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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전지(剪枝) / 문정영

해설이 있는 시

by 백연심 2008. 1. 2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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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剪枝) / 문정영 (1959~ )


봄은 과수원의 풀리는 나뭇가지
자르는 힘으로 온다
바람벽 닫아두고 동안거(冬安居)한, 가벼워진
팔을 자르든지, 다리를 절단하든지
게으름이 꽃망울로 피기 전에.
묵은 괴로움은 먼저 잘라내야 한다
그런 열망과 수정되어야할 꽃가루의 수집을
요즘 꿀벌들은 모른다
그저 눈에 보이는 꽃 속의 욕망을 찾고 있을뿐
잘린 나뭇가지 끝에서 품어내는 따스함을 알지 못한다
아직 처녀티를 벗지못한 젖꼭지만한 생각을
봉투로 소중히 싸둔 것은
내가 나를 위해 남겨놓은 자리가 부끄러워서이다
늑장을 부린 전지(剪枝)의
수정이 안된 꽃들의 집단 자살 같은

[해설]
껍질을 벗는 아픔이나 뼈를 깎는 변혁 없는 자기 성장이란
공염불이다. 빗장을 풀지 않고 손님을 맞이할 수 없듯, 자
폐적이고 고립적인 자아완성을 꿈꾸는 것은 목전의 욕망의
꿀물 빨기에 급급한 꿀벌 신세와 다르지 않다. 봉투에 쌓인
채 수정되기를 거부하는 꽃처럼 순수한 자아란 그저 무의미
하게 피었다 지는 한낱 꽃잎 같은 사물의 존재를 자칭하는
일에 불과하다.
참된 성숙은 자신의 열어 드러냄으로서 타자와 만나 그 차이
를 견디는 과정에서 얻는 생의 소중한 선물이다.-시인 임동확

-광주일보. 제17095호-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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