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조명숙(peter7006@hanmail.net)님이 쓴 비유법입니다
- 참새처럼 조잘거리는 너의 입술은 유리구슬 같아 또르르 굴리고 싶어요. - 재미있고 아름다운 직유 같으면서도 좀 어색한 감이 있습니다. (참새처럼 조잘거리는)은 좀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이는 표현입니다. 반면에 (유리구슬 같아 또르르)는 무척 긍정적인 입장이고요. 앞부분 비유와 뒷부분 비유가 직접 연결되었는데, 앞과 뒤가 어울리지 않습니다.
- 보고 싶은 만큼 하늘의 별들은 유난히 총총 빛나고 있어요. - 무척 잘 쓴 비유입니다. 좀 흔한 표현이라 마음에 걸리지만.
- 수많은 모래알을 헤아리듯이 당신을 기다려야 하나요? - 무척 잘 쓴 비유입니다. 시간의 흐름을 모래알을 헤는 일에 비유하는 것이 일품이네요.
- 마치 공기인 양, 나의 폐 속에서 살아 숨쉬는 너. - 착상은 좋지만, 시적 이미지가 투박합니다. 비유에서의 표현을 좀더 매끄럽게 다듬어야겠어요.
- 깃털처럼 훨훨 날아 네 품에 안기고 싶어. - 깃털이 훨훨 난다? 깃털이 왜 네 품에 안기나? 뭐 이런 의문들이 생겨나는데, 그만큼 억지스런 비유라 할 수 있습니다.
- 꽃은 아가의 방글거리는 미소 - 무난하게 읽히는 은유입니다.
- 아카시아 향기는 내 님의 외투자락, 그 편안함. - (아카시아 향기 = 외투자락 = 편안함) 이렇게 연결짓고 있는데, 좀 어색해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향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어떤 것입니다. 그것과 외투자락을 직접 연결지으려니 무리가 생깁니다.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차이성은 있되 유사성을 발견하기 힘드니까요. (향기가 편안하다)는 비유 역시 무리가 따르고요.
- 산 속 호젓한 곳에 피어있는 도라지야~ 활짝 웃는 아버지 얼굴. - 도라지와 아버지 얼굴을 은유시킨 것은 좋아 보입니다. 그런데 (활짝)이라는 형용이 (산속 호젓한 곳)과 분위기상 어울리지 않네요. 작위적인 형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 붉은 장미는 호랑이 발톱. 아휴! 무서워. - (붉은 장미 = 호랑이 발톱) 여기에서 유사성을 발견하기 힘드네요. 장미에 가시가 있다 하더라도 호랑이 발톱과는 그 크기와 기능 면에서 너무 이질적이니까요. 억지스러운 은유입니다.
- 백합은 천사의 나팔이다. - 백합꽃의 모양새로 보아, 적절한 비유로 여겨집니다.
아래는 위혜경(kidslove@hanmail.net)님이 쓴 비유법입니다
-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아내리는 사랑 - 적절한 비유입니다.
- 기차처럼 쏜살같이 내달리는 사랑 - 적절한 비유입니다.
- 둥실둥실 구름 같은 사랑 - 적절한 비유입니다.
- 까만 안경을 쓴 것 같은 사랑 - 표현이 생경하게 느껴지는데, (선글라스를 낀 우리들의 사랑은~) 어쩌고 하면 괜찮겠습니다.
- 어질어질 차멀미 같은 사랑 - 적절한 비유입니다.
- 꽃밭은 나비들의 놀이터 - 적절한 비유입니다. 너무 흔한 표현이라는 게 탈이지만.
- 꽃향기는 엄마의 냄새 - 괜찮은 것 같으면서도 (냄새)라는 낱말의 뉘앙스가 문제네요. (향기)와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니 만큼 뉘앙스가 부정적인 쪽입니다.
- 바람과 귓속말로 속닥속닥 이야기 하는 꽃잎 - 이건 직유도 아니고 은유도 아닙니다. (꽃잎) 앞부분 말 모두는 (꽃잎)을 꾸며주는 말인데, 참 좋은 꾸밈입니다.
