / 문정희 (1947~ ) 그대 아는가 모르겠다 혼자 흘러와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처럼 온몸이 깨어져도 흔적조차 없는 이 대낮을 울 수도 없는 물결처럼 그 깊이를 살며 혼자 걷는 이 황야를 비가 안와도 늘 비를 맞아 뼈가 얼어붙는 얼음 번개 그대 참으로 아는가 모르겠다 [해설] 고독은 자신을 둘러싼 ..
파꽃 / 이문재 파가 자라는 이유는 오직 속을 비우기 위해서다 파가 커질수록 하얀 파꽃 둥글수록 파는 계속 제 속을 비워낸 것이다 꼿꼿하게 홀로 선 파는 속이 없다 -시집 '제국 호텔(문학동네)중에서 [해설] 저런 '속없는' 양념 같으니라고, 머리가 하얗게 세도록 그 속을 어따가 비웠을까. 가만, 저 양..
마음의 수수밭 / 천양희 (1942~ )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잎 몇 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본다 세상을 내려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있고 보릿고개를 넘은 세월이 있다 바람은 ..
전지(剪枝) / 문정영 (1959~ ) 봄은 과수원의 풀리는 나뭇가지 자르는 힘으로 온다 바람벽 닫아두고 동안거(冬安居)한, 가벼워진 팔을 자르든지, 다리를 절단하든지 게으름이 꽃망울로 피기 전에. 묵은 괴로움은 먼저 잘라내야 한다 그런 열망과 수정되어야할 꽃가루의 수집을 요즘 꿀벌들은 모른다 그저 ..
해설이 있는 시 2008. 1. 28. 15:19
네 눈동자 / 백창일 봉숭아 한 꽃송이에게 눈길을 주라 무논을 채우고 있는 청개구리에게 눈길을 주라 저기 아장대는 아이에게 눈길을 주라 한 줌의 흙에서 봉숭아가 그 순정한 꽃잎을 피울 수 있었던 까닭은 누군가의 속눈길을 받는 순간 그의 품속에 들어가 하늘에 닿았기 때문이다 네 눈동자 속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