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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수정 강좌] 11. 설명과 비논리성 - 박제천

시창작강의실

by 백연심 2006. 11. 1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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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수정 강좌] 11. 설명과 비논리성 --- 박제천

 

11. 설명과 비논리성   -박제천

쫇 대상 작품

풍경화

1* 내 방 창문을 열고 내다보면
2* 그림이 창문 너머로 끝없이 이어져 보인다
3* 하얀 알루미늄 창밖에 서 있는 은행나무 한 그루를 지나
4* 동네 가운데로 난 골목길 옆으로 이웃집 낮은 지붕을 따라가 보면
5* 저만큼 북한산이 우뚝 서 있고 북한산 너머 너머로
6* 파란 하늘이 파랗게 이어져 있다
7* 세상은 이처럼 끝없이 가는 걸까
8* 문득, 어린아이처럼 세상이 신기로워
9* 두 발을 가지런히 모은 나의 다리가 신기로워
10*작은 발 아래 누운 그림자가 신기로워
11*물 속에서 물빛으로 이어지는 생각이 출렁인다
12*안에 갇힌 눈동자는
13*언제나 밖의 풍경을 그리는 것일까
14*창 밖으로 펼쳐진 그림을 들여다 보는
15*창문 이쪽에 사는 커다란 내 눈에
16*그림 저편 하늘이 들어와 흔들린다
17*내가 아는 빛깔 몇 개
18*내가 외울 수 있는 나무 이름 수십 개
19*스쳐지나간 얼굴까지 포함한 만남 수백개 너머로
20*지금도 끝없이 이어져가는 풍경들
21*창 밖에 뜬 하늘이 나를 부르듯
22*빨강은 파랑을 보고 제 빛을 깨닫고
23*기쁨으로 뛰어가는 햇살 그리며 슬픔의 빗방울 땅 위로 흘러간다
24*내 눈 속에 비친 세상은 이렇듯 끝없이 이어지고
25*그리움 속에 사는 나는
26*그 무엇을 그리며 가는 것일까



쫊 평설


위의 시는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느낌이나 생각들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행을 갈라 놓았을 뿐이지 산문과 다름없는 부분들이 눈에 많이 띈다. 또 설명적인 구절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문장의 논리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이 시의 가장 큰 난점으로 설명과 비논리성을 지적할 수 있다.

1행에서 6행까지의 설명은 소설이나 수필과 같은 산문에서나 쓸 수 있는 것으로 시에서는 군더더기다. 시의 특징은 바로 짧은 형식에 있으므로 시를 쓰게 된 배경까지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꼭 필요하다면 두드러지지 않게 한 단어나 한 행 정도로 줄여 넣어주는 것이 좋다.

이제 비논리성에 대해 지적해 보자. 9행과 10행의 다리와 그림자 다음에 11행에서 갑자기 물이 등장한다. 다리와 그림자와의 연관성은 이해되지만, 방안 어디에 물이 있으며 그것이 작자의 다리와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 도대체 알 수 없다.

21~23행 역시 앞 뒤 문맥이 서로 상통하지 않는다. 하늘과 빨강과 파랑색, 햇살과 빗방울이 어떤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지, 즉 어떤 뜻을 내포하고 있는 비유나 상징성을 띠고 있는지 오리무중이다. 더구나 기쁨으로 뛰어가는 햇살은 화창한 날씨의 이미지인데 빗방울이 함께 내린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시에 들어 있는 소재를 살펴보자. 창문―다리궊け琉꼭汶す가ごサ오汶で求찼ず兮咫こすァぞ茶샥で憑議ず篇嚥?nbsp; 등이다. 이 많은 소재들이 하나의 이미지로 꿰어지지 않는다. 통일된 이미지, 즉 초점이 없는 글이다. 단지 마지막에 가서 ‘그리움’이란 시어가 등장하는데 이것이 바로 작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일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작자는 ‘그리움’이라는 시어를 항상 염두에 두고 모든 소재를 그쪽 방향으로 다시 몰아가야 한다. 이 시가 이렇게 실패한 이유는 시란 감정의 산물이라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분출되어 나오는 느낌이나 생각을 여과하지 않은 채 그대로 옮겨 적었기 때문이다. 초심자의 경우, 마음에서 쏟아져나오는 그대로를 옮겨 적은 후에 그것을 다시 다듬고 압축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한 작업을 오랫동안 거듭한 후에야 자신의 감정을 여과하여, 그때그때 시로 옮겨적을 수 있는 힘이 길러지게 된다.


이때 주의해야 할 일은 시에서의 압축이란, 큰 것을 작게 뭉쳐내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서 많은 것을 읽어내는 힘을 가리킨다는 점이다. 즉 독자가 볼 때 압축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지, 시인이 뭉뚱거려 부피를 줄이는 게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러므로 시의 대상 자체를 단출하게 잡아야 한다. 전체보다는 부분적인 데 초점을 잡아,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낸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 시는 불필요한 부분을 모두 제거하고 작자의 생각을 차근차근하게 다시 정리하는 작업부터 해야 할 것이다. 아래 수정된 시는 구조상 기·승 부분에 해당한다. 전·결 부분은 작자 자신이 이끌어나가기 바란다.


쫈 수정



풍경화

창문을 열면
끝없는 그림이 하늘까지 이어져 있다
안에 갇힌 눈동자는
언제나 밖의 풍경을 그리워하는 것일까
두 발을 가지런히 모우고
어린아이처럼 세상을 내다본다
내가 아는 빛깔 몇 개
내가 외울 수 있는 나무의 이름들
내 눈에 비친 세상은 이렇듯 끝없이 이어지고
산 너머 푸른 하늘에는
스쳐 지나간 얼굴이 나를 부르고 있다

 

 

출처:http://www.poemworld.co.kr/포엠월드 창작실기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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