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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풍경의 무게 / 전기철

해설이 있는 시

by 백연심 2008. 2. 2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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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무게 / 전기철


세상 속으로 걸어가면
호주머니에서 십원짜리 동전들이
궁시렁거리며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발자국보다 먼저
소리치는 동전이 귀찮아
조심조심 걷는다.
두리번거리는 눈빛보다
철렁, 먼저 걷는 동전들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미끈한 십원짜리를 만진다.
다보탑이 차갑다.
몇 번 쓰다듬은 후
걷는다. 소리치는 동전들
다보탑끼리 보듬으며
땀을 흘리는 십원짜리들
업고 업힌다.

-시집'아인슈타인의 달팽이'(문학동네)중에서

옛말에 '자식을 앞세우고 가면 배가 고파도 돈을 품에 지니고
가면 듣든하다' 했건만 어찌하여 저 돈은 성가신 천덕꾸러기가
되었을까. 저래도 국보20호 다보탑까지 새겨진 빛나는 몸이 아
니신가. 한 때 저 동전 몇 개면 버스도 태워 주고, 과자도 먹여
주고, 공중전화기 저 너머 따뜻한 목소리도 들려 주었으리라.
더는 '실용'이 되지 못하고 '무게'만 남은 누런 화폐가 하릴없
이 호주머니 속에서 부대낀다. 쥐도 물어가지 않는 차가운 쇳
덩이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쉬 버릴 수 없는 것은 저 속에 뜨거
운 인간의 체온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시인 반칠환

*동아일보. 2007년9월 28일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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