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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등불 곁 벌레 하나 / 김영석

해설이 있는 시

by 백연심 2008. 1. 2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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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곁 벌레 하나 / 김영석 (1945~)

옛사람들은 그림을 그릴 때
푸나무나 꽃만 그리지 않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어느 구석일망정
작은 벌레 하나가
그속에서 조용히 살게 하는 일을
결코 잊지 않았다

오늘은 내 홀로
하염없이 생각에 잠겨 있으면서
그 생각의 등불 곁에
작은 벌레 하나를 숨쉬게 하여
그 가느다란 더듬이로
먼 세상을 조용히 그려 본다


[해설]
별로 비중을 차지하지 않은 듯한 구석에 그려진 옛 그림 속의
벌레 한 마리는 제 눈앞의 대상을 쪼개거나 자기 중심으로 통
합하려는 원근법적 시선을 벗어난 자리에 위치한다. 자신의 시
선이나 생각에 묶어두려는 단일 시점의 전체주의적 욕망에서
벗어나 작고 초라하나마 제 본분에 맞는 삶을 지향하는 태도와
맞물려 있다. 불필요한 욕망에서 자유로운 그 여백의 시공간은
감상자로 하여금 조용하나 약동하는 생명의 촉수 또는 작은 벌
레의 춤이 살아 있는 세계로 안내하는 상상과 현실을 잇는 문
턱이다. -시인 임동확

-광주일보 2005년 9월 12일-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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