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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관계 / 이영옥

해설이 있는 시

by 백연심 2008. 2. 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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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이영옥
이가 꽉 물린 식용유 병 하나가 있다 치자
뚜껑과 몸체는 온 힘을 다해
내용물을 보호했고
병 속의 어린것들은 행복했다
시간은 모든 물질에 틈을 벌린다
시간의 집요함이란
빛나는 다이어몬드에도 흠집을 내지 않던가
몸체와 뚜껑의 사이가 점점 벌어지자
서로의 합의하에
귀찮아진 내용물을 쏟아냈다
어딘지도 모르고 끌려나온 것들은
운 좋게 다른 병으로 옮겨지기도 했지만
프라이팬에서 뜨거운 세상을 맛본다
홀가분해 진 뚜껑은 벌써 보이지 않았다
굴러서라도 떠나는 게 뚜껑의 근성이다
무엇을 채워도 든든해지지 않는 빈 통은
집안이 떠나가도록 점점 시끄러워졌다
- 2005년 겨울 계간 "시작"[천년의 시작]에서


2002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2003년 방송대 문학상 시 당선
2004년 계간지<시작> 신인상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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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평생 지속될 것 같은 사랑, 
완전한 것처럼 보이는 ‘관계’도 
시간의 집요함이나 외부의 물리적인
유혹 앞에 결국 틈이 벌어지게 마련이지요
사랑할 때는 보이지 않던 결점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어느덧
사랑도 마음도 떠나간 자리에는 
휑하니 바람만 불어옵니다.
뚜껑은 병에 붙어 있어야 온전하고,
병은 뚜껑이 있어야 완전해지는 법입니다.
[양현근]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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