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스크랩] 옆으로 걷는 게 / 강기원

해설이 있는 시

by 백연심 2008. 1. 28. 14:35

본문

옆으로 걷는 게 / 강기원 (1957~ )


생선시장 톱밥상자에서 떨어진
꽃게 한 마리
갯벌내 나는 하수구를 향해 급히 간다

삼백육십 도 회전하는 게의 눈
게의 나라에
옆으로 걷는 게는 없지

내 눈은 양껏 밀고 당겨 백팔십 도
이런 날 보며 게가 뭐라 할지 알 수 없지만
거품 뿜으며 바삐 가는 그에게
이렇게 부탁해본다
게야, 시 쓰는 내게
네 눈을 빌려주련?


[해설]
인간적 기준으로 볼 때 눈을 삼백육십도로 회전하거나
앞으로 걷지 않고 옆으로 걷는 게는 비정상적이다. 하
지만 일견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게의 눈이나 발걸음 역
시 제 나름의 창조적 진화와 자연선택을 거쳐 오늘의 모
습을 갖춘 것만은 분명한 사실.

특히 반쪽만이 아닌 전체를 개관할 수 있는 게의 눈은 어
떤 면에서 인간의 눈보다 오히려 우월한 기능을 가질 수도
있는 것. 사람의 손아귀에서 겨우 빠져나와 급히 하수구로
달려가는 게는, 양자택일적인 인식이나 논리에 빠져있는 인
간중심적 편견과 오만을 꾸짖는 듯 하다 - 시인 임동확

-광주일보17155호-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메모 :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