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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구 시작법 연재 15

시창작강의실

by 백연심 2006. 11. 1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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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구 시작법 연재15
 

'자, 떠납시다, 시의 여행을''

2001-07-12  제15강

  
* 산

<대상 인식>
 막 길을 나서는데 나비 한 마리가 하늘을 날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들어 나비가 날아간 쪽을 바라보니 멀리 산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습니다. 당신은 상상에 잠겼습니다.

 '내가 화가가 되어 저 그림 같은 산 속에 방금 날아간 나비를 그려 넣으면 산은 어떻게 될까?' 산이 온갖 꽃들을 피워 놓겠지.

 상상의 방향을 바꾸어 산을 소녀에 빗대어 봤습니다.

 산이 소녀라면 '말없이 앉아 있는 소녀에게 내가 소년이 되어 눈짓을 한다면 소녀는 어떤 모습을 할까?' 아마 낯붉히며 돌아앉아서 온갖 수줍음을 피우겠지.

 길을 걷다가, 가슴속에 안겨온 스냅 사진 같은 풍경을 바탕으로 하여 상상하여 본 것입니다. 이처럼 상상은 당신의 마음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습니다.
 
 <인식내용 정리>
 앞뒤의 상상한 두 내용을 하나로 모아 다시 정리해 봅시다. 산과 소녀는 동격입니다.

 ①말없이 앉아 있는 산(소녀) 속에다 ②나비 한 마리(눈짓)를 그려 넣었더니 ③산(소녀)은 낯붉히며 돌아앉아서 ④온갖 꽃(수줍음)들을 피워 놓았다.

 이처럼 대상을 의인화시키면 멋진 시를 빚어낼 수 있습니다.

<구성>
 이제 시의 틀을 짜면 됩니다. 시의 주체를 '소녀'로 하는 것보다 '산'으로 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래야 은근한 맛이 살아날 테니까. 이 은근한 맛이 시의 함축미입니다.

 ①, ②, ③, ④가 하나의 문장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우선 행만을 구분하여 구성해 봅시다.

 말없이 앉아 있는 산 속에다가
 나비 한 마리를 그려 넣었더니
 산은 낯붉히며 돌아앉아서
 온갖 꽃들을 피워 놓더라.
  
 너무 쉽게 구성된 것 같지요? 인식하기만 잘 되면 내용 정리와 구성하기는 쉽게 이루어집니다.

<형상화, 퇴고>
 한 연으로 된 시가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낭독해 봅시다. 너무 호흡이 빠른 것 같지요? 그렇다면 각 행을 두 행으로 나누고 연을 구분하여 호흡을 골라 봅시다. 이것도 운율 고르기입니다.

 말없이 앉아 있는
 산 속에다가

 나비 한 마리를
 그려 넣었더니

 산은 낯붉히고
 돌아앉아서

 온갖 꽃들을
 피워 놓더라.

 여백이 있어 조금 나아졌지요? 연과 연 사이에 휴지가 있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한 폭의 멋진 수채화를 보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그러면서도 배어 나오는 야릇한 웃음, 당신의 가슴에 담아 보십시오? 왜, 웃음이 배어 나올까요? 그것은 시어가 가지는 상징성 때문입니다. 어떤 상징입니까? 산과 소녀를 연결해 보십시오. 잔잔한 사랑이야기 하나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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