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 아비의 사랑

좋은 글

by 백연심 2006. 11. 27. 15:39

가시고기 아비는 입이 있어도
말하지 않는다 할 말이 많이 있어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어린 아이들을 보호할뿐
어린 아이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줄 뿐
말하지 않는다
묵묵히 아비의 노릇을 할뿐

그것이 아비로서의 사랑이라는
말조차도 하지 않는다 사랑이 가슴 속에
있다는 말조차도 하지 않는다
다만 어린 아이들의 먹이를 위하여
제 일생을 모두다 소진할뿐
모두다 소진하고 드디어 죽을뿐
죽음에 대하여 말하지도 않는다

묵묵히 아비의 노릇을 할뿐

가시고기 아비는 눈물이 있어도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어린아이들에게 제 살을 먹일뿐
산산히 부서져 제 살을
아이들에게 먹일뿐
아픔이 있어도 아픔을 말하지 않는다
묵묵히 아비의 노릇을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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