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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반달곰 / 심호택

해설이 있는 시

by 백연심 2008. 1. 2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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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 / 심호택(1947~ )


녀석이 옹달샘에 나타나
석간수를 찍어 맛보고
찔레꽃 봉오리를 톡톡 건드리면
숲은 서서히 요동하는 것이었다
그럴라치면
웬 변성기의 뻐꾸기 한 마리
퍼들껑 깃을 치며 깨어나
죽겠네 살겠네
볼멘소리로 울어대는 것이었다
저 새가 벙어리뻐꾸기라고
천만에 검은등뻐꾸기라고
계룡산 처사와 모악산 거사는
서로들 우기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워워! 혀짜른 네 음절로
아무렇게나 우는 것을
녀석은 숲을 깨운 일만이 대견해
그 벙어린지 검은등인지
큰일이 났다고 자지러지건 말건
유유히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등성이를 오르는 것이었다


[해설]
반달곰이 단지 옹달샘에서 석간수를 한 번 찍어 맛보거나
찔래꽃 봉오리를 가볍게 건드려봤을 뿐인데도 온 숲이 요
동친다. 그 어느 것 하나 고립되어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하나의 작은 울림이 종내 큰 울림으로 발전한 까닭이다.

그 속에서 화들짝 놀라 일어난 뻐꾸기가 벙어리인지 검은등
의 뻐꾸기인지 가늠하며 다투는 건 부질없는 일, 반달곰이나
뻐꾸기, 처사나 거사를 가릴 것 없이 이미 한 덩어리가 된
공명(共鳴)속에 하나가 되어 있다 -시인 임동확


-광주일보 17156호-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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