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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물소리를 꿈꾸다 / 이정록

해설이 있는 시

by 백연심 2008. 1. 2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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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를 꿈꾸다 / 이정록 (1964~ )


번데기로 살 수 있다면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한 겨울에도, 뿌리 끝에서 우듬지까지
줄기차게 오르내리는 물소리
고치의 올 올을 아쟁처럼 켜고
나는 그 소리를 숨차게 쟁이며
분꽃씨처럼 늙어갈 것이다
고치 속이, 눈부신 하늘인 양
맘껏 날아다니다 멍이 드는 날갯죽지
세찬 바람에 가지를 휘몰아
제 몸을 후려치는 그 종아리에서
겨울을 나고 싶다. 얼음장 밑 송사리들
버드나무의 실뿌리를 젖인 듯 머금고
그때마다 결이 환해지는 버드나무
촬촬, 물소리로 올 수 있다면
날개를 달아도 되나요? 슬몃 투정도 부리ㅕ
버드나무와 한 살림을 차리고 싶다
물오른 수컷이 되고 싶다

[해설]
버드나무 껍질 속의 번데기로 살고자 하는 욕망은,
한 개인의 존재론적 안전감의 위협과 긴밀하게 맞
물려 있다. '고치 속이 눈부신 하늘인 양' '맘껏'
날아다니는 꿈을 꾸는 것은 필시 자신이 살고 있
는 시대가 무의미하며, 불길하고 절망스럽다는 믿
음의 반영이다.

하지만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고치 속에도 '날갯
죽지에' '멍이드는' 것이 보여주듯이, 자라적 감
금과 유례를 통해 버드나무와 '한 살림을 차리는'
것 역시 상처를 동반한다. 슬프게도 동면한 '물
오른 수컷'에겐 피해가고자 해도 피해갈 수 없는
세상이 주어져 있을 뿐이다-시인 임동확

-광주일보 제17103호-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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