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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낮은 굴뚝

해설이 있는 시

by 백연심 2008. 1. 2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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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굴뚝 /황명걸 (1935~ )


섬진강 따라 구례땅 문화 유씨 종가
운조루에는 별난 굴뚝 '낮은 굴뚝'이 있네
규모는 양반 댁인데 품위와는 달리
죽담 아래 엉성하게 가래굴이 뚫려 연기를 내는
굴뚝 없는 굴뚝 '낮은 굴뚝'이
연기를 바닥으로 낮게 까네
끼니때 잇지 못하는 가난한 이웃에게 송구스러워
밥 짓는 연기를 집 밖으로 피워내지 못하고
잔뜩 몸을 낮추어 바닥을 기네
염치를 알아 부끄러움을 무릅쓰는
운조루 주인의 민본정신
안주인도 바깥주인을 좇아 조신하게
바람 쏘이고 싶으면 안채 다락에 올라
바라지창 열어 풍광을 맞았다네
그러므로 구례를 찾는 관광객은 무릇
사대부가 고택의 품격 높은 모양새보다는
운조루의 귀한 인의를 배워 갈 일
망칠의 나야 그 깨우침을 놓쳐서는 아니 되리


[해설]
오늘날 유교정신을 '죽은 개' 취급을 하지만, 운조루의
'낮은 굴뚝'을 보면 그럴 일만은 아니다. 무수한 내부모
순과 갈등에도 불구, 조선조가 오백년 동안 유지 될 수
있었던 원천은 가난한 이웃에게 밥짓는 연기를 내보이지
않으려 굴뚝을 대나무 담 아래로 뚫었던 것에서 보여주는
섬세한 아음 씀의 개인 윤리.
법치보다 예치(禮治)를 통해 사회 전체의 화합을 도모하
며 나름대로 합리성을 추구하며 인의(仁義)의 정치를 구
현했던 데에 있을 지도 모를 일. 특히 운조루로 대표되는
양반가의 '노블리스 오블리제'일 민본주의는 지금 여기의
사회에도 유효한 유교적 덕목 중의 하나다.- 시인 임동확


-광주일보.17206호-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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