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예지 (叡智) / 김수영
2008.01.28 by 백연심
[스크랩] 어떤 대화 / 이창숙
[스크랩] 진창 속의 꽃 / 이동백
[스크랩] 내 안의 오보 / 김윤배
[스크랩] 다리 / 이성선
[스크랩] 편지 / 김남조
[스크랩] 쟁반탑/복효근
[스크랩] 흰색의 풍경 / 이성희
예지 (叡智) / 김수영 (1921~1968) 바늘구녕만한 예지를 바라면서 사는 자의 설움이여 너는 차라리 부정한 자가 되라 오늘 이 헐벗은 거리에 가슴을 대고 뒤집어진 부정이 정의가 되지 않더라도 그러면 너의 벗들과 너의 이웃사람들의 얼굴이 바늘구녕 저쪽에 떠오르리라 축소와 확대의 중간에 선 그들의 ..
해설이 있는 시 2008. 1. 28. 15:13
어떤 대화 / 이 창숙 아버지 응 -자꾸따라와유 뭣이? -바람이유 ..바람? 아무것도읍는디 ......... -아버지 응 -저기좀봐유 워디? -예산장터가는저산등성이위로구릉이달려가잖아유 그려, 우리덜보다먼저가서장구경할라고그러능겨 -시집 '바람 든 무, 내 마음에게'(눈빛) 중에서 [해설] 아부지, 자꾸 따라와..
진창 속의 꽃 / 이동백 (1955~ ) 꽃을 보러 우포늪에 갔습니다 진창 속의 꽃, 바라보는 일 쉽지 않아 길이란 길 다 보여주고서야 간신히 만났습니다 꽃대궁 흔적 없이 감추고 수면 위로 가시 돋친 잎 하나 뽑 아올린 까닭을 물었습니다 시나브로 불어난 물위 배영으 로 드러누워 아무 일 없다는 듯 무심합..
해설이 있는 시 2008. 1. 28. 15:12
내 안의 오보 / 김윤배 누구나 마음 한편에 오보를 세우고 산다 기원을 던져도 돌이 되고 욕정을 던져도 돌이 되는 오보의 신비를 누가 알까 오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돌무더기가 아니라 그곳을 스쳐 지나간 사람들 무수한 얼굴이다 사람마다 다른 기원으로 돌의 모양 다르고 오책 천의 펄럭임 다른데..
다리 / 이성선 (1941~2001) 다리를 건너는 한 사람이 보이네 가다가 서서 잠시 먼 산을 보고 가다가 쉬며 또 그러네 얼마 후 또 한 사람이 다리를 건너네 빠른 걸음으로 지나서 어느새 자취도 없고 그가 지나고 난 다리만 혼자 허전하게 남아있네 다리를 빨리 지나가는 사람은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이네 ..
편지 / 김남조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 이다 그대에게..
해설이 있는 시 2008. 1. 28. 15:11
쟁반탑/복효근 탑이 춤추듯 걸어가네 5층탑이네 좁은 시장 골목을 배달 나가는 김씨 아줌마 머리에 얹혀 쟁반이 탑을 이루었네 아슬아슬 무너질 듯 양은 쟁반 옥개석 아래 사리합 같은 그릇엔 하얀 밥알이 사리로 담겨서 저 아니 석가탑이겠는가 다보탑이겠는가 한 층씩 헐어서 밥을 먹으면 밥먹은 시..
해설이 있는 시 2008. 1. 28. 15:10
흰색의 풍경 / 이성희 (1959~ ) 아무 오갈 데 없을 것 같은 운수납자, 외로운 선객(禪客)이 누빈 누더기 솜옷을 입고 빈 바랑을 지고 아득히 눈 내리는 먼 들길을 홀로 가는 뒷모습이 나는 좋다. 눈밭에 언뜻언뜻 지워지기도 하다가,사람이 사라지고 난 다음에도 잠시 남아 빈 들길을 떠도는, 끊지 못한 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