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2/이인해-
내 엷은 살갗 위로 오는 빛이여
오후 세 시의 서쪽 창가에
그리운 사람이여,
이 입동의 고요 속에 마주 앉으면
우리들의 가슴 속에 놓이는 난분蘭盆 하나
그 잎새마다 아픔의 시간들은 자라나
이제는 촛불 같은 꽃이 타오르느니
우리 저 향기 속에 죽어도 좋아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 잘 섞이리
그러면 어느 비오는 날에 다시 촉촉이 젖어
한 꽃씨, 발아의 하늘을 열리니
그 회귀의 꿈길에 그대 눈동자가 보이고
이 발길마다 밟히면 어쩔거나
지금
내 엷은 살갗 위로 오는 빛살 같은 그대여
★시와 글벗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