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박석구의 시작법 연재 19 -하얀 종이 위에

시창작강의실

by 백연심 2006. 11. 20. 13:53

본문

박석구 시작법 연재19
 

'자, 떠납시다, 시의 여행을''

2001-07-16 제19강

  
* 하얀 종이 위에

<대상인식>
 하얀 종이 위에 당신의 이름을 적었습니다. 당신의 이름 곁에 가족들의 이름을 적었습니다. 친척들의 이름을 적었습니다. 친구들의 이름을 적었습니다. 이름들이 종이에 가득 채워졌습니다. 수많은 이름들이 당신의 이름을 맴돌았습니다.

 이젠 적었던 이름들을 하나 둘 지워갔습니다. 종이는 점점 비어 갔습니다. 마지막 남은 것은 당신의 이름. 당신의 이름 마저 지웠습니다. 텅 비어 버린 종이 한 장만 남았습니다.

 종이를 불에 태워 버렸습니다. 한 줌도 안 되는 재만 남았습니다. 그 재를 바람에 날려 버렸습니다.

 언젠가 낙서했던 내용을 떠올리며 그 때의 상황을 수필을 쓰듯 옮긴 것입니다.

<인식내용 정리>
 당신의 마음을 섞지 말고 거울이 되어 인식된 내용을 그대로 옮겨 보십시오. 그러나 소재의 선택은 당신의 자유입니다. 시적 자아는 '나'가 되어야겠지요?

 ① 하얀 종이 위에 나의 이름을 적었습니다.
 ② 가족들의 이름을 적었습니다.
 ③ 친구들의 이름을 적었습니다.
 ④ 이젠 적었던 이름들을 하나씩 둘씩 지웠습니다.
 ⑤ 마지막 남은 나의 이름을 지웠습니다.
 ⑥ 텅 비어 버린 종이 한 장만 남았습니다.
 ⑦ 그 종이마저 불에 태웠습니다.
 ⑧ 한 줌 안 되는 재만 남았습니다.
 ⑨ 바람에 흩어지는 재를 보았습니다.

<구성>
 이 내용들을 사건의 진행에 따라 연을 나누어 봅시다.

 ①을 2행으로 하여 1연, ②와 ③을 2행으로 하여 2연, ④를 2행으로 하여 3연, ⑤를 2행으로 하여 4연, ⑥을 2행으로 하여 5연, ⑦을 1행으로 6연, ⑧과 ⑨를 7연으로 구성해 봅시다. 한 행으로 된 것을 두 행으로 나누는 것은 각 연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입니다.

 하얀 종이 위에
 나의 이름을 적었습니다.

 가족들의 이름을 적었습니다.
 친구들의 이름을 적었습니다.

 이젠 적었던 이름들을
 하나씩 둘씩 지웠습니다.

 마지막 남은
 나의 이름도 지웠습니다.

 텅 비어 버린 종이
 한 장만 남았습니다.

 그 종이마저 불에 태웠습니다.

 한 줌도 안 되는 재만 남았습니다.
 바람에 흩어지는 재를 보았습니다.

 이것도 고백을 바탕으로 한 독백적 진술이 되었군요. 시는 마음 속의 느낌이나 생각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의 특성 때문에 많은 시의 표현 방법이 고백적 진술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상화, 퇴고>  

 1연

 하얀 종이 위에
 나의 이름을 적었습니다.

 '적었습니다'를 생동감을 주기 위해 현재형으로 '적어 봅니다'.

 2연

 가족들의 이름을 적었습니다.
 친구들의 이름을 적었습니다.

 1연과 마찬가지로 '적었습니다''적어 봅니다'.
 
 3연
 

이젠 적었던 이름들을
 하나씩 둘씩 지웁니다.

 '지웁니다''지워 봅니다'.
 
 4연

 마지막 남은
 나의 이름도 지웠습니다.

 마찬가지로 '지워 봅니다'.

 5연

 텅 비어 버린 종이
 한 장만 남았습니다.

 여기에서 '종이'가 나타내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삶의 흔적을 나타내는 말. 삶의 흔적은 어떻게 남을까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시의 전체적 분위기로는 삶의 애환이 '얼룩 진' 모양이겠지요, 이름들이 지워진 종이처럼? 그럼 묻습니다. 종이는 어떤 종이입니까? 수식어로 꾸며 구체화하여 봅시다.
 
 텅 비어 버린
 얼룩진 종이 한 장만 남았습니다.

 1행과 2행이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지요? 이것을 변화를 주어 봅시다. 그러기 위해 서술어를 생략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그런데 연의 변화를 줄 때는 시를 전체적으로 살펴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텅 비어 버린
 얼룩진 종이 한 장

 6연

 그 종이마저 불에 태웠습니다.

 '태웠습니다'를 현재형으로 '태워 봅니다'로. '종이'라는 말이 앞에서 쓰였으므로 동어반복을 피하기 위해 생략합시다.

 불에 태워 봅니다.

 7연

 한 줌도 안 되는 재만 남았습니다.
 바람에 흩어지는 재를 보았습니다.

 1행과 2행을 순서를 바꾸어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어떨까요? 그리고 '재를 보았습니다''재를 봅니다'로 바꿔야겠지요?   

 바람에 흩어지는
 한 줌도 안 되는 재를 봅니다.

 모아 봅시다.

 하얀 종이 위에
 나의 이름을 적어 봅니다.

 가족들의 이름을 적어 봅니다.
 친구들의 이름을 적어 봅니다.

 이젠 적었던 이름들을
 하나씩 둘씩 지워 봅니다.

 마지막 남은
 나의 이름도 지워 봅니다.

 텅 비어 버린
 얼룩진 종이 한 장

 불에 태워 봅니다.

 바람에 흩어지는
 한줌도 안 되는 재를 봅니다.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시가 되었습니다. 삶의 결과는 어떻게 보면 얼룩진 종이 한 장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엉켜 살다가 다시 혼자 되어 떠나야 하는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여행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떠돌고, 울고, 미치는 것이 아닐까요?
 시가 쉽게 쓰여졌지요? 그러나 쉽게 쓰여졌다고 좋지 않은 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쉽게 쓰여진 시가 자연스럽고 부담이 없어 더 좋은 때가 많습니다.

 sukgu@hitel.net


                                                            지난강좌    ▶다음강좌

    

 

출처:http://myhome.shinbiro.com/~sukgu/

 

 

울 님들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 잘 나와있네여.. 시는 시다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쉽게 쓰는 연습부터 해 보는것도 좋겠져..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장주현님(koik7)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