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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구의 시작법 연재 17 -당신을 봅니다

시창작강의실

by 백연심 2006. 11. 2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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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구 시작법 연재17
 

'자, 떠납시다, 시의 여행을''

2001-07-14  제17강

  
* 당신을 봅니다

<대상인식>
 집으로 돌아오는데 멀리 아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내와 당신은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아내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아내의 눈이 보였습니다.

 여기까지가 그대로 보기. 다음은 상상하기.

 다음엔 무엇이 보일까요? 아내의 눈 속에 있는 당신이 보이겠지요? 그 다음엔 무엇이 보일까요? 당신의 가슴속에 있는 아내가 아닐까요?  

 이것도 누구나 겪는 평범한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대상에 대한 관심. 이 관심 속에 시는 뿌리를 내립니다.

<인식내용 정리>
 당신이 아내에게 고백하는 형식으로 다듬어 정리해 봅시다.

 ①당신을 봅니다. ② 당신의 얼굴을 봅니다. ③ 당신의 눈을 봅니다. ④ 당신의 눈 속에 있는 나를 봅니다. ⑤내 가슴속에 있는 당신을 봅니다.

<구성>
 ①, ②, ③을 1연, ④를 2연, ⑤,⑥을 3연으로 구성해 봅시다.

 당신을 봅니다.
 당신의 얼굴을 봅니다.
 당신의 눈을 봅니다.

 당신의 눈 속에 있는
 나를 봅니다.

 내 가슴속에 있는
 당신을 봅니다.

<형상화, 퇴고>
 너무 단조로운 것 같지요? 그렇다면 적당히 살을 붙여야 되겠지요? 그러나 지나친 형상화는 오히려 당신이 전하고자 하는 뜻을 그르친다고 말했습니다.  

 1연

 당신을 봅니다.
 당신의 얼굴을 봅니다.
 당신의 눈을 봅니다.
 
 그대로 두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이 비슷한 어구가 겹칠 때에는 형상화가 오히려 시를 그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2연

 당신의 눈 속에 있는
 나를 봅니다.

 1행은 그대로, 2행의 '나'는 어떤 나입니까? 구체화하여 봅시다. 당신의 아내를 보면 당신의 마음은 어떻습니까? 세월이 고랑을 파고 지나간 자리만 남아 있는 아내의 얼굴.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휩쓸려 살아온 당신. 당신은 아내의 모습에서 당신의 모습을 봅니다. 무너져 버린 세월을 봅니다. 아내를 쳐다보고 있는 지금, 당신의 심정은 어떻습니까? 울고 싶겠지요? 그렇다면, '나''울고 싶은 나'가 되겠지요?

 당신의 눈 속에 있는
 울고 싶은 나를 봅니다.

 3연

 내 가슴속에 있는
 당신을 봅니다.

 여기서 '당신'은 아내이겠지요? '내 가슴속에 있는 당신'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눈을 꼬옥 감고' 봐야겠지요? 그래야 가슴속의 당신이 떠오를 테니까.

 눈을 꼬옥 감고
 내 가슴속에 있는
 당신을 봅니다.
 
 '내 가슴속에 있는 당신'은 어떤 당신입니까? 그 옛날의 당신입니까? 지금의 당신입니까? '그 옛날의 당신'이겠지요? 지금의 당신은 바로 눈앞에 있으니까. 그리고 누구나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사는 거니까.

 눈을 꼬옥 감고
 내 가슴속에 있는
 그 옛날의 당신을 봅니다.
  
 '그 옛날의 당신'은 어떤 모습이었습니까? 울던 모습이었습니까? 웃던 모습이었습니까? 웃던 모습이겠지요? 당신과 아내는 기쁨으로 만났을 테니까. 웃었다면 무엇처럼 웃었습니까? '박꽃처럼'.  왜, 박꽃입니까? 밝고 깨끗하여 당신의 가슴을 설레게 했으니까. 그러면 '박꽃처럼 웃던 그 옛날의 당신'이 되겠지요?
 

 눈을 꼬옥 감고
 내 가슴속에서
 박꽃처럼 웃던
 그 옛날의 당신을 봅니다.
 
 2행의 글이 4행으로 바뀌었지요? 묻고 대답하고 또 묻고 대답함으로써 시는 이렇게 살이 쪄 가는 것입니다.

 전체를 모아 봅시다.

 당신을 봅니다.
 당신의 얼굴을 봅니다.
 당신의 눈을 봅니다.

 당신의 눈 속에 있는
 울고 싶은 나를 봅니다.

 눈을 꼬옥 감고
 내 가슴속에서
 박꽃처럼 웃고 있던
 그 옛날의 당신을 봅니다.

 은은한 사랑의 노래가 되었습니다. 나이테를 맴돌며 번져오는  사랑의 시. 그러다가 가슴 깊은 곳에서 회오리바람이 되어 눈을 감게 하는 시.

 sukgu@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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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myhome.shinbiro.com/~sukgu/

 

 

 

굳이 거창하게 사랑이라는 단어를 고집하지 않고도 아주 은은한 사랑시가 되었군요.. 울 님들도 진술형의 시가 아니라 이렇게 정황이나 국면으로 보여주는 보여주기식 기법을 익혀두면 자기발전에 도움이 되겠네여.. -장주현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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