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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시나리오 작법

시나리오영화창작강의실

by 백연심 2006. 11. 16.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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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선정을 위한 토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이야기를 왜,어떻게 하느냐”를 따지는 것이다.하지만 이러한 선정기준에 의해 결정된 시나리오라고 해도  이는 우선 필요한 주제와 소재를 선택한 것에 불과할 뿐,완벽한 시나리오를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이후 세부적인 시나리오 작업이 이어져야만 특히 단편 시나리오만의 특징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시나리오 작성의 순서는 일단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아이디어란 주제와 소재를 함축하고 있는 것인데,이것을 발전시켜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이다.하지만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그것이 시나리오답게 형상화되지 못하면 좋은 영화를 위한 토대가 될 수 없다.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영화에 대한 지식이다.영화에 관한 아무런 지식이 없으면 흔히 자신의 이야기에만 매몰되는 예가 많다.자신의 이야기와 비슷한 영화가 이미 나와 있는 건 아닌지,같은 소재를 다른 작가와 감독은 어떻게 다루었는지 미리 알고 작업에 들어간다면 보다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다.이는 자신만의 표현을 만들기 위해서 더없이 중요한 사안이다.

시나리오는 영상표현을 전제로 씌어진다.따리서 시나리오를 쓰려면 반드시 영화적 표현법을 알아야만 한다.<양철북>의 시나리오 작가가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처음 영화사를 찾아갔을 때 그를 부른 감독이 맨 처음 그를 안내한 곳이 바로 편집실이었다고 한다.그 편집실에서 몇 시간 동안 영화가 만들어 지는 과정을 지켜봄으로써 그는 영화가 구성되는 과정을 처음 부터 알게 되었다.그리고 이 경험이 자신의 시나리오 작업에 좋은 경험이 되었음을 그는 여러 번 밝힌 바 있다.이러한 예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영화에 대한 지식을 갖는 것은 시나리오 작업에 필수적인 것이다.

아이디어가 곧바로 시나리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그것은 시나리오로 만들려고 하는 경우는 자주 난처한 처지에 빠지게 된다. 이는 시나리오 작성 과정에 대한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그 아이디어를 곧바로 시나리오로 확장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보통의 경우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시나리오의 전단계인 시놉시스와 트리트먼트 단계를 밟아 시나리오를 완성한다.

아이디어와 시놉시스의 차이점은 분명하지 않다.특히 단편영화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아이디어가 시나리오의 출발점과 갈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정도에 그친다면 시놉시스는 이야기의 처음과 중간,결말을 명확하게 표현하는,보다 정리된 요약본이라 할 수 있다.처음과 끝이 명확하지 않거나 분명하게 설명되지 않는 경우에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좋은 영화로 만들어지는 예가 거의 없다.

시놉시스 단계를 거치고 나서는 트리트먼트 단계를 거치는 곳이 좋다.시나리오의 주요 신들은 정식으로 써놓지만 부수적인 부분이나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부분은 그대로 신 번호만 표기한 채 남겨둔,미완성의 시나리오가 바로 트리트먼트다.아직 미완성이기는 하나 트리트먼트에는 처음과 결말,그리고 중요한 신들은 반드시 정식 시나리오처럼 작성이 되어 있어야 한다.그래서 시나리오를 다 쓰고 나서 그것을 다시 뒤집거나 바꾸는 일이 없게 되며,문제가 되는 장면들을 미리 손볼 수 있다.시놉시스를 보면 이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어떤 인물을 내세워’ ‘어떤 결말로 갈 것인가’ 명확하게 알 수 있어야 한다.그 다음에 트리트먼트를 읽으면서는 어떤 정도의 완성도와 미학을 지닌 시나리오 작품이 나올 것인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어떤 아이디어라도 시나리오의 형식을 먼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다.일반적인 영화,즉 관습적인 이야기 형식을 취할 것인가 아니면 전혀 파격적인 이야기로 구성할 것인가,또는 일반적이되 변형을 준 방식을 취할 것인가 등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시나리오의 형식을 결정하고 나면 그 다음에 성급하게 바로 트리트먼트 단계로 접어들지 말고 자료조사를 충분히 하는 것이 좋다.경우에 따라서는 자료 조사없이 상상력에만 의존해서 시나리오를 쓸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자료 조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상상력 또한 풍부해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나오는 인물과 사건,환경에 대해 관련 자료를 찾거나 현장을 방문하는 일은 아이디어를 보다 풍부하게 하는 동시에 설득력을 주는 데 보다 정확한 근거를 제공할 것이다.또 사건의 인과관계가 막히거나 에피소드가 빈약할 때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훌륭한 ‘상상력의 보고’노릇을 할 것이다.다시 말하지만 아이디어와 상상력은 자료 조사에서 나온다는 사람을 언제나 명심해야 한다.

