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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창작교실 | 문장과 표현에 대하여

아동문학창작강의실

by 백연심 2006. 11. 1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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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문학 장르에든 거기에 맞는 문장과 표현법이 요구되고 그 수련 과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어떤 대상이나 행위에 자기의 느낌 따위를 기술하거나 이야기를 진행시키고자 할 때 활용하는 언어 행위가 곧 문장인데, 그 수련이 제대로 되어 있느냐 아니면 미숙 단계에 있느냐 하는 구분이 창작의 성패를 가늠하는 척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글을 쓸 땐 무엇보다도 문장이 바르고 표현이 적절해야 합니다.

동화에서의 문장 구사는 소설 등의 성인 문학에서와는 달리 대상 독자가 주로 어린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러기에 동화 문장은 그 나름의 전문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어느 정도의 제약이 따르는 게 사실입니다.

말하자면, 어린이 독자의 이해 능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어린이 독자의 언어 발달과 정서 함양이라는 교육적 가치 역시 생각해 두어야 합니다.

1. 알기 쉬운 말로 써야

어린이들의 일상용어 안에서 낱말을 선택해야 좋습니다. 주어와 술어가 잘 정돈되어 문맥이 시원스럽게 통하도록 써야 합니다. 곰곰이 따져 보아야 알 수 있는 문장은 잘못입니다. 가급적 주어를 생략하지 말고 앞 부분에 쓰도록 하세요.

주인공 이름 붙이는 것도 알아보기 쉽게 해야 합니다.

2. 건전한 우리말로 써야

한자말을 쓰지 말고 가급적 순수한 우리말로 풀어서 쓰기 바랍니다. 정확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어린이에게 보여주세요. 그리고 저속한 말이나 유행어 따위는 쓰지 마세요. 교육적 의미에서지만, 되도록 표준어로 써 주세요.

3. 문장은 적당한 길이로 짧게 끊어서

센텐스가 짧을수록 이야기 전개에 활력이 생기고 템포가 빨라지는데, 이는 동화에서 주된 특징으로 꼽힙니다. 호흡이 짧은 문장이나 짧은 센텐스의 중첩에서 오는 생동감을 활용해 보세요. 리듬감을 살린 반복 기법을 활용할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유아 동화에서는 문장만으로도 약동하는 힘이 나타나야 합니다.

4. 장식적인 문장은 좋지 않다

그럴 듯한 수식어를 많이 쓰는 것이 문학일까요? 적어도 동화를 쓸 땐 장식적인 문장은 좋지 않습니다. 이미지의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면서 그것은 작가 개인의 언어유희에 불과합니다.

어린이 독자로 하여금 문장에 신경을 쓰게 하려는 태도를 버리세요. 뭔가 있는 것처럼, 현학적 의미에서, 어렵게 쓰려고 하지 마세요. 문장은 생각을 담는 그릇에 불과합니다. 동화는 어디까지나 산문 문학이지 시적인 문장에 의존하려는 태도는 버려야겠어요,

  • 문장을 이상야릇하게 꾸며 쓰려는 태도
  • 근사한 시적 표현으로 쓰려는 태도
  • 너무 기발한 표현을 노리는 태도

이런 점 역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래의 부자연스러운 예들을 보세요. 독자에게 사물 자체보다 문장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는 태도인데, 결코 바른 글쓰기라 할 수 없습니다.

  • 그러고 보니 어느 새 내 몸에선 하늘을 날던 날의 푸르른 희망이 갑작스럽게 일어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 선생님의 귀에 방실이의 뻐꾸기 같은 목소리가 담기는데, 그것이 곧 가슴으로 내려옵니다.
  • 소년의 눈에 흡사 열병 받는 병사들처럼 꼿꼿이 서 있는 무수한 비석들이 와서 박혔다.
  • 가을볕은 심술쟁이 철이를 나무라는 영이의 마음 같았습니다.
  • 그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겨울 철 동화 속 할머니가 있는 화롯가처럼 따뜻함을 잃은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 내 그림자가 나보다 두 배쯤 커졌다가 내 몸과 비슷해지고 이번에는 반대편으로 또 그렇게 커질 때쯤이면 성희가 학교에서 돌아옵니다.

