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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순례기 / 신달자

해설이 있는 시

by 백연심 2008. 1. 2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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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기 / 신달자 (1943~ )


사도(使徒)처럼
일상의 비늘을 툭툭 털고
너를 향해 달려가면
모든 길들은 모두 성지(聖地)다
어둠이 뱀처럼 몰려와
내 발목을 휘감아 당겨도
내 두 발은 이미 너의 것
내 사랑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사도처럼 나 오직 한 길을 간다
걸어 걸어 날마다 스물네 시간
하루를 남은 전 생애처럼
경건히 널 향해 가노라면
어둠이 낳아 기르는 짐승도 무섭지 않아
지상에 가질 것은 너 하나다
오늘은
물 위를 걸어도 빠지지 않는다
널 향해 가는 길은 어디라도 성지다


[해설]
사랑의 빛 속에서 일상은 그저 툭툭 털어 내야 할 비늘 같은
이물질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이상으로
반짝이는 사랑의 복음은 뱀처럼 몰려와 발목을 휘감는 어둠마
저도 큰 장벽으로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결코 만족을 모르는
사랑의 활력과 격정은 그만큼의 위험과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
순례의 길 어디라도 성지로 여기도록 부추긴다. 오직 지상에서
가치 있는 것은 사랑뿐이라는 맹목이 한순간이나마 환멸의 현
실을 지고한 성소(聖所)로 둔갑시킨다-시인 임동확

-광주일보 제17220호-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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