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바보 고기 / 최형철
2008.01.28 by 백연심
[스크랩] 간장독을 열다 / 이평엽
[스크랩]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스크랩] 꿈 / 김청미
[스크랩] 뒷산에서 길을 잃다 / 곽효환
[스크랩] 노숙 / 정병근
[스크랩] 보리 / 문인수
[스크랩] 강물재판 / 최정란
바보 고기 / 최영철 (1956~ ) 낚시에 걸린 바다고기 죽어도 따라오지 않으려고 파닥거리는데 민물고기 당기면 순하게 스윽 따라온다는 약수터 중늙은이 말에 착한 민물고기, 감탄을 내지를 뻔했네 바보 민물고기 마음 약해 아무 소리 못하는 내 꼴이나 유혹하는 대로 끌려오는 네 꼴이나 파닥거려야지 [..
해설이 있는 시 2008. 1. 28. 15:16
간장독을 열다 / 이평엽 간장독 속에 어머니 들어가 있다 일곱 번씩 일흔 번을 달인 말씀 그득 채우고 물빛 고요히 누워 있다 세상에서 다지고 다진 슬픔들 덩어리째 끌안고 사뭇 까맣게 숯물 되었다 손길 닿지 않는 깊이에서 덜 익은 상처 꾹꾹 눌러 매운 숨결 풀고 있다 씻고 있다 대바람 소리 밀물치..
알 수 없어요 -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 요한 ..
해설이 있는 시 2008. 1. 28. 15:15
꿈 / 김청미 (1964~) 사랑인양 눈을 맞추었던 노란 꽃 한 송이 깜박 잊고 밀쳐둔 수선화 화분에 물을 준다 몇 달째 물을 주지 않았던 화분 속에서 뿌리가 살아 있을 리 없겠지만 햇살에 부리를 쪼았던 병아리 색 꽃이파리들 얼마나 목이 마른 채 발아의 싹눈을 거두었을까 꿈이란 꼭 이루기 위해 갖는 것은..
뒷산에서 길을 잃다 / 곽효환 우습지 않은가 뒷산에서 길을 잃다니 눈 아래로 낯익은 얼굴들이 빤히 보이는데 한 달에 몇 번씩 오르는 뒷산에서 물통을 두고 온 약수터를 찾지 못해 두 시간씩 세 시간씩 오르내리는 꼴이라니 더 우스운 사실은 그곳에서 만난 사람은 누구도 길을 모르더라는 사실이지 -..
노숙 - 정병근 그는 눈치 채지 않기 위해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기로 했다 의자에 앉을 때는 의자 무늬로 몸을 바꾸었고 벽에 기댈 때는 벽이 되었다 흥건한 얼룩이 되어 바닥에 누웠다 아무도 그를 눈치 채지 못했다 그는 잊혀졌다 누에처럼 그의 몸은 점점 투명해졌다 얼마나 모르고 살았던가 잊..
해설이 있는 시 2008. 1. 28. 15:14
보리 / 문인수 (1945~ ) 어느 아파트에 갔다가 그 노인을 보았습니다. 팔순도 넘었 다는 할아버지였는데, 두어 해 전부터 치매를 앓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노인은 가동과 나동 사이 아스팔트 마당을 골똘하 게 걷고 있었습니다.고개 숙이고 무릎 굽히고 뒷짐 지고 하염 없이 왕복 계속하였습니다.발끝에 ..
강물재판 / 최정란 아프리카 어떤 부족은 살인 사건이 있고 일년이 지나면 범인을 강물에 들어가게 한다 슬픔의 시간을 보낸 피해자 가족은 그를 물속에서 나오지 못하게 깊이 밀어 넣을 수도 있고 그를 용서하고 물 밖으로 나오게 할 수도 있다 그를 죽게 내버려 두면 평생을 슬픔 속에 살게 되고 그를..
해설이 있는 시 2008. 1. 28. 1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