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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구의 시작법 연재 30 -표현기교(은유)

시창작강의실

by 백연심 2006. 11. 2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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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구 시작법 연재30
 

'자, 떠납시다, 시의 여행을''

2001-08-03  제30강 


* 은유
 이제 부딪혀오는 사물들의 이름을 당신의 마음대로 바꾸어 보십시오. '소녀는 꽃이다.' '하늘은 바다다.' '구름은 배다.'와 같은 식으로 얼마든지 바꾸어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은유입니다.  

 은유는 'A=B다.' 형식으로 연결어 없이 두 대상을 결합시키는 비유를 말합니다. 이 형식을 응용하면 'A의 B'로 변형시킬 수도 있습니다. '역사는 강물이다.'를 '역사의 강물'로 바꾸는 것과 같습니다. 이 때, A는 원관념, B는 보조 관념입니다.

 은유도 직유와 마찬가지로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차이성 속의 유사성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보면 '소녀는 꽃이다.'에서 '소녀'와 '꽃'은 전혀 다른 존재입니다. 그러나 '아름답다'는 유사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차이성 속의 유사성입니다.

 * 당신은 들길을 걷고 있습니다. 나무도 만나고 바람도 만나면서 걷고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마음은 어떤 마음입니까? '끝없이 달리고 싶은 마음'이지요?

 그렇다면 '끝없이 달리고 싶은 내 마음과 유사한 것은 무엇입니까?'

 '끝없이 달리고 싶은 내 마음'이 원관념입니다. 보조관념을 찾아 'A는 B이다.' 형식에 맞춰 봅시다.

 주위를 둘러봅시다. 무엇이 보입니까? 눈에 보이는 것에 대상을 빗대어 보는 것이 비유의 첫걸음입니다. 푸른 들판이 보이지요. 나무들이 보이지요. 풀숲이 보이지요. 마을들이 보이지요. 그 중, 내 마음과 유사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골라 보십시오? '끝없이 펼쳐진 푸른 들판'. 좋습니다. 이젠 정리해 봅시다.
 
 '끝없이 달리고 싶은 내 마음은 끝없이 펼쳐진 푸른 들판이다.'  

 '끝없이 달리고 싶은''끝없이 펼쳐진'이 원관념과 보조관념인의 유사점입니다. 유사점을 생략해 봅시다. 그래야 시의 함축미가 살아나니까. 함축미란 시어가 가지고 있는 드러나지 않은 의미를 말합니다.

 직유에서도 말했지만, 생략할 때는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두 유사점을 다 생략하는 경우와 그 중 하나만 생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나만을 생략하는 경우에는 원관념의 유사점을 생략하는 것이 좋습니다. '끝없이 펼치고 싶은 마음은 푸른 들판이다.'보다 '마음은 끝없이 펼쳐진 푸른 들판이다.'라고 하는 것이 미학적으로 어울린다는 말입니다.

 여기에서는 둘을 다 생략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보조관념인 '들판'이란 말에 '끝없이 펼쳐진'이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마음은 푸른 들판'이 되겠지요? 이것을 변화시키면, 다음과 같습니다.

 나무도 만나고 바람도 만나면
 마음은 어느 사이 (푸른 들판)

 * 당신은 지금 밀려오는 파도 앞에 서서 떠나간 임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임은 어디로 갔습니까? '어디로 갔느냐? 어디로 갔느냐? 어디로 갔느냐?'고 세 번만 가슴에 대고 외쳐 보십시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가슴이 텅 비어 버리겠지요?

이 '텅 비어 버린 가슴'과 유사한 것은 무엇입니까?

다른 대상에 빗대어 보자는 겁니다. 바닷가를 둘러보십시오. 그럼, 답이 나옵니다. 답은 먼 곳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다고 했습니다. 당신의 발 밑에 있습니다. 당신의 경험 속에 있습니다. 답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

 바닷가에 무엇이 있습니까? '텅 비어 버린 소라껍질'이 있지요? 당신의 마음을 소라껍질에 빗대어 정리하면 되겠지요?.

 '텅 비어 버린 내 가슴은 텅 비어 버린 소라껍질이다'.

 '텅 비어만 가는''텅 비어 버린'은 두 대상의 유사점이지요?  유사점을 생략해야겠지요? 그래야 시의 함축미가 살아난다고 했으니까. 여기에서도 유사점을 다 생략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보조관념의 '텅 비어 버린'의 의미가 '소라껍질' 속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내 가슴은 소라 껍질이다.
 
 '내 가슴'은 원관념, '소라껍질'은 보조관념입니다. 그런데 은유는 직접적이고, 직관적입니다. 직접적이라는 말은 연결어 없이 결합하는 것을, 직관적이라는 말은 사유과정을 거치지 않고 대상을 곧바로 느끼고 생각하는 형식으로 되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보조관념 '소라껍질'을 형상화하면 좋은 시구가 될 수 있습니다. 형상화란 시어를 실감나게 표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형상화하는 방법 중, 일차적인 것은 수식어로 시어를 꾸며 구체화하는 방법입니다. 내친걸음이니 한 번 해 봅시다.
 보조관념인 '소라 껍질'의 속성을 생각해 봅시다. 빈 껍질 속에 무엇이 채워질까요? 답은 당신의 경험과 상상 속에 있습니다. 파도? 바람?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합시다. 선택은 당신의 자유. '바람'을 골라 봅시다.

 이제 '바람'을 구체화하여 봅시다. 바람은 소라껍질 속에서 무엇을 할까요? 맴돌다 가겠지요? 이렇게 질문을 하여 답을 찾는 것도 구체화의 방법입니다. 정리해 보면 '바람만 맴돌다 가는 소라껍질'이 됩니다. '바람만 맴돌다가는'이 수식어입니다.
 이것을 다듬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내 가슴은 바람만 맴돌다가는 소라 껍질이다.
 
