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쑥부쟁이 / 박해옥
2008.02.18 by 백연심
[스크랩] 관계 / 이영옥
2008.02.07 by 백연심
[스크랩] 모퉁이 / 안도현
2008.02.03 by 백연심
[스크랩] 우울한 샹송 / 이수익
[스크랩] 강과 나 / 오규원
2008.01.28 by 백연심
[스크랩] 녹, 봄봄 / 엄재국
[스크랩]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 / 정진규
[스크랩] 물소리를 꿈꾸다 / 이정록
쑥부쟁이 박해옥 저녁놀 비끼는 가을언덕에 새하얜 앞치마 정갈히 차려입은 꼬맹이 새댁 살포시 웃음 띤듯하지만 꽃빛을 보면 알아 울음을 깨물고 있는 게야 두 귀를 둥글게 열어 들어보니 내 고향 억양이네 정성스레 냄새를 맡아보니 무명적삼서 배어나던 울엄니 땀내 울먹대는 사연을 들어보니 무..
해설이 있는 시 2008. 2. 18. 18:31
관계 이영옥 이가 꽉 물린 식용유 병 하나가 있다 치자 뚜껑과 몸체는 온 힘을 다해 내용물을 보호했고 병 속의 어린것들은 행복했다 시간은 모든 물질에 틈을 벌린다 시간의 집요함이란 빛나는 다이어몬드에도 흠집을 내지 않던가 몸체와 뚜껑의 사이가 점점 벌어지자 서로의 합의하에 귀찮아진 내..
해설이 있는 시 2008. 2. 7. 18:22
모퉁이 안도현 모퉁이가 없다면 그리운 게 뭐가 있겠어 비행기 활주로, 고속도로, 그리고 모든 막대기들과 모퉁이 없는 남자들만 있다면 뭐가 그립기나 하겠어 모퉁이가 없다면 계집애들의 고무줄 끊고 숨을 일도 없었겠지 빨간 사과처럼 팔딱이는 심장을 쓸어내릴 일도 없었겠지 하교 길에 그 계집..
해설이 있는 시 2008. 2. 3. 22:34
우울한 샹송 이수익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되어 젖어 있는 悲哀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衣裳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
강과 나 / 오규원 (1942~) 강과 나 사이 강의 물과 내 몸의 물 사이 멈추지 못하는 강의 물과 흐르지 못하는 강의 둑 사이 내 가 접하는 바람과 내가 풀리는 강물 소리 사이 돌 과 풀 사이 풀과 흙 사이 강을 향해 구불거리는 길 과 나를 향해 구불거리는 길 사이 온몸으로 지상에 일어서는 돌과 지하로 내려..
해설이 있는 시 2008. 1. 28. 15:32
녹, 봄봄 / 엄재국 서너 살 계집애가 맨땅에 사타구니 사이로 녹물을 찔끔 흘리는 봄 허공에 녹슬면 꽃이 피는가 홍매화 가득한 뒤를 그쪽 허공이 녹슬었다 어머니를 땅에 묻고 한 사람의 생애를 갈무리하는 무덤이 너무 얕아 슬펐던 그 슬픔도 녹슬었다 일순간 무너지는 건물처럼 봄은 온다 무너지는 ..
해설이 있는 시 2008. 1. 28. 15:23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 / 정진규 (1939~ )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는 말씀을 아시는가 이것은 나락도 거두어 갈무리하고 고추도 말려서 장에 내고 참깨도 털고 겨 우 한가해지기 시작하던 늦가을 어느 날 농부가 한 말이다 어디 버릴 것이 있겠는가 열매 살려내는 햇볕, 그걸 버린다 는 것이 당키나 한..
해설이 있는 시 2008. 1. 28. 15:22
물소리를 꿈꾸다 / 이정록 (1964~ ) 번데기로 살 수 있다면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한 겨울에도, 뿌리 끝에서 우듬지까지 줄기차게 오르내리는 물소리 고치의 올 올을 아쟁처럼 켜고 나는 그 소리를 숨차게 쟁이며 분꽃씨처럼 늙어갈 것이다 고치 속이, 눈부신 하늘인 양 맘껏 날아다니다 멍이 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