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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죽도록 사랑해서 / 김승희

해설이 있는 시

by 백연심 2008. 2. 23.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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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사랑해서
김승희 
죽도록 사랑해서
죽도록 사랑해서
정말로 죽어버렸다는 이야기는
이제 듣기가 싫다
죽도록 사랑해서
가을 나뭇가지에 매달려 익고 있는
붉은 감이 되었다는 이야기며
옥상 정원에서 까맣게 여물고 있는
분꽃 씨앗이 되었다는 이야기며
한계령 천길 낭떠러지 아래 서서
머나먼 하늘까지 불지르고 있는
타오르는 단풍나무가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로
이제 가을은 남고 싶다
죽도록 사랑해서
죽도록 사랑해서
핏방울 하나하나까지 남김없이
셀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투명한 가을햇살 아래 앉아
사랑의 창세기를 다시 쓰고 싶다
또다시 사랑의 빅뱅으로 돌아가고만 싶다
- 김승희 시집『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세계사) 중에서

 
1952년 광주 출생
서강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대학원에서 국문학으로 전공을 바꾸어 <이상 시 연구>로 박사학위
현재 서강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중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
시집「태양 미사」「왼손을 위한 협주곡」「달걀 속의 생」「어떻게 밖으로 나갈까」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등
산문집「33세의 팡세」「남자들은 모른다」, 소설집「산타페로 가는 사람」,
「왼쪽 날개가 약간 무거운 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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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죽도록 사랑한다“는 어찌 보면 지극히 불합리한 말일 것이다.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데 왜 하필이면 죽는다는 것이냐
오랫동안 사랑하는 이의 시선 안에 머무는 붉은 감이 되고,
푸른 날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분꽃이 되고 싶은 마음, 
산산첩첩을 꽃불처럼 타오르는 단풍나무가 되고 싶은 
그런 마음이 사랑의 본령일 것이다. 
시리도록 아름다운 가을 햇살 아래에서 창세기를 써내려가듯 
‘사랑의 밀서“를 쓰고 싶은 마음, 그런 것이 사랑일 것이다. [양현근]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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