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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여름 한때 / 조성국

해설이 있는 시

by 백연심 2008. 1. 2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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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때 / 조성국


가문 마당에
소낙비 온 뒤
붉은 지렁이 한 마리
안간힘 써 기어가는
일필휘지의 길
문득
길 끝난 자리
제 낮은 일생을
햇볕에 고슬고슬하게 말려
저보다 작은 목숨의 개미 떼
밥이 되고 있다

-시집 '슬그머니'(실천문학사)중에서

[해설]
어떤 고승이 저처럼 가혹한 수행을 하였으랴.
눈도 버리고, 귀도 버리고, 코도 버렸다.거추장
스러운 손발도 떼어 버린 지 오래다. 아무리 아
름다운 꽃과 음악과 산해진미도 저이를 유혹할
수 없다. 365일 컴컴한 토굴 속에서 흙을 베껴
흙 속에 썼다고 한다. 우리 딛고 선 땅이 숨 쉬
는 이유는 그 때문이라고 한다. 꽃나무에 꽃 피
고 가지에 새 우는 이유는 그 때문이라고 한다.
저 고승은 화장도 사치라 여겨 충장(蟲葬)이나
조장을 치른다고 한다. 남김없이 '나'를 던져
'너'가 된다고 한다.-시인 반칠환

*동아일보. 2007년 6월 29일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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