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창 속의 꽃 / 이동백 (1955~ )
꽃을 보러 우포늪에 갔습니다 진창 속의 꽃, 바라보는 일
쉽지 않아 길이란 길 다 보여주고서야 간신히 만났습니다
꽃대궁 흔적 없이 감추고 수면 위로 가시 돋친 잎 하나 뽑
아올린 까닭을 물었습니다 시나브로 불어난 물위 배영으
로 드러누워 아무 일 없다는 듯 무심합니다 늪에서 살아
남는 법이란 남은 힘 뿌리에다 맡긴 채 만나는 질펀한 세
상마다 악수하며 사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하늘
을 한 번씩 뒤집거나 빈둥거리는 거라는 것을 나는 한 잎
커다란 가시연에서 보았습니다.
[해설]
현상하고 있는 그 어떤 존재도 순수하지 않다. 진창과 정토(淨土),
깨끗함과 어러움은 땔 수 없이 맞물려 있다. 진창 없는 가시연꽃,
가시연꽃 없는 진창이 무의미하듯이 다른 한 편이 엇이 홀로 고립
되어 존재하는 것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 중심이 없는 것이 아
니다. 진창 같이 '질펀한 세상' 속에 '뿌리'로 대변되는 근원을 잃
지 않은 것.
즉 그 근원이 흐려지지 않을 때 온갖 모순과 대립의 현상세계와
'악수'할 수 있다. 자신의 깊은 내면 속에 감춰져 있는 마음의 뿌
리가 건강할 때 아무런 일 없다는 듯 무심히 진흙탕의 수면 위
로 아름다운 가시연 꽃 한 송이 피워올릴 수 있다. - 시인 임동확
*광주일보 제 17079호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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