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 조말선 오븐의 채널이 정각에서 멎는다 늦은 아침이 다 구워졌다 꽃나무 밑에서 놀던 적막은 바싹 익었다 밀가루에 버무려진 세상이 거짓말같이 부풀어오르는 시각 우체부가 벌겋게 달아오른 우체통을 열고 뜨거운 편지를 꺼낸다 삼십 분전에 넣은 편지가 벌써 익다니! 생의 한나절을 다 읽기도 전에 나는 또 숙성되었다경남 김해 출생 199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및 <현대시학>으로 등단 2001년 <현대시 동인상> 수상 ===================================== [감상] 뜨거운 정오를 지나자마자 나는 바짝 구워졌다 이제 그대의 손이 닿는 순간 한 없이 깊게 달아오를 것이다 뜨거운 울음을 내 뱉을 것이다. 편지의 절반도 읽기 전에 벌써 노릇노릇 구워지다니 생의 한 나절을 지나오는 동안 나는 또 얼마나 빨리 숙성된 것인가 참으로 부질없다. [양현근]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메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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