트리트먼트 단계는 보다 본격적인 시나리오 작성 단계라고 할 수 있다.이 단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논리’다.아이디어와 시놉시스,시나리오의 세부적인 묘사 등이 상상력에 크게 의존한다면 트리트먼트 단계는 논리적으로 파악되고 평가되어야 할 부분이다.우선 영화 전체를 놓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적당히 풀어갈 것인가 정해야 한다.즉 관객에게 제공하는 정보를 처음에 다 줄 수 없으므로 어떻게 조금씩 양을 조절하며 적당히 끌어들일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정보를 적당히 배분하는 시나리오라면 가끔씩 비약이 일어나더라도 관객을 그것을 이해하는 습성이 있다.반면 정보 배분이 적당치 않거나 사건들의 강도가 적당한 강약 구조로 형성되지 않으면 관객은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도 비판적으로 따지곤 한다.따라서 우리는 이 대목에서 관습적인 영화의 시나리오가 어떻게 구성되었는가를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관습적인 시나리오는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영화의 구성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또 관객이 어떻게 영화를 감상하는가도 짐작케 해준다.앞에서 살펴본 ‘할리우드 영화의 특징은’이 단계의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트리트먼트 단계에서도 중요한 신들은 대사가 분명하게 기록되어야 한다.하지만 대사에 대해 말하기 앞서 신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신은 시간과 공간이 같이 진행되는 것을 기준으로 나눈 것이다.아무리 같은 장소에서 일어난 일이라 하더라도 밤과 새벽에 일어난 사건은 두 개의 신으로 구분되어야 한다.따라서 한 신에는 가능하면 하나의 목표한 설정하는 것이 좋다.예를 들면 철수와 영희가 다투는 신이 있을 때, 이 신의 목표는 여러가지가 될 수 있다.영화의 전반부라면 두 주인공을 소개하는 목적을 가진 것이고,다른 곳이라면 두 사람의 갈등관계를 강조하는 목적을 가진 것이며,또다른 경우라면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태도 변화를 목적으로 한 것일 수 있다.따라서 다목적으로 구성되는 신이 있지만 가능하면 하나의 신에는 하나의 목적만을 얹어 표현하는 것이 좋다.그래야만 관객에게 입체적이며 계획적으로 이야기와 정서를 전달할 수 있다.

대사 역시 마찬가지다.영화 속에서 인물이 대사를 하는 것은 단순히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다.그것은 그 인물이 그 말을 함으로써 관객에게 무엇인가 하나의 정보를 던져 주고 관객을 사로잡기 위한 것이다.따라서 무의미한 대사라든가 생략해도 될 불필요한 대사를 남발해서는 곤란하다.한 인물이  “나는 너를 죽이고 싶어”라는 대사를 했다고 치자. 이대사는 그인물의 실제 의지를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자신의 참혹한 심정을 드러낸 것일 수도 있다.또는 정반대로 상대방의 대사를 끌어내기 위해 시나리오 작가가 집어넣은 ‘유인형 대사’일 수도 있다.

