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물결 노래 / 강인한
2008.01.28 by 백연심
[스크랩] 저수지 / 동길산
[스크랩] 상상의 몸 / 함성호
[스크랩] 짚가리 / 윤임수
[스크랩] 느림 / 이산하
[스크랩] 비 / 백석
[스크랩] 강가에서 / 윤제림
[스크랩] 미수(米壽)의 가을 / 박진형
물결 노래 / 강인한(1944~) 가장 온전한 그리움으로 그대를 생각하기 위하여 이 어둠을 조용히 불렀거니 어디만큼에서 목마른 손을 나누고 우리가 헤어졌을까 오늘은 너무 멀리 떠나와 사랑고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라 희미한 달무리로 번지는 내 옛날의 소중한 아픔 긁히고 부딪치는 돌자갈을 어루..
해설이 있는 시 2008. 1. 28. 14:27
저수지 / 동길산 (1960~) 등분할 수 있다면 반으로 나누겠네. 경계에 내 생의 꼭지점을 부표로 띄우고 수문을 열겠네.잘 가라 유년아 성가신 청년아 깃발처럼 팽팽하게 펄럭이던 격정아. 작별은 언제나 짧네. 기약하 지 않네. 물살에 실려 하염없이 멀어져 가네.손 아귀에서 아직 파닥거리는 미끄러운 기..
해설이 있는 시 2008. 1. 28. 14:26
상상의 몸 / 함성호(1963~) 나는 산개해 있다 나는 무수한 길 위에서 있었고, 맥락 없이 존재했다 나는 이끌렸고 소금처럼 굳어버렸다 결정의 빛은 언제나 아름다웠다 [해설] 구도의 여행길에 나선 나그네로서 '나'는 자신이 무수한 길처럼 단일하거나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평소 '나'라고 생..
짚가리 / 윤임수 (1966~) 가을일 모두 끝나고 서릿바람 검실거리는 들판에 낮게 허리 엮은 짚가리마저 없다면 세상 참 얼마나 쓸쓸한 것이냐 아직 수줍은 살얼음은 그 여린 등을 어디에 기댈것이며 팔십 평생 땅 한 평 갖지 못한 우리 아버지 그 질긴 눈물은 또 어디에 훠이훠이 뿌려댈 것이냐 [해설] 추수..
느림 / 이산하 (1959~) 생각에서 벗어나니, 문득 마당에 꽃이 피었다] 이런 날 나는 꽃밭에 엎드려 꽃을 잊는다 [해설] 온갖 분별과 차별의 생각에서 벗어날 때 마당에 핀 꽃처럼 미처 만나지 못한 세계와 '나' 사이의 교감 이 일어난다. 나아가 꽃밭에 엎드려 있어도 홀연 그 꽃마저 잊는, 존재의 비상을 경..
비 / 백석 아카시아들이 언제 흰 두레방석을 깔었나 어데서 물쿤 개비린내가 온다 * 두레방석-짚이나 부들 따위로 둥글게 엮은 방석. * 물쿤-물큰. 냄새 따위가 한꺼번에 확 풍기는 모양. [해설] 이 시는 단 두 줄의 간명한 소품이지만, 백석의 이미지 표현이 지닌 특징이 집약되어 있는 작품이다. 이 시를..
해설이 있는 시 2008. 1. 28. 14:25
강가에서 / 윤제림 (1959~) 처음엔 이렇게 썼다. 다 잊으니까 꽃도 핀다. 다 잊으니까 강물도 저렇게 천천히 흐른다. 틀렸다 이제 다시 쓴다. 아무 것도 못 잊으니까 꽃도 핀다. 아무 것도 못 잊으니까, 강물로 저렇게 시퍼렇게 흐른다. [해설] 한때 간절히 그리워하는 사람을 잊으니까 꽃이 피고, 강물도 여..
미수(米壽)의 가을 / 박진형(1958~) 백로 지나자 어머니가 기르는 텃밭은 시들하다 박넌출도 희디흰 달빛 속살도 들깻잎도 향기를 부비지 않는다 중환자실 인공심장 박동기에 몸 내어맡긴 어머니의 가을, 단물이 다 빠져나간 욕창의 세월을 감고 오르는 박넌출이여 허공에 위태롭게 풍선심장 매다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