- 엄마의 웃음 속엔 하이얀 박꽃이 숨어있어요. - 비유는 아니지만, 시적 상황이 아주 좋으네요.
- 울 밑에서 활짝 웃는 키 작은 민들레 - 평이하게 느껴지는 꾸밈입니다.
아래는 김연미(yummy910@hanmir.com)님이 쓴 비유법입니다
- 사랑은 어쩌면 순간의 연기처럼 금방 사라지고 마는 것. - 좋은 은유인데, 유행가 가사 내용 같네요. 그만큼 흔하게 쓰였다는 뜻입니다.
- 사랑은 오래도록 막대사탕을 입에 물고 있는 것 같은 착각. - 좋은 비유입니다. 은유와 직유를 혼합하여 쓴 방식이네요.
- 사랑은 자꾸만 상대방처럼 닮아가는 것. - 좋은 은유입니다.
- 사랑이 온다는 건 마치 벚꽃 흩날리는 봄날이 내게 온다는 것. - 이것만으로도 썩 좋은 시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랑)과 (벚꽃 흩날리는 봄날)이 아주 좋은 비유네요. 차이성 성의 유사성이 절묘합니다.
- 진정한 사랑은 마치 지름길을 놔두고 천천히 돌아서 오는 것. - 좋은 은유입니다.
- 꽃은 처음 사랑을 느낀 이에게 다가오는 첫 번째 아름다움. - 좋은 은유입니다.
- 꽃이란 행복한 결실의 前 단계. - 좀 억지스럽네요. (꽃)과 (행복한 결실의 前 단계) 사이를 유추하기가 난해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표현이 관념적이고요.
- 꽃은 영혼의 식사. - (영혼의 식사)라는 관념적 표현으로 인해 시상이 난해한 꼴입니다.
- 꽃은 아름다움을 배우는 작은 길. - (꽃 = 작은 길)이라는 은유가 억지스럽네요. 둘 사이에 유사성을 발견하기 힘들다는 뜻입니다.
- 꽃은 현실 속 유일한 천국의 향기. - (현실 속)이라는 표현이 추상적이라 마음에 걸리는데, 이 은유는 좀 갈고 다듬을 필요가 있어요. 착상이 좋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이난조(hello3055@hanmir.com)님이 쓴 비유법입니다
- 솜사탕처럼 달콤한 맛이 난대요. - (사랑)에 대한 비유인데, 좋게 여겨집니다.
- 하이얀 구름을 안은 듯 부풀은 가슴 - 사랑에 대한 썩 좋은 비유입니다.
- 포동포동한 사랑을 할래요. - 이건 비유가 아니라 그냥 (사랑)을 꾸미는 말인데, 좋아 보입니다.
- 풍선을 타고 하늘을 날으는 기분이야 - 사랑에 대한 정말 좋은 은유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사랑을 못해 보아 부럽기만 하네요. (농담)
- 너울너울 춤추듯 살포시 안겨오는 사랑 - 여기에서는 (너울너울 춤추다가~) 쯤으로 고치면 좋겠네요. 직유 자체는 어색합니다. (너울너울 춤추듯)과 (살포시)라는 표현은 이미지가 많이 다르니까요.
- 나폴나폴 연분홍 치마 입고 나비 등에 업혀 오시네 - 무엇을 표현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동화적인 표현으로는 참 좋습니다.
- 노랑 얼굴 쏘옥 내밀며 수줍은 미소 같네요 - (꽃)에 대한 직유로서는 좀 평이해 보입니다. 너무 흔한 표현이잖아요.
- 꿀벌 좀 봐. 네 향기에 취해 비틀거리잖니 - 표현으로는 괜찮아 보입니다.
- 토라진 듯 입 꼬옥 다문 네가 난 좋아 - 피상적인 감정을 그대로 진술해 놓았고 시상이 좀 유치해 보이네요.
