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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구의 시작법 연재 32 -표현기교(풍유법, 의인법, 중의법)

시창작강의실

by 백연심 2006. 11. 2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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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구 시작법 연재32
 

'자, 떠납시다, 시의 여행을''

2001-08-7  제32강 


 * 풍유법
 우리는 이 세상에 살아가면서 많은 대상을 만나고, 그 대상들에 대해 긍정하기도 하고, 부정하기도 하면서 살아갑니다. 거기에서 가치가 만들어지고, 그것 때문에 우리는 시비에 휘말리기도 합니다. 그 시비는 다시 긍정과 부정을 낳습니다. 이렇게 하여 삶은 여러 모습으로 굴절됩니다.

 어떤 사람은 모든 것이 마음 먹기에 달렸다며 대상에 대한 긍정과 체념을 권유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대로 느끼고, 생각하며 사는 것이 우리 보통 사람들의 삶입니다. 우리들에게는 긍정은 긍정, 부정은 부정일 뿐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또 말합니다. 우리가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대상은 거대한 우주의 극히 작은 부분일 뿐이라고. 그래서 우리는 소경이 코끼리를 만지는 것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그렇지만 우리는 소경이 되어 코끼리의 작은 부분을 만지며 산다 하더라도 자기만의 우주를 만들어 살 수밖에 없습니다. 자, 우리 코끼리를 만지는 소경이 되어 시 한편을 감상해 봅시다.
 
 그것은 너의 잘못이었다.
 어떤 놈들은 코끼리를 만져 보고
 기둥이다 널판이다 외치는데
 너는 하필이면 그것을 만지고서
 무엇 때문에 그것이라 외치면서
 몰매를 맞는 것이냐.

 그것을 만진 것은 너의 잘못이지
 코끼리의 잘못이 아니란다.

 우리는 어차피 소경
 무엇을 만지더라도
 제대로 보기는 글렀지 않느냐.

 그냥 쥐어 주는 대로 만지면서
 만져지는 만큼만 보면 그만 아니냐.

 세상은 꿈으로 살아야지
 눈뜨고 보면 허기져 못 산다더라.
   - 소경이 소경에게 -

 '코끼리''어떤 집단의 힘을 가진 존재'를 비꼬아 비유한 것입니다. '소경'들은 '그의 영향권 안에 있는 허약한 존재'들을 역시 비꼬아 비유한 것입니다. 그 소경들 중, 하나는 코끼리의 '그것'을 만져 보고 '그것'이다 외치면서 코끼리에게 고난을 당합니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힘있는 자의 부정적인 면'이 아닐까요? 그 다음은 당신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그래야 은근한 맛이 있을 테니까. 이것도 역시 대상을 비꼬아 비유한 것입니다.

 이것이 풍유. 원관념을 완전히 뒤에 숨기고 보조관념만으로 숨겨진 본래의 의미를 암시하는 비유입니다. 이 풍유는 상징과 유사한 형태를 보여주나 비판성, 교훈성, 풍자성, 우의성을 띠고 있는 점이 다릅니다. 속담이나 격언이 여기에 속합니다.

 구렁이 한 마리 담을 넘어갑니다.
 어제 넘던 담을 오늘도 넘어갑니다.

 참새를 잡아먹고 쥐를 잡아먹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담을 넘어갑니다.

 일곱 빛깔로 용트림을 하면서
 닫치는 대로 잡아먹고 넘어갑니다.

 눈을 뻔히 뜨고 있는 데도
 우리들의 병아리마저 꿀꺽 삼켜 버리고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넘어 갑니다.
     - 구렁이 한 마리 -
 
'구렁이 한 마리'는 보조 관념, 원관념은 무엇일까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먹어대는 우리들의 어르신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참새, 쥐, 병아리'의 원관념은 '돈, 재물'이 아닐까요? 이것이 풍유입니다. 어느 곳에나 있는 직장의 어르신을 비꼬아 빗댄 것입니다.       


 * 의인법
 산을 조용히 불러 보십시오. 다정한 애인을 부르듯. 나무를 불러 보십시오, 친구를 부르듯. 바위를 불러 보십시오, 먼 옛날의 아저씨를 부르듯. 이것이 의인법입니다. 사람이 아닌 사물이나 추상적인 개념에 인간적인 요소를 부여하여 표현하는 비유법입니다. 그럴 때, 사물이나 추상개념은 감정 이입이 되어 생동감을 갖게 됩니다. 감정이입이란 자신의 감정을 대상 속에 옮겨 대상이 그렇게 느끼고 생각하는 것처럼 표현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당신이 만나는 대상을 사람을 부르듯 불러 보십시오. 당신의 상상력은 날개를 펴 많은 이야기를 당신의 가슴속에 물어다 놓을 것입니다. 대상들도 당신에게 다가와 당신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속삭일 것입니다. 그러면 당신은 대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되고,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는 탐험가가 될 수 있습니다.

 산아, 어쩌면 좋니.
 나, 지금 네 가슴에 안겨
 길 잃은 짐승이 되고 싶은데
 어쩌면 좋니. 어쩌면 좋니.
    -산. 28 -

 '산'은 의인화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젠 '산'당신의 애인입니다. 그런 산에게 당신은 '네 가슴에 안겨 길 잃은 짐승'이 되고 싶다고 사랑을 고백합니다. 이처럼 의인법은 당신에게 상상력을 불어넣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게 합니다.

 그렇다면 '짐승'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 말은 의인법과는 관계가 없지만 산을 의인화시킴으로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말하면 안되겠지요? 독자의 상상 세계를 부셔 놓을 테니까.   


 바다는 날마다 밀려와서
 이야기를 하자고 칭얼대지만

 당신에게 모두 해 버렸는데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나요.
     - 섬. 14 -

 '바다'에 인격을 부여하여 '시적 자아를 유혹하는 존재'로 표현했습니다. 바다는 어쩌면 시적 자아에게는 떠나고만 싶은 공간인지도 모릅니다.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바다의 순환이 임을 여읜 시적 자아에게는 임에 대한 그리움을 절실하게 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적 자아는 임에 대한 사랑을 자기의 가슴에 대고 다짐합니다. 바다가, 아니 남들이 아무리 유혹을 한다고 해도 당신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 중의법
 하나의 시어가 두 가지 이상의 뜻을 가지게 하는 표현법입니다.  

 아내의 가슴에 바람이 불어와
 아내는 바람 되어 떠나갔단다.

 그래서 제 가슴에 바람을 불러
 이리 저리 바람 되어 떠돈단다.

 모두가 잠든 깊은 밤에는
 깡소주 가득 채운 바람이 되어
 몰아치는 바람 속을 헤맨단다.

 못 견디게 못 견디게 울고 싶으면
 돌개바람이 되어 울어 버린단다.
     - 바람 -

 이 시에서의 '바람'은 여러 가지의 의미를 내포하고있습니다. '자연의 바람과 떠도는 아내의 마음과 서정적 자아의 떠도는 마음'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동음이의어에 의한 언어의 유희로 시어의 미묘한 맛을 살려 주는 비유입니다. 이와 같이 하나의 낱말이 두 가지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을 중의법이라고 합니다.  
 이 이외에도 표현 기교에는 상징, 반어, 역설이 있습니다.

 sukgu@hitel.net


 

 출처:http://myhome.shinbiro.com/~suk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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