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박석구의 시작법 연재 31 -표현기교(제유와 환유)

시창작강의실

by 백연심 2006. 11. 20. 14:02

본문

박석구 시작법 연재31
 

'자, 떠납시다, 시의 여행을''

2001-08-6  제31강 


 * 제유와 환유
 당신은 지금,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팽나무집을 지나 이장네집에 가면 한 마리 버티고 있는 고향. 그 곰과 어울려 놀던 뒷동산이 생각납니다.

 여기에서 '팽나무집''팽나무가 있는 집 전체'를 나타내고, '이장네집''이장이 살고 있는 집 전체' 나타낸 것입니다. 이처럼 사물의 일부로써 그 사물의 전체를 나타내는 비유를 제유라고 합니다.

 '곰' '이장네 가족 중, 한 사람'의 특징을 다른 사물에 빗대어 본 것입니다. 이와 같이 어떤 대상을 그 속성, 특징과 관계가 깊은 다른 사물에 빗대어 나타내는 비유를 환유라고 합니다.

 다시 정리해 보면, 제유는 부분으로 전체를 대표하게 하는 비유이고, 환유는 어떤 대상의 속성, 특징을 그것을 연상하게 하는 다른 사물에 빗대어 보는 비유입니다.

 제유와 환유의 특징은 직유, 은유와 달리 원관념은 숨기고, 보조 관념만 남겨 그 뜻을 간접적으로 제시하는 비유입니다. 이 제유와 환유를 아울러 대유라 합니다.  

 * 이젠 그리운 친구들의 이름을 불러 보십시오. 지난 날의 추억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그 친구들의 이름을 적어 보십시오. 호영이 용식이, 태영이, 희열이, 완수, 용귀, 재관이, 종하, 경수, 국환이, 동렬이, 철표, 길순이, 그 이름을 다 적으려면 종이 한 장으로는 부족할 겁니다. 여기에서 필요한 것이 몇 친구의 이름으로 전체를 대표하게 하는 제유입니다. 다음 시를 감상해 봅시다.
 
 대추나무를 흔들면
 쏟아지는 이야기들
 뒷골 밤나무들
 할아버지가 되었겠구나.

 (용식)아, (완수)야,
 무얼 하고 있느냐.

 주머니가 터지도록
 훔쳐 넣었던 인정

 (종화)야, (국환)아,
 동구 밖 느티나무는
 지금도 서 있느냐.

 외딴집 (길순이)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느냐.
   - 고향 4-

 (     ) 속에 당신의 그리운 고향 친구들의 이름을 채워 보십시오. 어떤 이름을 채워도 좋습니다. 그러나 모든 친구들의 이름을 다 채우기에는 (    )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대표적인 친구들의 이름을 뽑아 적는 것. 여기에서 '용식이, 완수, 종화, 국환이, 길순이'는 친구들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보조관념이고 '그리운 모든 친구들'이 원관념입니다. 그러나 원관념은 숨어 보조관념을 통해 미루어 짐작하게 합니다. 이것이 제유입니다.

 너와 나의 틈새에 버티고 앉아
 찬바람만 씽씽 날리는
 이놈의 (지리산)을 갈아
 한 입에 털어 넣고
 (낙동강)을 한 바가지 퍼마시고
 (섬진강)을 한 바가지 퍼마신 후에
 모두가 취하도록 춤을 추면은
 어떤 노래가 흘러나올까.

 아무리 고개를 흔들어도
 너와 나는 우리

 네 말에 나의 말을 섞어 고함지르면
 그 소리 어디까지 날아가서
 어떤 메아리로 되돌아올까.

 야, (천왕봉)아, (피아골)아,
 손만 잡아도 피가 통하는 사람들아,
 네 맘과 내 맘을 모아 강을 만들면
 어느 바다까지 흘러가서
 어떤 물결로 넘쳐흐를까.
  - 지리산을 오르며 -

 이 시에서 '지리산''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막는 것' 중의 하나를, '낙동강'은 '경상도'를, '섬진강''전라도'를, '천왕봉''지리산의 수많은 봉우리''피아골''지리산의 수많은 계곡'을 대표하는 말들입니다. 이것이 제유입니다. 공식으로 만들면 A+B+C+D+E=A입니다. 여기에서 A,B,C,D,E 중 어느 것이 전체를 대표해도 됩니다.

