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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배꽃 고운 길 / 문태준

해설이 있는 시

by 백연심 2008. 1. 2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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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 고운 길 / 문태준


봄이 되면 자꾸 세상이 술렁거려 냄새도 넌출처럼 번져가는 것이었다
똥장군을 진 아버지가 건너가던 배꽃 고운 길이 자꾸 보이는 것이었다
땅에 묻힌 커다란 항아리에다 식구들은 봄나무의 꽃봉오리처럼 몸을 열어 똥을 쏟아낸 것인데
아버지는 봄볕이 붐비는 오후 무렵 예의 그 기다란 냄새의 넌출을 끌고 봄밭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러곤 하얀 배밭 언덕 호박 자리에 그 냄새를 부어 호박넌출을 키우는 것이었다
봄이 되면 세상이 출렁거려 아직도 봄은 배꽃 고운 들길을 가던 기다란 냄새의 넌출 같기만 한 것이었다
-시집 '맨발'(창비)중에서

[해설]
얘들아, 바소쿠리 뗀 알지게에 장군 하나 얹고 꽃배달 가자.
아 글쎄 요 푹 삭은 냄새를 장군 택배로 부치면 꽃이 된다누나.
뿌리께 출렁거리는 냄새를 부리면 천 개의 가지마다 꽃으로 당도한다누나.
히히, 아들놈, 여편네 끙끙 인상 쓰며 퍼지른 고민들이 글쎄 흰 배꽃이 되어 온다누나.
늙은 배나무 둘레에도 둥근 달무리를 파고 출렁거리는 꽃을 붓자꾸나.

옛날, 밤마실 갔다가도 아랫배 묵직하면 제 집 뒷간으로 달려오던 농부들이 있었단다.
장군도 항아리도 없는 이 도시여,
날마다 어디로 떠내려가나.
우리들 아까운 꽃잎이 콰르르- 시인 반칠환

-동아일보-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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