- 나비를 품은 모습 꼭 엄마 같구나 - 아주 좋은 직유입니다.
동시 창작에 있어 비유법은 가장 기본이 되며 가장 중요한 학습 과정입니다. 그런데 비유법에 대해 열심히 강의 글을 읽었다 하더라도 자기가 실제로 써 보면 힘겹습니다. 연애편지를 쓰던 사춘기 때의 감수성이 많이 퇴색되었음을 스스로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열심히 썼다 하더라도 무엇이 서투른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남의 지적을 받아보아야 제대로 알 수 있어요. 그래서 동시 작품을 본격적으로 창작하기 전에 특별히 이런 비유법에 대해 연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는 정준일(wnsdlfl@hanmir.com)님이 보내 주신 비유법 쓰기입니다
사랑을 소재로 한 직유
- 어둠을 지워내는 아침 햇살처럼 소리 없이 가슴으로 스며든 사랑 = 무척 잘 쓴 비유 같지만 좀 어색한 부분이 있네요. 아침 햇살이 어둠을 지워낸다? 이미 지워져 있을 텐데요. 그러니까 ‘아침’자를 빼버릴 필요가 있습니다. 어둠을 지워내는 햇살이란 그 자체가 새벽 혹은 아침일 테니까요. 그리고 ‘소리 없이’라는 꾸밈이 좀 상투적이라 다른 표현을 찾아볼 필요도 있습니다.
- 봄비 맞고 자라나는 새순처럼 어느새 커져버린 나의 사랑 = 무척 잘 쓴 비유입니다. 그런데 ‘맞고’라는 시어가 지닌 뉘앙스보다는 ‘젖으며’ 혹은 ‘툴툴 털며’ 같은 시어로 바꾸는 게 좋을 듯싶네요.
- 결실. 혹은 낙화로 귀결되고 말 배꽃 같은 사랑아 = 동시에서는 ‘결실’이나 ‘낙화’ 등 너무 함축성 있는 시어 사용은 바람직스럽지 못합니다. 성인시에서는 괜찮겠지만, 동시를 쓸 때는 그 이미지를 재미있으면서도 눈에 선명하게 풀어주세요.
- 그 사랑은 지워지지 않는 낙인처럼 가슴속에 조각되었다 = 이것도 성인시 풍인데, ‘낙인’과 ‘조각’이 엇비슷한 용어이므로, 그 중 하나(될 수 있으면 뒤의 것)를 다른 이미지로 바꾸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가슴속에 이파리 하나 재워 놓았다.) 식으로 바꾸어주면 어떨까요?
- 브레이크 고장 난 자동차의 질주처럼 제어할 수 없는 사랑이여 = 비유가 무난해 보입니다. 여담입니다만, 혹시 이런 식으로 저를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면 질주하다가 한강에 빠져도 그냥 내버려 둘랍니다.
꽃을 소재로 한 은유
- 붉은 장미는 사랑에 빠진 소녀의 심장이다. = 무척 좋은 비유입니다. ‘붉은 장미’와 ‘심장’ 사이에는 ‘붉다’라는 가느다란 유사성의 통로가 있기에 말입니다.
- 목련화는 지친 영혼의 안식처이다. = 글쎄, 이건 ‘목련화’와 ‘안식처’ 사이에 차이성은 확실한데, 유사성이 있을까요? ‘안식처’란 어떤 장소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둘 사이에 차이성은 있되 유사성을 발견하기 힘듭니다. 비유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코스모스는 절망을 흔들어 깨우는 하모니카의 선율이다. = 무척 좋은 비유입니다.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코스모스의 모습과 ‘하모니카의 선율’ 사이에 흔들리고 있다는 유사성이 있어 보이니까요.
