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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전래 동화에서 배우자

아동문학창작강의실

by 백연심 2006. 11. 1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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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 동화에서 배우자  

 

초등학교 시절, 특히 산골 학교의 어린 시절, 가장 듣고 싶어했고 또 들으면서 가
장 즐거워했던 것이 있다면 단연코 전래 동화일 것입니다.
양상에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전래 동화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은 지금의 어린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어린이에게 시험삼아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해 보세요. 좋아라 하고 바짝 다가앉을 것입니다.
그럼 다음의 이야기체 글을 보며 전래 동화가 갖고 있는 매력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옛날, 어느 산골 외딴 집에 나무꾼이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어.
하루는 나무꾼이 산에서 나무를 하고 있는데, 호랑이 울음소리가 무섭게 들
려오는 거야. 나무꾼은 벌벌 떨었어.
"사람 살려!"
나무꾼은 지게를 팽개치고 산을 뛰어서 내려오는데, 글세 호랑이가 어느 새
나무꾼을 앞질러 와서 길 앞에 떡 버티고 있질 않겠어.

――――― 전래 동화, 『어느 호랑이 이야기』 앞 부분

이 글은 전래 동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아무
곳에서나 수시로 이야기가 이루어지고,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에 자주 의견
교환이 생기고, 말하는 사람에 따라 이야기 내용이 이리저리 바뀌고, 좀더 재미있고
실감나도록 이야기를 자꾸 꾸며대는 방식입니다.

사실 이와 같은 글은 '동화'로 규정하기도 힘들고 더욱이 문학이라고 할 수는 없
습니다. 그저 그런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구전 설화'라 할 수 있
습니다.

옛날 이야기(구전 설화) ------------+-- 어린이를 대상으로 발전 ---- 동화
+-- 어른을 대상으로 발전 ------ 소설

구전 설화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발전하는 한 갈래를 이루었고 그것에 예술적이고
교육적인 내용이 가미되다 보니, 이른바 동화적 본질을 형성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
적입니다.
전래 동화의 중요성을 여기서 재삼 밝히고자 하는 이유는 그 수많은 세월을 두고
우리 민족 의식의 한 흐름으로 이어져온 감동적 가치 때문입니다. 아울러 전래 동
화가 지니는 여러 요소들이야말로 현대 창작동화를 규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창작 기법의 올바른 지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 전래 동화가 지니는 감동적 가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장님 총각과 앉은뱅이 처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아래 윗집에서 서로 도와가며 살았습니다. 비록 몸은 성치 않았지만 다른 사
람 못지 않게 열심히 일도 했습니다.
어느 날 앉은뱅이 처녀가 장님 총각에게 말했습니다.
"읍내 장 구경 한 번 해보았으면 좋겠어."
"그러지 뭐."
나를 업고 가면 길 안내는 내가 해줄게."
"좋아."
장날이 되었습니다. 앉은뱅이 처녀는 장님 총각에게 업혀가며 길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서로 도와서 읍내 구경을 가는 겁니다.

――――― 전래 동화, 『장님 총각과 앉은뱅이 처녀』 앞 부분

대부분의 주인공들 면면을 살펴보면, 그저 그런 우리네 이웃이고 서민입니다. 더
불어 서민들의 애환이 파노라마 식으로 펼쳐지며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
는 민중적 힘이 돋보이고 있습니다.
애써 키운 딸들에게 버림받는 할머니라든가, 늙은 어머니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나무꾼이라든가, 호랑이에게 훈계를 가하는 할아버지라든가, 착하게 살다가 복을 받
게 되는 총각이라든가 하는 등장 인물들은 우리네 삶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간혹 보면, 임금이나 공주를 등장시킨 것도 있지만 그것 역시 민초들의 입과 귀와
마음에 의해서 대상 인물을 그렇게 설정한 것에 다름 아닙니다.

