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구 시작법 연재23
2001-07-26 제23강 <대상인식>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이야기를 옮겨 놓은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시는 신비스럽고 남다른 소재를 바탕으로 써야 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몇 번을 말했지만 시는 신비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평범한 삶의 이야기를 노래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①이 산 저 산을 뒤지고 파헤치며 뽑아 온 난초들이 하나 둘 시들어 죽어 가던 날. ②큰놈이 넌지시 질문을 한다. ③'아빠, 난초는 왜, 뽑아 왔어요?' ④'이렇게 죽일라면서 왜, 뽑아 왔어요?' ⑤나는 말문이 막혀 먼 산을 보다가 부끄러운 마음으로 아들에게 약속을 했다. ⑥'다시는 이런 일 않겠다.'고. <구성> 이산 저 산을 뒤지고 파헤치며 아빠, 난초는 왜, 뽑아 왔어요. 나는 말문이 막혀 하늘 보다가 <형상화, 퇴고> 이 산 저 산을 뒤지고 파헤치며 4행의 '큰놈이 넌지시 질문을 한다.'를 '큰놈이 넌지시 말을 던진다.'로 바꾸어 봅시다. 그 질문은 돌팔매와 같이 당신에게 충격적인 것이었으니까. 이 산 저 산을 뒤지고 파헤치며 2연은 아빠, 난초는 왜, 뽑아 왔어요. 3연 나는 말문이 막혀 하늘 보다가 1행의 '나는' 이미 서정적 자아가 나임이 전제된 내용이니까 생략하고 대신 '그만'이라는 시어를 첨가합시다. 그만 말문이 막혀 하늘 보다가 2행의 '부끄러운 맘으로'를 구체화하여 봅시다. 부끄러워지면 어떻게 됩니까? 낯이 붉어지지요? 그럼 '낯붉히며'로. 이것도 정리하면, '낯붉히며 아들에게 약속을 했다.' '아들'은 '꼬마'로 바꾸면 어떨까요?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아들이 귀엽지 않습니까? 그만 말문이 막혀 하늘 보다가 3행의 '이런 일'은 좋은 일입니까? 나쁜 일입니까? 나쁜 짓이지요? 그렇다면, '이런 짓'으로 바꿉시다. 그만 말문이 막혀 하늘 보다가 앞으로 산에 가면 무엇을 하고 오겠습니까? 좋은 나무를 캐어 오겠습니까? 난초를 뽑아 오겠습니까? 꽃을 꺾어 오겠습니까? 그냥 산만 보고 와야겠지요? 그렇다면, '산에 가면 산만 보고 오겠다.'고 약속을 해야겠지요? 다시 묻습니다. 누구에게 약속을 했습니까? 당신에게 했지요? 여기에서 당신은 서정적 자아인 '나'가 되겠지요? 그러나 아들이 알아서는 안됩니다. 당신과의 약속이니까. 정리하면, '아들 몰래 나에게 약속을 했다.' 모아 봅시다. 산에 가면 산만 보고 오겠다고 이것을 4연으로 하여 덧붙여 모아 봅시다. 이 산 저 산을 뒤지고 파헤치며 아빠, 난초는 왜, 뽑아 왔어요. 산에 가면 산만 보고 오겠다고 어떻습니까? 아들의 천진무구한 질문에 양심선언을 한 아버지의 모습이. 삶은 이렇게 다시 태어나며 사는 것이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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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myhome.shinbiro.com/~suk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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