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동화 창작교실 | 우의와 상징 그리고 리얼리티 동화

아동문학창작강의실

by 백연심 2006. 11. 16. 17:41

본문

전래 동화에서 현대 창작동화로 발전해올 때 그냥 발전해온 게 아니라 그 기법에 있어 뚜렷한 차별을 보였습니다. 옛날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 두드러진 것을 꼽자면 도깨비, 귀신, 선녀 따위의 가공적 존재를 과감히 떨쳐 버렸다는 것이고 리얼리티를 기반으로 한 실용적 생활 동화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점입니다.

이 점은 합리주의를 바탕으로 한 작금의 여러 시대 상황을 감안해볼 때 필연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럼 도깨비와 귀신과 선녀가 배제된 이 시대에는 어떻게 어린이 독자의 흥미를 끌며 동화의 세계를 펼쳐나갈 수 있을까요? 바로 우의와 상징의 연구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寓意 ; 어떤 의미를 직접 말하지 않고 다른 사물에 빗대어 넌지시 비춤

象徵 ; 어떠한 사상이나 개념 따위에 대해 그것을 상기시키거나 연상시키는 구체적인 사물이나 말로 바꾸어 나타내는 일

이것은 사전식 풀이인데, 동화를 창작할 때는 가급적 전래 동화에서 보여지는 스토리 위주의 구성을 탈피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린이 심리를 이해하고 해석하고 그에 따른 상황 묘사를 충실히 하여 동화를 예술적 차원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그러므로 작금의 시대에 맞는 우의와 상징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입니다.

옛 이야기에 있어 우의성과 상징성은 아주 두드러졌습니다. 아예 寓話라는 이름으로 독자에게 전달되기도 했는데, 그것은 목적 의식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이솝우화를 살펴보면 알겠지만, 작가의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메시지를 가장 뚜렷하게 전달시키고 있습니다. 어쩌면 메시지가 먼저 만들어졌고 그 메시지를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전달할까 하는 고민에서 우화가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남 앞에서 용감한 척 하는 사냥꾼이 있었습니다.
이 사냥꾼은 매일 꿩, 토끼, 사슴 등 작은 짐승만을 잡아왔습니다.
어느 날, 사냥꾼은 마을 사람들 앞에서 거들먹거리며 말했습니다.
“내 오늘은 사자를 한 마리 잡아오겠소.”
이렇게 큰 소리를 친 사냥군은 중무장을 하고 숲 속을 향해 떠났습니다.
산 속에서, 사자의 발자국을 찾아 헤매던 사냥꾼은 나뭇꾼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혹시 사자가 잘 다니는 길목이나 사자의 발자국을 보지 않았습니까?”
사냥꾼의 물음에 나뭇꾼은 말했습니다.
“바로 저 발자국이 사자란 놈의 것이지요. 그리고 저를 따라오시면 사자를 볼 수 있을 거예요. 사자를 잡으시려고 그러시죠?”
“아, 아니예요. 사자를 잡으려는 것이 아니고 사자의 발자국만을 찾고 있었소.”
사냥꾼은 벌벌 떨면서 이렇게 말하고는 슬그머니 뒤돌아 도망쳤습니다.

―――――이솝 우화『허풍 떠는 사냥꾼』의 전문

오늘날 역시 우화적인 동화는 매우 필요합니다. 성장기 어린이 교육에 십분 활용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면 작금의 시대에 맞는 우의와 상징이란 무엇이며 어떤 빛깔일까요? 다음의 작품을 보세요.

“추워, 추워요. 엄마!”
나는 추위를 피해 엄마의 날개 속으로 자꾸 파고들었습니다. 샛노란 바탕에 갈색과 빨강이 줄을 이룬 엄마의 날개는 참 아름답습니다.
“그래. 폭 들어가거라.”
엄마는 날개를 펴 나를 감싸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며칠 간 이어진 차디찬 날씨는 엄마의 날개 속까지 차갑게 했습니다. 더욱이 엄마의 날개는 내게 너무 작은 것이어서 아무리 파고들어도 내 몸을 감싸주질 못했습니다.
몸을 조금 빼서 엄마의 눈치를 살펴보니, 엄마는 나를 골똘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엄마, 왜 내 털옷은 회색빛이에요?”
“글쎄…….”
엄마는 시선을 얼른 베란다 유리문 쪽으로 돌렸습니다.
“아참, 나도 어른이 되면 엄마처럼 예쁜 털옷으로 갈아입게 된다고 했지요?”
“그래. 정말 그럴 거야. 나는 굳게 믿고 있거든. 믿고말고.”
엄마는 ‘믿는다’는 말을 자꾸 했습니다. 한 번이면 족한 말을 여러 번 하니 내 귀에 좀 낯설게 들렸습니다.
엄마는 내 털옷을 힐끔 살펴보았습니다. 내 눈치를 피해 또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엄마!”
“걱정 마라. 잠시 후면 주인아저씨가 우리를 방으로 데려갈 것이야.”
나는 그냥 불러본 것인데, 엄마는 얼른 다른 말로 바꾸었습니다.

―――――김문기의『어미 새의 날개』 앞 부분

어린이의 생활 면면을 관찰하고 그들의 심리 상태를 추적해 가는 이른바 생활 동화 역시 우의성을 활용해야 합니다. 옛 이야기처럼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변형된 형태, 간접적이고 잠재된 형태로나마 우의의 매력을 보야주어야겠어요. 그래야 작가의 메시지를 바로 세우면서 이야기의 면면에서 미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습니다.

우의성은 어린이 독자의 상상력과 정서를 확장시키고 윤택하게 해주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우의성은 동화를 쓰게 하는 우선적 이유가 되며 그 목적인 메시지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동화의 재미나 호기심을 손상시키지 않는 선에서 우의성을 십분 활용해 보세요.