 '텅 비어만 가는 내 가슴'을 한 번 더 빗대어 봅시다. 그러면 '내 가슴은 바람만 맴돌다가는 소라껍질'이라는 시구와 유사한 의미의 시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물어 봅시다, 당신이 당신에게.

 '텅 비어만 가는 내 가슴'과 유사한 것은 무엇입니까?

 이젠 당신이 사랑하던 사람과 관계 있는 것 중에서 찾아봅시다. 당신과 함께 했을 때의 모습 중에서 당신을 아프게 하던 그 사람의 모습을 떠올려 봅시다. 어떤 모습입니까? 술을 마시던 모습이지요? 그 사람은 어떻게 술을 마셨습니까? 무작정 마셔댔지요? 언제나 넘치는 술잔 앞에서도 언제나 목이 마른 듯 술을 마셔댔지요?

 그런 후에 남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 사람이 비워 놓은 술병과 술잔이었지요? 이 둘 중에서 '텅 비어만 가는 내 가슴'을 무엇에 빗대어 보겠습니까? '그 사람이 비워 놓은 술잔'. 좋습니다.

 당신의 입장에서 보면 '그 사람''당신'이지요? 그렇다면, '당신이 비워 놓은 술잔'이 되겠지요? 이제 정리해 봅시다..

 텅 비어만 가는 내 가슴은 당신이 비워 놓은 술잔입니다.

 유사점은 '텅 비어만 가는''당신이 비워 놓은'이지요? 원관념의 '텅 비어만 가는' 하나만 생략하는 것이 좋을 것 같지요. 이것은 당신이 결정해야 합니다.  

 내 가슴은 당신이 비워놓은 술잔입니다.

 '당신이 비워놓은 술잔'을 다시 한 번 수식어로 꾸며 구체화하여 봅시다. 이것이 형상화. 대상을 보다 실감나게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그럼, 떠나간 당신의 애인이 모습을 그려 봅시다.  

 어떤 모습이 떠오릅니까? 술을 마시던 모습이지요? 그 사람은 어떻게 술잔을 비웠습니까? 언제나 외로움에 젖어 '채우면 비우고 채우면 다시 비웠지요?' 이것을 문맥에 맞게 다듬으면 '채워도 채워도 다시 비는'이 되겠지요? 이것으로 '당신이 비워 놓은 술잔'을 꾸미면 더욱 형상화가 됩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은 당신이 질문하고 당신이 대답하여 상상하여 본 상황입니다. 이것을 다듬으면 좋은 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전체의 주어는 '내 가슴'입니다. 정리해 봅시다.

 ②내 가슴은 채워도 채워도 다시 비는
 당신이 비워 놓은 술잔입니다.

 위의 ①과 ②의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시를 빚을 수 있습니다.
 
 밀려오는 파도 앞에 서면
 파도보다 마음이 먼저 부서집니다.

 그래서 내 가슴은
 바람만 맴돌다 가는 소라 껍질

 채워도 채워도 다시 비는
 당신이 비워 놓은 술잔입니다.
     - 섬. 9 -

 '내 가슴'을 원관념, '소라 껍질'과 '술잔'을 보조 관념으로 하여 임이 떠난 후의 허전한 마음을 형상화한 시입니다.

 * '사랑은 너와 내가 하나가 되어 불을 밝히는 것이다.' 이 말은 당신이 길을 걷다가 불현듯 떠올린 생각입니다. 이 생각을 펼쳐 시구를 만들어 봅시다. 우선 '사랑은 하나의 등불입니다.'로 바꿀 수 있겠지요? 이것이 은유. '사랑'이 원관념이고, '등불'이 보조 관념입니다.

 그렇다면 하나의 등불을 밝히기 위해 '나는 (   )이 되고, 너는 (   )이 되어야 할까요?' 빈칸을 채워 봅시다. 이제 '나''너'가 원관념. 형식을 바꿔 보면 '나는 (    )이다'. '너는 (    )이다'. 자, 보조 관념을 찾아보십시오. 잠시 고개만 들면 등불이 밝혀질 것입니다.  
 다음 시를 감상해 봅시다.

 사랑은
 너는 내 눈 속에 앉아
 너를 보고
 나는 네 눈 속에 앉아
 나를 보면서
 나는 (기름)이 되고
 너는 (불꽃)이 되어
 우리들의 어둔 날을
 밝혀 가는 것.

 그래서 사랑은
 너와 내가 떠난 후에도
 가난한 가슴속에
 그대로 남아
 시린 가슴들을
 녹여 주는 것.
   - 사랑은. 1-

 이 시는 '사랑은 하나의 등불이다.'라는 은유를 변화시킨 것입니다. 1연과 2연의 마지막 행의 '것''등불'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이 시는 은유 속에 은유가 들어간 액자 형식입니다. '사랑은 등불'이라는 은유의 방안에 '나는 기름' '너는 불꽃'이라는 은유의 액자가 걸린 형태입니다.
 
 * 다음은 빈칸을 채워 봅시다.

 몸이 부서져 모래가 됩니다.
 모래가 쌓여 바위가 됩니다.

 나는 (      )

 날마다 부서지고 날마다 쌓여
 언제나 그리움으로 남는 섬이 됩니다.
     - 섬. 7 -

 '나'는 원관념입니다. 보조관념을 찾아 (    )를 채워 보십시오. 모래가 쌓여 '바위'가 되었습니다. 이런 '바위'를 무엇이라 합니까? '퇴적암'이지요? (     )를 채워 한 번 낭송해 보십시오?

 sukgu@hitel.net


 

 

출처:http://myhome.shinbiro.com/~suk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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