전래 동화의 서민 의식은 그것이 전수되고 있었던 장소와 상황을 상정해 보면 이
해가 빠를 것입니다.
옛날 이야기의 대부분은 당시 사람들의 방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럼 방안이란
어떤 곳인가요? 밥을 먹는 곳이요, 새끼를 꼬거나 물레질을 하는 등 일하는 곳이요,
잠을 자는 곳이요, 삶의 애환을 푸는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당시 이야기의 대부분
이 소통되는 장소며 등잔불을 사이에 두고 혹은 무릎을 맞대고 재미있는 이야깃거
리를 창출하는 곳입니다.
그로 인해 리얼리티와 가공의 세계를 무시로 넘나드는 민초들의 이야기가 끊임없
이 만들어졌고 오랜 세월을 두고 더 재미있고 더 유익하게 체계화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전래 동화야말로 민초들의 자화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고 그것이 어린이 독자
들을 감동시키는 실제적 요인인 것입니다.

어느 마을에 아주 잘 생기고 건장한 바보가 있었습니다. 하는 짓이 바보라
서 그렇지 인물과 품새는 멀쩡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걱정이 태산같았습니다. 아들에게 뭐든지 가르쳐 제대로 한
몫을 하게 만들고 싶었으나 아들이 하는 짓을 보면 가슴이 이만 저만 아픈 게
아니었습니다.

――――― 전래 동화, 『돌부처에게 비단을 판 바보』 앞부분

이런 식입니다. 아주 잘 생기고 건장한 청년이 등장합니다. 문제는 그가 무척 바
보라는 데 있습니다. 제목인 『돌부처에게 비단을 판 바보』에서도 그렇지만 지극
히 흥미를 유발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줄거리와 문장이 단순하고 투명합니다.
이는 전래 동화의 기본 속성인데, 현대 창작동화가 요란한 묘사와 수사로 얼룩져
있어 뭘 말하려는 지 애매 모호하다면, 위와 같은 전래 동화의 내용 전개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성격이 단순하고 정직하며 직접적으로 주제를 깨닫고 싶어하는 어린이다
운 속성에서 기인합니다.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하면 내용 전달이 힘들어진다는 편
의주의도 작용하는 셈입니다.

옛날 어느 고을에 부자 영감이 살았습니다. 이 부자 영감은 어찌나 인색한
지, 이웃집 사람들이 자기 집 근처만 와도 자기 땅을 밟았다고 며칠 간 화를
낼 정도였습니다.
이 영감의 집 옆에는 오래 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 전래 동화, 『나무 그늘을 판 욕심쟁이 부자』 (앞부분)

이와 같이 전개되는 전래 동화의 줄거리를 요약해 보면 그 주제의 명료함이 눈에
보일 것입니다.

⇒ 어느 영리하고 사려 깊은 총각이 일손을 놓고 그 나무 그늘에 쉬러 갔다.
⇒ 그런데 욕심쟁이 영감은 그 그늘마저 자기 것이라며 총각을 쫓아냈다.
⇒ 화가 난 총각은 욕심쟁이 영감을 혼내주려고 나무 그늘을 돈주고 사겠다고 한
다.
⇒ 이게 웬 횡재냐 싶어 영감은 그 나무 그늘만을 총각에게 판다.
⇒ 총각은 영감과는 달리 인심이 좋아 고을 사람들에게 그 나무 그늘에서 쉬어가
라고 한다.
⇒ 뿐만 아니라 그늘이 영감네 집으로 들어가면 같이 따라가 쉬며 자기 것이라고
한다.
⇒ 영감이 노발대발하지만 계약상 소용없는 일이다.
⇒ 그늘이 길게 늘어져 영감네 안방에 들어가면 총각은 따라서 들어간다.
⇒ 영감네 잔칫날 동네 사람들을 아무도 부르지 않았으나 총각뿐만 아니라 고을
사람들은 역시 그늘을 따라 들어갔고 영감을 약올린다.
⇒ 견디다 못해 욕심쟁이 영감은 집마저 포기하고 고을을 떠난다.
⇒ 총각이 그 집을 차지하고 고을 사람들과 인심 좋게 살아간다.

