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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때리지 마라

좋은 글

by 백연심 2006. 12. 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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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내가 들 수 있는 만큼의 무게가 있다.

지나친 의욕으로 자기가 들 수 없는 무게를 들 수 있다고 과장해서도 안되고,

자기가 들어야 하는 무게를 비겁하게 자꾸 줄여 가기만 해서도 안되고,

자신이 들어야 하는 무게를 남에게 모두 떠맡긴 채

무관심하게 돌아서 있어서도 안된다


김명수 / 역기를 들면서





내가 처음 묵었던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그 청년은

궂은 일을 도맡아했습니다

하루는 저녁무렵,그 청년이 어디서 얻어 입었는지

깡총하게 짧은 다 낡은 베이지색코트를 깨끗이 빨아 입고서

조심스레 내 방문을 두드렸습니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하자

그는 쭈뼛거리며 짧은 소매를 맞잡고 들어왔습니다

그리고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당신은 유명한 배우라지요?

당신 따라 코리아에 갈 수 없을까요?

전 늘 배가 고프고 공부가 하고 싶어요."


눈이 참 맑은 청년이었습니다

내가 이 사람을 어떻게 데려갈 것인가?

얼마나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용기를 냈을 텐데..

어떻게 설명을 하지?

참으로 내가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나는 청년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며 말했습니다

"미안해요 난 당신을 책임질 수 없어요.. 정말 미안해요

하지만 당신을 잊지 않을 거예요."


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갖고 있던 돈 얼마를

공부에 보태라고 주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청년이 아프리카를 떠나는 내게

사탕수수 한 묶음을 선물이라며 내밀고 있습니다

나는 그를 껴안아주었습니다

그도 어색한 몸짓으로 나를 껴안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둘 다 울었습니다.

내 아들보다 어린 청년.........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 난 신에게 기도했습니다

정말 이런 일로 다시는 아프리카에 오지 말게 해달라고.

내가 그 아이들을 찾아 10년 넘게 아프리카를 다니게 될 줄은

그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신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몰랐었습니다

................


'전원일기'녹화를 하다가 밥 먹는 장면이 나와도

굶주림에 지쳐 울지도 못하던 그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럴때마다 내가 이곳에 이렇게 편안히 있어도 좋은가.

보고 와서 방송 한 번으로 끝내도 좋은 곳이었던가 하는 생각에 힘들었습니다


11년 전,미지의 대륙으로 여행을 떠났던 나는

그 여행이 내 남은 생을 지배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영문도 모르고 따라간 아프리카 여행에서 나는 이 한 가지를 배웠습니다


산다는 것은 얼마나 치열하고 힘든 것인가

내게 주어진 한 순간 한 순간들을

무의미하게 흘러가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내 몸이 내 마음이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세계인구를 1백명으로 축소시키면

50명은 영양부족, 20명은 영양실조이며,

한 명은 굶어죽기 직전인데 15명은 비만이다.


한 가슴에 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면 난 헛되이 산 것이 아니리라.

한 인생의 아픔을 달래줄 수 있다면 한 고통을 위로할 수 있다면

난 헛되이 산 것이 아니리라.


한 사람이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앞에 놓고

우아하게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드는 순간

스무 명의 사람이 배고픔을 잊기 위해

밤에 허기진 배 위에 돌을 얹어놓고 자야합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자기 몸의 반이나 되는 물통을 이고

30킬로미터도 넘는 길을 걸어오는 아이들을 흔히 만날 수 있다

만일 내가 비라면 물이 없는 곳으로 가리라.


땅에 내려놓아도 발자국이 생기지 않을 것 같은 이 아이는

'영양 실조'라는 팻말을 목에 걸어주어야 한다

신은 왜 아프리카를 만들었을까,

이렇게 모른 체할 것이라면...


아직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만일 당신이 전쟁의 위험, 고문, 굶주림등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당신은 전세계 5억명의 사람들보다 행복한 삶을 살아온 것이다


사람들은 명상과 자비심에 대해 말하지만

살아 있는 어린 생명들을 눈여겨 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정신이다


만일 냉장고에 먹을 것이 있고 몸에는 옷을 걸쳤고

머리위에는 지붕이 있는 데다 잘 곳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이 세상75%의 사람들보다 잘 살고 있는 것이다


오늘 당신이 하는 좋은 일이 내일이면 잊혀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일을 하라

사람들은 약자에게 동정을 베풀면서도 강자만을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약자를 위해 일하라.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삶의 목표는 행복에 있습니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종교를 믿든 안믿든, 또는 어떤 종교를 믿든

우리모두는 삶에서 더 나은 것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나는 삶의 모든 행위가 행복을 향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김혜자 /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중에서



















Enigma - Return To Innoc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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