 두 지역 간의 갈등 해소와 화합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읊은 시입니다. 우리, 함께 가슴속의 지리산을 갈아 한 입에 털어 넣고, 낙동강을, 섬진강을 한 바가지씩 마셔 봅시다.  
  
 아내여, 섣달 그믐날
 거문고 소리로 배 채우는
 백결의 아내여.

 나의 꿈속에서
 당신이 바람을 피운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란다.

 그 바람이 먹구름을 몰고 와
 우리의 꽃밭을 흩어놓은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란다.

 누덕누덕 기워 입은 내 옷 틈새로
 시린 바람이 자꾸만 스며드는 밤
 모두가 미쳐서 돌아가는데
 미치지 못해서 미쳐 버린 아내여,
 백결의 아내여,
 내가 두 눈을 다 감고
 노래를 부른 것은
 정말, 당신의 잘못이 아니란다.
     - 처용가 -

 '백결의 아내''가난한 예술가들의 아내'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가난한 사람들의 아내'를 대표한다 해도 좋습니다. 이렇게 부분으로써 전체를 대신하는 제유는 시어의 함축적인 의미를 독자에게 전해 줍니다.

 * 이제 사람들에게 별명을 하나씩 붙여 봅시다.

 ①성질이 급한 석구는 (    )이다.
 ②얼굴이 검은 주영이는 (    )이다.
 ③얼굴이 넓고 큰 희곤이는 (      )이다.

 별명을 하나씩 붙였다면 원관념 '석구, 주영이, 희곤이'을 숨겨 봅시다. 보조관념은 별명들입니다. 이것이 환유입니다. 대상이 가진 속성, 특징을 그것을 연상하게 하는 다른 사물에 빗대어 보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의 대상은 원관념, 다른 사물은 보조관념이라 합니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많은 사람들의 별명을 부르며 삽니다. 성질이 급하다고 휘발유라 하고, 얼굴빛이 토인(흑인)과 비슷하다고 토인비라 하고, 얼굴이 넓고 크다고 네모 선장이라 별명을 붙입니다. 이것이 바로 환유입니다.

 * 짧은 이야기 하나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어느 학교에 잠망경이라는 별명을 가진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그분은 키가 남들보다 유달리 컸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학생들의 공부에 지나치리만큼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자습 감독은 그의 참뜻을 모르는 학생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창밖에 큰 키의 그 선생님이 나타나면 학생들은 누구나 숨을 죽였습니다. 허튼 짓을 하다가 그에게 발견되면 혼쭐나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누군가의 입을 통해 그는 잠망경이라 불리기 시작했고, 교실은 잠망경 덕분에 조용해졌습니다.

 다음 시를 한 번 감상해 봅시다.

 잠망경이 창밖에 나타나면
 우리들은 숨을 죽였다.

 그의 눈 밖에 있는 놈들은
 인정 사정없이 무조건 사살

 그래서 교실은
 모두가 죽어 사는 고요의 나라

 국가와 학교와 엄마를 위해
 우리는 혀가 빠지게 공부를 했다.
     - 공부 -

 '잠망경'은 그 선생님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그러나 잠망경은 선생님의 특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키가 커 얼굴이 창 너머로 나타나는 선생님의 모습과 바다 가운데 머리를 내미는 잠망경의 모습이 연관성을 가졌다는 말입니다. 여기에서 '선생님'이 원관념, '잠망경'이 보조 관념입니다. 그런데 원관념은 숨고 보조관념으로써 원관념을 미루어 짐작하게 합니다. 이것이 환유입니다.
        
 너를 생각하며 불을 밝힌다.
 몸을 태워 어둠을 사르던 너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하얀 옷을 입고
 꼿꼿이 선 채로 녹아 내리던
 네가 앓던 우리들의 아픔

 너처럼 타고 싶어도
 너처럼 타지 않는 나를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 촛불을 밝히며 -

 이 시에서 '하얀 옷'은 무엇을 나타낼까요? '한국인의 정신'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겠지요? '하얀 옷을 입고 꼿꼿이 선 채로 녹아 내린다'는 말은 '한국인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자기를 희생한다'는 말. 여기에서 '한국인의 정신'은 원관념, '하얀 옷'은 보조관념입니다. 두 관념은 서로 유사성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흰옷을 즐겨 입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의미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환유입니다.

 sukgu@hitel.net


 

 출처:http://myhome.shinbiro.com/~sukgu/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