읽어보면, 무슨 말인지 자꾸 신경 쓰이게 하지요? 사실, 알고 보면 별 것이 아닌 데도 말입니다. 문장을 수수께끼처럼 만들어 보이는 것이 문학이라면, 문학이야말로 사람 괴롭히는 것이 아닐까요?

이런 것은 동화에서의 문장으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5. 몇 살 어린이가 독자 대상인가?

어린이는 성인들처럼 일정 수준을 유지하질 않고 연령의 근소한 차이에 따라서도 일상용어의 차이가 뚜렷합니다. 유아 동화를 따로 구분하기도 하고 유치원 동화, 저학년 동화, 고학년 동화 따위의 구분을 짓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동화 창작에 임할 때는 몇 세의 어린이를 주된 독자로 설정할까 하는 고민부터 해야 합니다.

6. 리얼리티가 없는 문장은 안 된다

동식물 이야기를 쓸 때는 그 동식물의 생태를 잘 파악해서 틀리지 않게 써야 합니다. 동화에서의 리얼리티 문제는 참 중요하니까요.

  • 부잣집 아이가 떡을 가져와 찰흙 대신으로 한다는 식의 이야기
  • 조개가 케이블카를 타고 다녔다는 이야기
  • 꽃이 걸어 다닌다는 이야기
  • 물고기가 땅을 기어 다닌다거나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이야기

그 밖에도 동물의 모습, 식물의 생태를 그릇되게 표현하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띱니다. 많은 동화작가들이 의인 동화를 쓰거나 작중에 동물을 등장시키곤(46%) 하는데, 사실 그 동식물들에 대해 관찰과 연구를 제대로 하질 않고 쓰는 경우가 흔합니다. 잘못이 아닐 수 없습니다.

7. 수식을 줄여야

수식을 가급적 줄이고, 낱말을 배열함에 있어 단순하고 간결해야 합니다. 복잡한 문장으로 쓰지 마세요. 주어와 술어를 꾸미는 말은 될 수 있으면 줄이세요. 마디가 있는 문장이나 겹으로 된 문장을 써야할 경우 가급적 단순하게 하여 이해가 쉽도록 써야 합니다.

8. 몇 가지 실제적인 문장들

쓰고자 하는 동화의 내용을 감안하여 서술어를 선택하게 되는데,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대화체와 존칭 어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어린이 독자에게 친근감을 불러일으키고 정서를 함양하고 언어 발달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는 서술식 문장으로 쓰인 동화도 많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 옳다고 볼 수는 없고 오로지 자신의 작품 의도와 대상 독자의 연령에 부합하는 것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① 서술 문장으로 하는 경우

가파른 황토 길이다. 자전거는 잇달아 달그락 달그락 소리를 낸다. 집배원 아저씨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송 맺혔다.
간신히 고개 마루에 올라섰다.

② 존칭 어법으로 하는 경우

몇 산을 넘어온 아지랑이가 진달래 꽃망울을 피워 놓았습니다.
산 전체가 진달래꽃으로 붉게 타고 있습니다.
그 속에 초가집 한 채가 있습니다.
산을 지키며 비탈길을 가꾸는 옥이네 집입니다.

③ 주로 대화체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경우

계단을 오른다.
“엄마? 요즘은 자꾸 노랫소리가 들리네.”
“그래. 바람이 싸늘하게 불고 있구나.”
“바람이 아니라, 노랫소리 말이야. 아이들이 부르는 저 ‘징글벨’하는 소리…….”
“우리 영롱이 춥겠구나.”
“엄마가 옷을 다섯 벌이나 입혀 줬잖아. 계단 잘 밟아. 엄마.”
종로 3가 지하철역 계단을 오르기란 힘겨운 일이다.


 

출처 : http://www.dongsim.net/gnu4/bbs/board.php?bo_table=adong010

동심넷

 

http://www.123pen.com/

동화작가 김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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