물론, 우의성을 작품 속에 어떻게 용해시키고 전개시키느냐 하는 것은 작가의 창작 능력에 속합니다.

임신행이 쓴 작품의 앞 부분 줄거리를 보기로 하겠습니다.

  • 추운 겨울 날 아이는 눈 덮인 논두렁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 문득 걸음을 멈추고 보니, 하얀 눈 위에 떨어진 빨간 망개알 같은 핏방울이 보인다.
  • 그것은 노루의 핏방울이다.
  • 아이의 아버지는 포수인데 노루를 잡으러 나섰다가 실족을 해서 앓아눕게 되었다.
  • 노루를 못 잡으면 겨울 한철 식량을 마련할 수 없는 집이고 그래서 아이가 대신 노루 추적에 나선 것이다.
  • 아이의 앞에는 망개알 같은 핏방울이 계속 이어져 있다.
  • 아이는 마침내 노루를 발견한다.
  • 그러나 느닷없이 다가온 짚차의 사냥꾼에게 가로채여 뺏기고 만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아이’와 노루 사이의 운명적 만남과 갈등 그리고 화해를 다루고 있습니다. 전체 작품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처음에 리얼리티에 충실한 생활동화처럼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동물인 ‘노루’에 대한 안타까움이 흐르면서 나중엔 이 세상의 삶을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적 모습을 보여주고 자연 혹은 동물에 대한 본질적 애정을 듬뿍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창작동화의 주류는 리얼리티를 중요시한 생활 동화라 할 수 있습니다. 생활 동화란 그 소재나 표현에 있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점을 중요시해 쓰여진 것이고 어린이의 일상 생활과 사회 환경을 관찰해 동심의 본질을 보여주려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그럼 다음의 작품을 보겠습니다.

웅이는 나이가 열세 살입니다. 한창 학교에 다닐 나이지만 실제는 구두닦이를 하며 살고 있습니다.
오늘 웅이는 외출을 한 후 돌아왔습니다. 비좁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 솔과 헝겊으로 먼지 묻은 구두를 털었습니다.
웅이가 외출 보고도 없이 그저 솔질만 하고 있자 아저씨가 툭 쳤습니다.
“웅이야, 왜 그래? 너를 양자로 데려간다는 사람이 그렇게도 없냐? 짜식!”
“…….”
웅이는 돌아보지도 않았습니다.
“걱정 마라. 너같이 착하고 성실한 애는 하늘이 도와주신다. 네 부모도 만나고 네 동생도 만나게 될 거야. 정말 너는 행복하게 살아야 돼.”
웅이는 또 다른 구두를 집어 들고 흙을 털었습니다. 사실 웅이는 아저씨의 말을 듣고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방금 전에 만나고 온 동생 진이를 생각하며 혼자 배시시 웃었습니다.
진이!
웅이는 동생 진이와 함께 고아원에서 5년간을 살았습니다. 먹고 자는 일이야 걱정 없었지만 철없는 진이는 늘 울며 보챘습니다. 그럴 때마다 웅이는 동생을 껴안고 다독여야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고아원 문이 활짝 열리며 까만 승용차가 들어섰습니다. 고아원 아이들은 제각기 뛰어나가 자기 엄마 아빠가 왔다고 떠들었습니다.
원장 선생님이 얼른 뛰어가 조용히 하라고 야단을 쳤지만 여기저기서 ‘엄마!’ 소리가 나왔습니다.
승용차에서 내린 그 선글라스 낀 아주머니가 아이들을 죽 둘러볼 땐 웅이도 긴장했습니다. 동생 진이의 손을 꽉 잡고 원장실 주위를 오래도록 서성거렸습니다.
그 선글라스 낀 아주머니는 며칠 후 다시 나타났습니다. 어떻게 결정을 했는지 모르지만, 진이를 데려가겠다고 했습니다.
웅이는 진이에게 말했습니다. 넌 그 집으로 가서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정말 행복하게 살라고.
웅이는 마음 속 깊이 울었습니다. 떠나가는 승용차를 향해 힘껏 뛰어갔습니다.
“진이야! 이 거.”
짧은 순간이라 이렇다하게 생각할 틈이 없었습니다. 웅이는 얼른 제 교복의 단추 하나를 뜯어 진이의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잠깐 동안이나마 승용차에 탄 진이의 손을 뜨겁게 잡았습니다.
그로부터 세월은 참 가슴 아프게 흘렀습니다. 그러던 중 웅이는 한 주택가 도로에서 진이를 발견했습니다. 우연이었지만, 웅이가 고아원에서 뛰쳐나온 후 구두닦이 아저씨를 만나 일을 하면서 틈틈이 진이의 행방을 찾아다녔던 것입니다.
“진이야!”
“형…….”
웅이는 진이를 껴안고 흐느꼈습니다. 곰곰 생각해보니, 고아원에서 헤어진 지 4년만이었습니다.
웅이는 진이를 아래위로 훑어보았습니다. 깨끗이 세수한 얼굴에 값비싼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맛있는 과자를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형아, 보고 싶었어.”
“그래. 나도 진이가 너무 보고 싶었어.”
“으응. 난 형이 보고 싶으면 이 단추를 꺼내 보거든.”
진이가 단추를 꺼냈습니다.

―――――김문기의『단추 한 개』 앞 부분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점은,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내용이 그대로 문학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동화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리얼리티에 충실하게 쓴다 해도 우의와 상징을 적절히 가미시켜야 합니다. 시에서와 같이 풍부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한 편의 작품으로서 그 미적 가치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출처 : http://www.dongsim.net/gnu4/bbs/board.php?bo_table=adong010

동심넷

 

http://www.123pen.com/

동화작가 김문기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