욕심을 너무 부리면 큰 손해를 입게 된다는 주제가 명료하고 그것을 어린이 독자
에게 직감적으로 체득시키고 있습니다.
주제는 바로 작가의 창작 의도이고 사상입니다. 현대 창작동화에서 보여지는 주제
의 애매 모호함과 불투명성을 볼 때 전래 동화가 갖고 있는 명료한 주제 의식은 좋
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바우라는 노총각이 살고 있었습니다. 마음씨도 착했고 일
도 부지런히 잘했습니다.
어느 날 산에 일궈놓은 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별안간 하늘이 어두워졌습
니다.
'소나기가 오려나!'
그러나 소나기가 아니라 비단 옷자락이 훨훨 내려오는 것이었습니다. 바우
는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은 웬 여자였습니다.
그 여자는 땅에 내려와 바우를 보더니 얼굴을 붉혔습니다.
"처녀는 어디서 온 누구십니까?"
바우가 다가가 물었습니다.
"저는 하늘나라에 사는 선녀인데, 죄를 지어 쫓겨났어요."
선녀는 이 말을 하고서 흐느껴 울었습니다. 바우는 그 선녀가 불쌍하게 느
껴져
"쯔쯔. 이 산골에는 외딴 곳이라 저의 집밖에 없습니다. 홀어머니가 계실텐
데, 함께 가시지요."
"고마워요."
바우는 선녀를 데리고 집으로 왔습니다.

――――― 전래 동화, 『선녀 바위』 앞부분

이 내용에서처럼 인간 세상은 아무리 외딴 곳이라 해도 하늘과 닿아 있어 선녀나
신선이 내려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인간이 하늘나라로 올라가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너무 가공적으로 느껴질 일이지만 전래 동화의 세상은 무궁무진하게
확장되어 있습니다.
도깨비와 술판을 벌이거나 씨름판을 벌이는 것부터 해서 하늘나라로 올라가 행복
하게 산다거나, 용궁에 들어가 누구를 혼내준다거나, 몰래 염라 세계로 가서 자기의
수명을 고쳐놓는다거나, 호랑이와 친구가 된다거나, 나무와 말을 나눈다거나 하는
식의, 판타지의 광활함에 주목하기 바랍니다.
판타지의 광활함은 사고의 깊이가 얕은 어린이 독자에게 무궁한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며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일입니다. 그리고 판타지의 광
활함이야말로 어린이 독자를 전래 동화에 흠뻑 빠지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
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래 동화의 가치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이것들은 동화를 창작하는데 있
어 충분히 고려되고 계승 발전해야할 것들입니다. 즉, 어린이 독자와 전래 동화간의
끈끈한 유대감을 검토하고야 어린이 세계에 대해 올바른 인식이 설 것이며 그 바탕
에서 동화를 창작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계승 발전시켜야 할 전래 동화의 여러 장점들을 공부하면서도 전
래 동화가 안고 있는 숙명적인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래 동화의 여
러 요건들을 그대로 창작동화에 담아낼 수는 없는 일입니다. 왜 그런가요?

⊙ 주제가 너무 단순하다는 것입니다. 勸善懲惡식 교훈들로 채워진 전래 동화의
주제들을 창작동화에 그대로 담아낼 수는 없습니다. 복잡한 현대 문명 세계에
서 말입니다. 말하자면 이 시대엔 이 시대에 맞는 주제를 발굴하고 계발해야
합니다.
⊙ 전래 동화의 장점이자 단점으로도 지적되는 것인데, 그 이야기만 있고 이렇다
할 묘사가 없다는 점입니다. 인물이나 정경, 심리 상태에 대한 이렇다할 묘사
가 없이 행위와 설명만 존재하는 것을 창작동화에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습니
다.
⊙ 구성이 너무 단순하다는 점입니다. 발단, 전환, 종결의 세 단계뿐이고 시종일관
시간적 흐름으로 이끌어 가는 수법은 너무 고지식합니다.
⊙ 등장 인물이 너무 전형적이라는 점입니다. 착한 사람은 끝까지 착하고 그로 인
해 복을 받는다는, 반대로 욕심 많은 사람은 끝까지 그 욕심을 견지하다가 화
를 당한다는 그 전형을 창작동화에 그대로 담기에는 너무 안일한 태도입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동화를 처음 창작하고자 할 때는 이 나라 전래 동화
집이 그 첫 번째 교재가 되어야 합니다. 그 옛날 산골짜기 초가집 방안에 등잔불
하나 밝혀두고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누나, 동생 등이 빙 둘러앉아 재
미있고 유익한 이야깃거리를 창작해 내는 상황을 설정해 보면, 현대 동화의 창작
역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이치와 방법이 분명한 것입니다.


 

 

출처:http://www.haword.com/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연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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