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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수정 강좌] 12. 표현과 설명 -박제천

시창작강의실

by 백연심 2006. 11. 1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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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www.poemworld.co.kr/포엠월드 창작실기강좌

 

[시 수정 강좌] 12. 표현과 설명 ---박제천

 

12. 표현과 설명   -박제천

쫇 대상 작품

새벽 번개

1* 잠들어 있는 것들 위로
2* 불기둥이 떨어져 내린다
3* 가늘고,굵게
4* 길고 혹은 짧은
5* 기둥들이 여기저기서 부서져 내렸다
6* 불 속에 선
7* 은행나무가 어두운 노랑빛을 띠고 있다
8* 땅에 떨어져 내 발에
9* 밟히는 은행잎이 말했다
10*털어 버려라 털어 버려라
11*죽은 세포는
12*나는 누렇게 바래고
13*벌레먹은 내 생각의 잎사귀
14*한 잎도 떨쳐내지 못한다
15*신새벽 떨어지는
16*불기둥 속에 서서
17*가늘고 잘게 쪼개져
18*잎 버리고 또 버리며
19*쑥쑥 자라나는 한 그루
20*나무로 태어나고 싶다



쫊 평설


표현과 설명은 다같은 서술이지만, 서술이 그 내용을 변화시킬 때 표현이 되고 그 내용을 되풀이할 때는 설명이 된다.

이 시의 1행에서 5행까지는 제목에서 나타난 새벽 번개에 대한 설명이다. 여기서는 비유법에 의한 어떤 감동이나 상징성이 나타나 있지 않다. ‘불기둥’이라는 낱말이 ‘은행나무’와 직접적인 연결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번개’라는 낱말만이 들어 있지 않을 뿐이지, 그 설명에 지나지 않는다. 처음 부분에서 이렇게 시작된다면 독자들의 흥미나 관심을 끌 수 없다.

따라서 이 시는 6행부터 시작되어야만이 긴장감을 줄 수 있다. 1행에서 5행까지도 은행나무를 통해 새벽 번개가 치는 상황을 전달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수정된 작품에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눈여겨 보기 바란다.

퍼스나(화자)에 대해서 분석해 보자. 이 시의 퍼스나는 두 명이다. 처음 은행나무가 퍼스나로 등장하였으나, 시의 진행 중에 슬그머니 두번째 퍼스나인 시인이 개입해 은행나무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초심자의 시작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결점이자, 시를 망치는 치명적인 실수이다. 초심자는 시에서는 언제나 단 하나의 퍼스나만 있어야 한다고 믿어야 한다.


퍼스나란 시인이 작품 속에서 다른 사물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좋은 표현법이다. 작자가 다른 화자를 선택하여, 그 화자로 하여금 자신의 이야기를 대신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듯 시인의 말과 사물의 발언이 병행하는 것을 이중구조라 하는데, 주의할 점은 둘 중 하나는 노출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는 이중구조를 통하여 더욱 입체적이 되고 상징성을 갖는다. 또 작자가 직접 화자가 되어 이 시에 개입하는 것보다 객관성을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므로 이 시는 은행나무를 화자로 내세워 퍼스나를 하나로 통일하여야 한다. 시의 이중구조라는 것은 한 편의 시 속에 두 개의 퍼스나가 등장하여 서로 얽혀 있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시에 있어서 시제라는 것은 허구적인 것이다. 과거에 있었던 일, 혹은 미래에 생길 일까지 모두 지금 현재의 심정으로 쓰는 것이다. 이 허구적인 현재를 논리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시제를 통일해야 한다. 한 편의 시에서 과거, 현재, 미래까지 여러 가지 시제가 쓰여질 때도 있으나, 그것은 작자의 특별한 의도가 있을 때에 한한다. 초심자는 특히 시제를 과거형이든 현재형이든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

이 작품의 시제를 보자. 처음에는 2행의 ‘∼내린다’로 현재형이었으나 5행에서는 ‘∼내렸다’로 과거형이 되었다. 9행에서는 ‘말했다’로 과거형, 14행과 20행에서는 현재형이다. 이렇게 시의 시제가 제멋대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 독자들에게 내용에 대한 혼돈을 줄 수 있으며, 시작(詩作)에 대한 무성의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된다.

10행에서 12행까지를 읽어보면 어디까지가 은행나무잎의 이야기인지 작자의 이야기인지가 불분명하다. ‘죽은 세포는’과 ‘나는’이 동격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죽은 세포는’을 ‘죽은 세포를’로 고치든지, 아니면 화자가 바뀌는 것을 분명하게 해두어야 한다.



쫈 수정

새벽 번개

길고 짧게, 혹은 가늘고 굵게
불기둥들이
은행나무 머리 위로 부서진다
불 속에 잠든 은행나무가
어두운 노란빛으로 깨어난다
털어버리자, 털어버리자
누렇게 바래고
벌레먹은 생각들,
은행나무 잎들이 땅에 떨어져내린다
신새벽 떨어지는 불기둥 속에 서서
가늘고 잘게 쪼개지는
잎을 버리고 또 버리며
은행나무는 새로이 태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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