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시간 2
김성춘
나는 지금 저녁노을을 보고 있다. 선도산에
막 도착한 저 老子. 빈손이다 서쪽하늘의 물소리다.
더 낮추게, 더 간절해지게 중얼거리는 소리.
물소리에서 꽃향기가 번진다.
老子가 빈손을 저으며 저무는 숲쪽으로 오래오래 걸어갔다.
나도 老子의 손을 잡고 산꿩 우는 숲길을 오래오래 걸어갔다.
텅 비었다.
더 할말이 없다.
부산 출생
부산대 교육대학원 졸업
1974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비발디 풍으로 오는 달> <수평선에게 전화를 걸다> 등 다수
경남도문화상, 제1회 울산문학상. 한국문협 동리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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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선도산은 실재하는 산이 아니라 마음 속의 산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꿈꾸는 이상향인지도 모른다.
선도산에 먼저 도착한 노자가 우리에게 말한다
‘더 낮추게, 더 간절해지게‘
나를 텅 비워 더 이상 비울 것이 없을 때까지
비우고, 낮추고, 한 없이 간절해질 때만이
선도산에 도착할 수 있다고,
이상향을 꿈꿀 수 있다고,
서쪽 하늘의 물소리처럼 비우라고
마음을 비우라고, 중얼거린다.
마음을 비우겠는가...
전생도 후생도 아닌 그대 지상의 시간
그 욕심 한 가운데... [양현근]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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