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절벽 / 이수익
2008.01.28 by 백연심
[스크랩] 하류 / 이건청
[스크랩] 밤과 달 / 김연신
[스크랩] 선인장꽃 / 김윤배
[스크랩] 편지 / 김남조
[스크랩] 육체는 가난하다 / 박용하
[스크랩] 뜬 구름 / 김용택
[스크랩] 등불 곁 벌레 하나 / 김영석
절벽 / 이수익 (1942~) 직립(直立)은 화해하지 않는다 고고한 그의 전신이 타협을 거부한 채 오롯이 하늘을 향하여 날카로운 입지(立志)를 세우고 있다 그가 주위를 버리는 것만큼 주위로부터 그가 버림받은 불행을, 그는 오히려 즐기고 있다 [해설] 세속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표표한 이념을 꿈꾸는 자는 ..
해설이 있는 시 2008. 1. 28. 14:24
하류 / 이건청 (1942~) 거기 나무가 있었네. 노을 속엔 언제나 기러기가 살았네. 붉은 노을이 금관악기 소리로 퍼지면 거기 나무를 세워두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었네. 쏟아져 내리는 은하수 하늘 아래 창문을 열고 바라보았네. 발뒤축을 들고 바라보았네. 거기 나무가 있었네. 희미한 하류로 머리를 두고 ..
밤과 달 / 김연신 (1952~) 달.붉은 달. 다가와서 가득 찬다. 작은 아이 하나가 달의 뒤에 숨어서 얼굴을 반만 드러내고 푸른 웃음을 아무렇게나 던진다. 희게 드러난 팔뚝. 밤이 찰그락 찰그락 소리를 내면서 걸어온다. 달이 조금 멀어진다. 엎드린 아이의 몸 위로 빠르게 흐르는 꿀물. 달디단. 이가 시려서...
선인장꽃 / 김윤배 (1944~) 가시로 잎의 생을 살아가며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혔는가 잎으로 줄기의 생을 살아가며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었는가 상처로 증오의 창을 세운다 상처투성이의 빛나는 세상을 향해 창은 예리한 중심을 날린다 중심에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숨어 있다 상처의 힘으로 터지는 ..
해설이 있는 시 2008. 1. 28. 14:23
편지 / 김남조 (1927~)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 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
육체는 가난하다 / 박용하 (1963)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야 가령 새털구름으로 이루어진 집의 육체 같은 것 말야 모든 삶의 영광과 환희는 너무도 가벼우므로 휘발유처럼 쉽게 뭉쳐져 비로 사라진다 결국, 내 육체는 무거운 생의 나비를 발견하는 일에 다름 아니니 어찌하랴, 내 마음의 푸르른 관심들 속..
해설이 있는 시 2008. 1. 28. 14:21
뜬 구름 / 김용택 (1948~) 구름처럼 심심하게 하루가 또 간다 아득하다 이따금 바람이 풀잎들을 건들고 지나가지만 그냥 바람이다 유리창에 턱을 괴고 앉아 밖을 본다. 산, 구름, 하늘, 호수, 나무 운동장 끝에서 창우와 다희가 이마를 마주대고 흙장난을 하고 있다 호수에 물이 저렇게 가득한데 세상에, ..
등불 곁 벌레 하나 / 김영석 (1945~) 옛사람들은 그림을 그릴 때 푸나무나 꽃만 그리지 않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어느 구석일망정 작은 벌레 하나가 그속에서 조용히 살게 하는 일을 결코 잊지 않았다 오늘은 내 홀로 하염없이 생각에 잠겨 있으면서 그 생각의 등불 곁에 작은 벌레 하나를 숨쉬게 하여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