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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창작 강의 (4) -읽되, 열의를 가지고 많이 읽어라.

소설창작강의실

by 백연심 2007. 3. 31.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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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창작 강의 (4)   -이호철

 


읽되, 열의를 가지고 많이 읽어라.

그러면 읽는데, 어떻게 읽느냐, 이것도 중요합니다.
세계 문학전집 서른일곱 권짜리가 있었는데 단테와 밀턴, 괴테의 [파우스트],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톨스토이의 [부활], 어떤 것은 재미있고 어떤 것은 재미가 없었어요.
[파우스트]같은 것은 괴테가 스물한 살 때부터 여든넷에 죽을 때까지 평생을 쓴 걸작이라더라, 이것은 꼭 읽어야겠다, 여기까지는 좋아요. 그렇지만 무슨 소린지 당최 모르겠지만 어거지로 읽는다? 그것은 미련한 짓이지요.
제 경험을 말한다면 [파우스트]는 서시의 크기와 그 우람함은 선명히 기억이 되고, 대단한 충격이었지만, 제2부로 가면 아면 아마 지금 읽어도 뭔지 모를 거예요. 그런 걸 어거지로 일을 건 없지요. 독문학 연구가도 아니겠고.

제가 열일고여덟 살 때 막심 고리키의 <따라지>라는 희곡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어릴적 나하고 함께 문학을 공부한 친구가 있었어요.
원산시에서 그 친구하고 저하고 유명했었어요. 선생님들도 우리 둘은 인정해 주고, 항상 같이 어울렸던 문학친구죠.
이 친구가 <따라지>를 읽고 아주 흥분해서 나를 찾아와서 좋다고 하는 겁니다.
책이 귀하던 때라, 나는 그것을 빌려 가지고 읽었습니다.
희곡인데 별 재미가 없어요. 처음에 무대 설명부터 복잡하더라구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열의 있게 안 읽었지요.
<햄릿> 같은 거야 무대 설명 간단하고, 금방 귀신 나오고 그러니까 확 빨려 들어가지만, <따라지>는 무대 설명부터 바라크 판잣집에 가난한 사람들 세들어 사는 곳이어서 설명이 길어요.

그렇게 읽기 시작해서 한 서너 페이지 읽으니까 화가 나더라구요.
쟤는 그렇게 재미있다고 하는데, 나는 왜 재미가 없을까? 자존심이 상하고 그래서 그 다음에는 눈을 부릅뜨고, 어금니를 악 물고 무대 설명부터 자상자상히 그 정경을 마음에 그려 가면서 처음부터 다시 어금니로 꽁꽁 씹듯이 읽어 나갔지요.
지금도 기억나요. 부부노프라고 모자 상수와 열쇠꾸러미 장수의 여편네가 대화하는 장면이 아마 첫 장면이지요.
그렇게 한 줄 한 줄 짚어 나가듯이 읽으니까, 와아, 환장하게 좋은 거 있죠. 빨려 들어갔죠.
그러니까 좋은 작품은 방만하게 벌렁 누워 가지고 단순한 심심풀이로 읽지 말고, 정말 혼신으로 대들어야 해요.

러시아에는 그런 전통 같은 것이 있다고 합디다.
도스토예프스키가 [가난한 사람들]을 처녀작으로 내놨을 때, 그 당시 러시아에서는 벨린스키라는 사람이 최고의 비평가이자 신인들을 등용하는 관문이었지요.
젊은 사람들이 밤에 작품 좋은 것이 있으면 작당해서 벨린스키를 찾아가곤 했어요.
"또 한 사람의 고골리가 나왔다"고들 하는 거예요. 밸린스키는 "너희는 밤낮으로 고골리 타령이냐?"하고 투덜대곤 했는데, 어느날 밤엔 그애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들고 온 거예요.
그래서 벨린스키가 읽기 시작했지요. 그렇게 어느 대목에 가서부터는 밤중에 혼자서 아예 정장으로 갈아입고, 반듯하게 책상 앞에 앉아서 밤새 다 읽어 냈다는 겁니다. 왜 그랬을까요?

좋은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그만한 깊은 인생과 대면하다는 뜻이므로, 그만한 성의가 있어야겠고 예의를 갖추어야겠다는 것이었지요.

또 트바르도프스키가 편집장으로 있었던 [노브이 밀]에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가 솔제니친의 투고로 들어왔어요.
우리 200자 원고지론 한 600장쯤 되지요. 이 트바르도프스키라는 시인이 그걸 읽다가, 또 한밤중에 넥타이까지 매고 정장을 하고 읽었다니까요.

요컨데 읽되, 열의를 가지고 읽어라, 아무리 좋은 작품도 이쪽에서 열의를 발휘하지 않게 되면 그냥 지나칠 수가 있다.
그런데 자기와 인연이 없는 작가인 경우에는 아무리 열의를 내도 별 재미가 없는 수가 있지요. 그런 경우에는 일단 제쳐둘 필요는 있겠지요

 

 

출처: - ☆ 시인의 향기 ☆-  http://club.iloveschool.co.kr/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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