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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구의 시작법 연재 20 -날마다 돌덩이 하나씩만

시창작강의실

by 백연심 2006. 11. 2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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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구 시작법 연재20
 

'자, 떠납시다, 시의 여행을''

2001-07-23  제20강

  
*날마다 돌덩이 하나씩만

<대상 인식>
 '그러지 말고 날마다 돌덩이 하나씩만 먹고살아.'

 친구가 당신에게 한 말입니다. 이제는 어르신들과 다투지 말고, 조용히 살라는 뜻이겠지요? 이때의 돌은 침묵. 침묵이 금이라는 뜻이겠지요.
 당신의 의문이 상상의 날개를 폈습니다.

 '날마다 돌덩이 하나씩 먹고산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바위가 되겠지.'
 '내가 바위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석수장이가 눈독을 들이겠지.'
 '석수장이는 그 바위에 무엇을 새길까?'
 '우리의 꿈과 소망을 이루어 주실 미륵님을 새기겠지.'
 '그러면 미륵님은 어떤 짓을 할까?'
 '우리 민족이 그렇게도 기다리던 정도령 낳아 주겠지.'

 질문과 답을 통한 상상하기입니다.  

<인식내용 정리>
 위의 내용을 친구가 당신에게 당부하는 형식으로 정리해 봅시다. 정리 단계에서도 퇴고는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① 날마다 돌덩이 하나씩만 먹고살아.
 ② 집채만한 바위덩어리가 될 테니까.
 ③ 그러면 석수장이가 미륵님을 새겨 줄지 모르니까.
 ④ 그 미륵님이 정도령을 낳아 줄 지 모르니까.

<형상화, 퇴고>
①,②,③,④를 각각 한 연으로 구성해 봅시다. 이것은 생각의 흐름에 따른 구분입니다.

 1연

 날마다 돌덩이 하나씩만 먹고 살아.

 돌덩이는 '먹는다'는 말보다 '삼킨다'는 말이 더 어울리겠지요? 그렇다면, '먹고 살아''삼키며 살아'로 바꿔야겠지요?

 날마다 돌덩이 하나씩만 삼키며 살아.
 
 '삼키며'를 다시 구체화하여 보면 '꿀꺽 삼키며'로 바꿔도 되겠지요?
 
 날마다 돌덩이 하나씩만 꿀꺽 삼키며 살아.

 한 행이 너무 긴 것 같지요? 행을 나누어 정리해 봅시다.
 
 날마다 돌덩이 하나씩만
 꿀꺽 삼키며 살아.

 2연

 집채만한 바위가 될지 모르니까.

 '집채만한 바위'는 순간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겠지요? 시간이 지나 당신이 먹은 돌덩이가 쌓여 바위가 되겠지요? 그렇다면 시간의 흐름을 암시해 주는 '어느 날'을 덧붙입시다. 1연과 균형을 맞추려면 2행으로 정리해야겠지요?

 어느 날 집채만한
 바위가 될지 모르니까.
 
 3연

 그러면 석수장이가
 미륵님을 새겨 줄지 모르니까.

 접속어 '그러면'은 생략하는 것이 좋겠지요? 지시어나 접속어는 될 수 있으면 생략하는 습관을 가집시다.

 '석수장이'는 어떤 석수장이일까요? 긍정적인 존재일까요? 부정적인 존재일까요? 전체적인 문맥으로 보면 부정적 존재이겠지요? 그렇다면, 어떤 석수장이일까요? '얼빠진 석수장이'.

 얼빠진 석수장이
 미륵님을 새겨 줄지 모르니까.
 
 '미륵님'은 어떤 미륵님일까요? 정리된 내용의 뒤를 훔쳐보면 정도령을 낳아 줄 미륵님이지요? 미륵님을 낳으려면 힘이 좋아야겠지요? 그렇다면, '힘 좋은 미륵님'.

행을 골라 정리해 봅시다.
   
 얼빠진 석수장이
 힘 좋은 미륵님을
 새겨 줄지 모르니까.

 4연

 그 미륵님이 정도령을
 낳아 줄지 모르니까.

 '정도령'을 몇이나 낳아 줄까요? 하나만도 감지덕지. 그런데 시적 자아는 심사가 뒤틀려 있습니다. 말이 곱게 나올 까닭이 없지요? '정도령 한 놈쯤'으로 바꾸어 3행으로 정리합시다.

 그 미륵님,
 정도령 한 놈쯤
 낳아 줄지 모르니까.

 모아 봅시다.

 날마다 돌덩이 하나씩만
 꿀꺽 삼키며 살자.

 어느 날, 집채만한
 바위가 될지 모르니까.

 얼빠진 석수장이
 힘 좋은 미륵님을
 새길지 모르니까.

 그 미륵님,
 정도령 한 놈쯤
 낳아 줄지 모르니까.

 여기에서 돌덩이는 침묵. 시적 자아는 현실에 대해 침묵을 지키며 살고 있을까요? 그래서 바위가 되어 가는 걸까요? 아닙니다. 시적 자아는 현실에 대해 무엇인가를 외치고 있습니다. 꽁꽁 얼어만 가는 세상의 아픔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지 못하게 하는 세상을  비틀어서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풍자입니다.

 sukgu@hitel.net


 

출처:http://myhome.shinbiro.com/~suk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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