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고기 / 최영철 (1956~ )
낚시에 걸린 바다고기
죽어도 따라오지 않으려고 파닥거리는데
민물고기 당기면 순하게 스윽
따라온다는 약수터 중늙은이 말에
착한 민물고기,
감탄을 내지를 뻔했네
바보 민물고기
마음 약해
아무 소리 못하는 내 꼴이나
유혹하는 대로 끌려오는 네 꼴이나
파닥거려야지
[해설]
역사와 문명의 진보에 대한 믿음 자체가 낡은 것이
되어버린 오늘의 현실에서 시대의 흐름에 저항하기
보다 순응하는 것만이 전부인가. 적자생존의 무한
경쟁 체제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대다수가
살아남기 위해 바다고기보다는 변변한 저항의 목소
리 한 번 내지 못한 채 착한 민물고기의 길을 택하는
듯 하다.
하지만 개인의 '파닥거림'은 할 수 있는 한 자기 존재
를 지속시키려는 노력이다. 곧 저항은 어떤 이념이나
논리로 촉발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법칙 그 자체이
며, 양보할 수 없는 삶의 역동성과 새로움은 바로 여
기에서 온다. - 시인 임동확
-광주일보 .제17085호-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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