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감아 봐. 알려달라며... 집중해야 돼. 바닷물에 반사된 달빛이 얼굴에 느껴져? 귓가를 스치는 바람이 느껴져? 같이 놀아달라고 장난치는 것 같지 않아? 이 모든 걸 다 같이 느껴봐.
이런 거였구나. 내가 몰랐던 세상이...너무 좋다.
ㅡ 아 치과...왠일이야?
할 말 있어.
오랜간만이다. 병원은 잘 돼?
저번에 두식씨 나한테 좋은 친구가 되자고 했었지?
그...연락이나 좀 하고 오지, 어...차 한 잔 줄까?
나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나 두식씨랑 친구되기 싫어. 나랑 두식씨는 절대로 친구가 될 수 없어. 그러니까 이제 두식씨랑 나랑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야. 암튼 두식씨랑 나랑은 이제 친구도 뭐도 아니니까 술 한 잔 생각나도, 힘든 일 생겨도 심심하고 외로워도, 죽도록 아파도 절대로 나한테 연락하지마. 그 말 하려고 왔어.
우리...술 한 잔 하자. 니가 불쑥 찾아와서 술 한 잔 먹고 싶다면 어떡하나, 걱정을 많이 했어. 그래서 다시 오면 마실려고 준비 해 뒀는데. 가게 싶지 않게끔 해 주고 싶어서, 니가 좋아하는 걸 준비해 주고 싶... 혜진아...너하고 술 한 잔 할 수 있을까?
...언제든지.
ㅡ 두식씨!
응.
예전에 내가 물어봤던 말 기억나?
뭐?
두식씨가 만든 그 배, 왜 바보처럼 언덕 위에 올려놨냐고?
으음...그냥 바다에 내려놓으면 저혼자 가버릴 거 같더라고. 이상하게 내가 사랑하기만 하면 모두가 떠나버리더라. 부모님도 키워주신 할아버지도... 난 그냥 옆에 있어주기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