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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창작교실 | 행과 연

아동문학창작강의실

by 백연심 2006. 11. 1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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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상으로 본다면, 동시의 구조는 행과 연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행은 낱말, 구, 절 또는 그 연합으로 이루어지고 연은 하나의 행 또는 그 연합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므로 문학 이론상으로는, 한편의 동시는 단 하나의 낱말만으로도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한 연은 한 행으로 이루어질 수 있고 또 한 행은 한 낱말로도 이루어질 수 있으니까요. 작품을 감상하면서 설명하겠습니다.

오요요
오요요
불러볼까요.

보송보송
털 세우고
몸을 흔드는

강아지풀
강아지풀
불러볼까요.

――――― 김구연, 『강아지풀』

난 너하고 너무 친해, 그게 탈이야
네가 마음속에 어떤 나무를 심었는지
금방 아는 걸
이렇게 맛있는 앵두를 따 먹고 있잖아.
 
난 너하고 너무 친해, 그게 탈이야
네가 마음속에 어떤 요리를 하고 있는지
금방 아는 걸
이렇게 맛있는 햄버거를 들고 있잖아.
 
멀리 있어도 짹잭짹짹 참새들이 핸드폰을 걸어주고
가까이 있어도 색종이 꽃잎들이 더 가까이 해주고
 
난 너하고 너무 친해, 그게 탈이야
내가 배탈이 났는데
네가 왜 화장실로 뛰어가니?
거울을 보아도 너무 예쁜 친구 사이
수박과 참외가 볼을 서로 맞대니, 그게 탈이야

――――― 김문기, 『난 너하고 너무 친해』

위 동시 중에서 『강아지풀』은 7. 5조의 리듬을 살린 작품입니다. 리듬을 중요시하고 그것을 살리려는 시인의 의도가 드러나 있으니까요.

반면, 『난 너하고 너무 친해』는 정서적 교감을 중요시한 작품이고요.

중요한 것은, 행과 연을 결정할 때 그 분명한 의도가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시 필자의 동시 작품을 보겠어요.

살살 튕겨 보라고
볼에 비벼 보라고
눈에 넣어 보라고

아하,

도시 아이들의 메마른 가슴에
홍시가




.

――――― 김문기, 『홍시』

위 동시에서 두 번째 연을 보세요. 한 개의 행으로 되어 있고 바로 거기에 필자의 의도가 분명히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 ‘아하,’는 앞뒤로 이어진 다른 연과 이미지의 중량상 맞먹지 않는가요?

여기서 알아야 할 점은, 동시로서의 모양새가 아니라 행과 연을 구분함에 있어 그 의도하는 바가 분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행과 연을 이루는 데는 보통 세 가지에 의해 결정됩니다.

  • 리듬을 중요시하느냐.
  • 의미를 중요시하느냐.
  • 이미지를 중요시하느냐.

이것은 별 의도함도 없이, 억지로 동시의 모양새나 갖춰보려는 그 무책임함을 배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리듬이냐, 의미냐, 이미지냐 하는 문제에 너무 고지식하게 매달릴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새로운 형태의 개발이 필요한 때입니다.

다음의 작품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이슬아, 넌 봤니?
어둠이 어떻게
잠 깨는지……

이슬아, 넌 알지?
새벽이 어떻게
걸어오는지…….

――――― 문삼석, 『이슬』

위 동시를 유심히 살펴보세요. ‘이슬아 넌 봤니?‘와 ‘이슬아 넌 알지?’처럼 유사 어구의 반복과 함께, 2연과 4연에서 7. 5조의 리듬을 깔고 있습니다.

위 동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리듬이란 반드시 정형 동시의 틀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리듬, 의미, 이미지의 조화로운 배열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요즘 분별력 없이 연과 행을 쓰는 많은 습작품을 보게 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새삼 연과 행의 중요성을 알아야 합니다. 무책임함이 없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다음의 습작품을 보면서 설명하기로 하겠습니다.

엄마 품에 얼굴 묻으면
똑딱똑딱 뛰는 시계.

내 가슴에 손을 얻어봐도
똑딱똑딱 뛰는 시계가 있다.

언제나 쉬지 않고 가는 시계
마음의 시계.

――――― 습작품, 『시계』

위 습작품에서 이미지나 의미를 살리기엔 사실 작품 자체가 너무 소박하고 단순합니다. 그렇다고 리듬도 형성되어있지 않습니다.

자, 그럼 리듬을 살리는 방식으로 좀 고쳐보기로 하겠습니다.

엄마 품속에도
시계가 가고

내 가슴속에도
시계가 가고

똑딱똑딱 똑똑똑.
마음의 시계

바쁘면 바쁠수록
더 빨리 간다.

――――― 고쳐 쓴 작품, 『시계』

이렇게 7. 5조의 리듬을 살려보면 그 자체가 노래가 됩니다. 그럼 다음의 습작품을 보겠습니다.

얼음장 밑으로
온몸을
파르르
떨고 있는
때늦은
단풍잎 하나.

파르르~
파르르~
지나간 가을이
그리워
파르르 떤다.

――――― 습작품, 『지나간 겨울』

위 습작품을 보세요. 리듬을 살렸나요? 의미를 살렸나요? 그렇다고 이미지를 살렸나요? 어느 것 하나 이렇다하게 잡히지 않고, 행과 연을 규정함에 있어 그저 동시의 모양새나 갖추려 급급한 꼴입니다.

그럼 위 습작품에서 이미지를 살리는 방법으로 행과 연을 고쳐보겠습니다.

얼음장 밑에서 몸 떠는
파르르 떠는

저 단풍잎 하나

내 지난 가을날이
흘러가는구나.

――――― 고쳐 쓴 작품, 『지나간 겨울』

이 정도만 되더라도 이미지를 살리는 선에서 그 형태미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다음의 동시를 보며 행과 연의 구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비 오면 산골길이 심심했던지
지나가던 소발자국, 모두가 본떠 놓고
밤이면 또박또박 달님이 하나
낮이면 또박또박 해님이 하나
달님과 해님이 산길을 가네.

――――― 조규영, 『소발자국』

참 좋은 동시라 여기에 소개하는 것입니다. 아동문학 지망생들은 흔히 위와 같은 동시를 쓸 때 행과 연을 길게 늘여 놓을 것입니다. 동시란 짤막짤막한 행과 연으로 길게 늘여 놓아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 동시를 보세요. 한 개의 연으로 되어있지만 얼마나 참신하며 또 얼마나 산뜻한 동시입니까? 소발자국이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달님과 해님이 뚜벅뚜벅 걸어가는 발자국’이라는 시인의 탁월한 인식이 빛나고 있습니다.

물론 위 동시에서 행의 길이를 좀 줄이고 몇 개의 연으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굳이 한 개의 연으로 한 것은 조규영 시인의 충분한 의도 때문일 것입니다.

 

 

출처 : http://www.dongsim.net/gnu4/bbs/board.php?bo_table=adong010

동심넷

 

http://www.123pen.com/

동화작가 김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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