- 무궁화는 “정열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선조들의 훈계이다. = 이건 작위적인 설정이고 교훈적인 이야기라 시적 표현으로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 꽃은 인간을 정화시키는 하느님의 순결한 도구이다. = 무척 좋은 비유입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 ‘인간’이란 용어가 너무 포괄어이고 관념화되어 있으니, 문제가 되네요. ‘인간’ 대신 구체어를 써서 시의 내용을 이미지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재현(gogo6811@hanmail.net)님이 써서 보내주신 비유법입니다
사랑을 소재로 한 직유
- 캥거루의 아기처럼 너의 호주머니에서만 살고 싶어. (왜? 사랑하니까.) = 무척 좋은 비유입니다. 너를 사랑하여 네 안에서 놀고 싶다는 원관념을 캥거루의 아기라는 보조관념으로 비유한 것이 일품이네요.
- 사과처럼 달고, 맛있고, 예쁘고, 영양가 많은 사랑을 하고 싶다. (잘못 고르면 시고 썩은 사과야!!) = 무척 좋은 비유입니다. 한 편의 연애편지로서도 빛을 내는군요. 대단합니다.
- 십자수를 놓듯이 한 땀 한 땀 네 마음에 사랑을 수놓고 싶어. = 무척 좋은 비유입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엔 ‘사랑’이라는 관념어 대신 구체적으로 이미지화 된 시어를 쓰는 게 좋습니다.
- 누가 폭죽을 여기 숨겨 놓았지? 밤하늘의 불꽃놀이처럼 사랑이 터진다. 내 마음 속에서. = 역시 좋은 비유이고, 훌륭한 시인으로서의 자질이 보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사랑이라는 관념어를 그대로 두는 대신 뒤에 붙은 ‘내 마음’을 눈에 선명히 보이는 어떤 상황으로 대체하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 비 오는 날의 레인코트처럼 네 마음을 감쌀래. 다른 사랑이 스며들지 못하게. = 일단, 무척 좋은 비유 같은데……. 그런데 비가 사랑인가요? 그 점이 걸리네요. 앞부분에서의 ‘비’는 피해야 할 대상으로 보이는데, 뒷부분에서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하니 시상이 난해해 보입니다.
꽃을 소재로 한 은유
- 해바라기는 기도하는 내 님의 몸짓 = 무척 좋은 비유입니다. 해바라기에 이처럼 적절한 비유를 쓰신다니 놀랍습니다.
- 나팔꽃은 엄마의 여름치마 = 이것은 이해하기 힘드네요. 나팔꽃과 엄마의 여름치마 사이에 어떤 유사성의 통로를 발견할 수 있는 지 의문입니다. 설령 이재현님 개인에겐 그런 유사성의 통로가 있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인식할 때는 좀 힘겨운 설정입니다. 참고로, 시란 일반적 인식의 토대 위에 쓰여야 합니다.
- 안개꽃은 그리움을 매달은 눈꽃 = 이 비유에서는 설령 차이성 속의 유사성이 있다 할지라도, ‘그리움’이라는 막연한 감상(관념어)으로 인해 별로 느낌이 오질 않습니다. 어설픈 비유가 되었네요.
- 민들레는 윤기 나는 수탉의 닭벼슬. (어째 좀, 우습당...) = 이재현님은 자기가 썼으면서 왜 스스로 우습다고 했나요? 제가 그 이유를 밝혀 드리죠. 민들레와 닭벼슬은 다릅니다. 너무 당연합니다. 이것이 차이성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비유법이 온전하게 성립되려면 차이성이 있으면서 어느 한 편 유사성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럼, 민들레와 닭벼슬 사이에 유사성이 무엇인가요? 그 인식의 통로 말입니다. 제가 생각해볼 때 유사성을 발견하기 힘들고 그래서 비유가 잘못 되었다는 것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이재현님이 앞부분에서 하도 잘 쓰시기에 아차, 설명할 게 없겠구나 했는데, 이렇게 설명거리 주셔서 고맙습니다.
- 5월의 목련꽃은 밤을 밝히는 호롱불이다. = 이것 역시 차이성은 있되 유사성을 발견하기 힘듭니다. ‘5월의 목련꽃’과 ‘호롱불’ 사이에 어떤 유사성의 통로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못 찾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둘 사이에 유사성이 없어 보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