그 다음에 주의할 것은 문어체 대사다.”비 오는 날이면 한 잔의 커피를 마시고 싶어.” 요즘은 이런 대사를 거의 볼 수 없지만 이와 유사한 대사가 아직도 완성된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끔씩은 등장한다. “비 오네,커피 있나?”이런 식의 대사라면 훨씬 좋을 것이다.한편 이 대사를 하고 난 후 인물이 단순히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으로 끝난다면 그것은 대사로서 전혀 가치가 없는 것이다.커피를 마시려다가 누구의 흔적을 발견한다거나 그 말을 하자 다른 사람이 핀잔을 준다거나 하는 등 분명한 목적이 있을 때 그 대사는 가치가 있는 것이다.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구어체 대사가 좋다는 것은 아니다.적절한 경우라면 화려한 문어체의 대사가 빛을 발휘할 때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우디 앨런의 영화는 수다스러울 정도로 대사가 많고 또 문어체인 경우도 많다.오히려 그 영화의 장점을 더 잘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그 다음은 지문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점이다.초보자의 경우에 지문을 마치 소설의 풍경 묘사처럼 화려하고 길게 쓰는 경우가 많다.우선 이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가능하면 대사 없이 동작으로만 묘사하라.그래도 안 될 때 대사를 시켜라.” 이 말은 대사 없는 무성영화를 지향한다는 뜻이 아니다.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상 대사가 없이도 많을 것이 전달 될 수 있으므로 주로 대사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경우 실패 가능성이 높음을 강조하는 말이다.따라서 지문 역시 어떻게  영상적으로 표현할 것인가는 감독의 영역으로 남겨두고,시나리오 작가는 짧고 건조하게  묘사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자신이 그 시나리오로 감독을 하는 경우라도 마찬가지로 지켜야 하는 원칙이다.따라서 ‘주희는 죽고 싶었다.바닷가에 하늘은 점 하나 없이 푸르렀고,그것을 보는 주희의 가슴에는 푸른 잉크가 왈칵 쏟아지는 듯했다.’이런 식의 지문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지문이다.여기에서 핵심은 주희가 아주 슬프다는 사실이다.따라서 시나리오 작가는 주희가 슬프기 때문에 어떤 행위를 하는가만 짧게 묘사하면 된다. ‘바다를 쳐다보던 주희는 신발을 신은 채로 물 속으로 들어갔다.’ 이런 식이면 되는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것은 시나리오 작법의 일반론이다.이제 단편 시나리오만이 가진 특징을 알아보자. ‘단편 영화’하면 우리는 시간적인 제약을 떠올린다.하지만 단편 영화의 길이에 대한 일률적인 기준은 없다.통상적으로는 30분 안팎의 영화를 단편 영화라 하지만 어떤 국제 영화계에서는 40분 미만의 영화를 단편이라고 하고,작은 워크숍에서는 10분 안팎의 영화를 단편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하지만 최소 90분이 넘는 장편에 비해 길이가 짧은 것은 사실이고, 주제의 선택이나 이야기의 진행에서도 그 길이의 고려는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미국 독립 영화를 대표하는 짐 자무쉬는(천국보다 낯선)을 단편으로 찍었다가 그 다음에 다시 후반부를 더 찍어서 장편으로 만들었다.또 많은 가난한 영화 작가들이 옴니버스 또는 연작 형식으로 단편을 만들어서 장편으로 만들기도 한다.하지만 여하튼 그 장편들의 부분이 단편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단편 영화들은 장편에 비해 보다 극적으로 짜여져 있고 때로는 연극적이기도 하다.그리고 리듬감이 있으며 효과를 낳은 장치들이 명시적이다.그 까닭은 단편 영화를 볼 때 관객은 장편 영화에서 요구되는 리얼리티와 논리적인 부분이 좀 결핍되더라도 그것을 크게 문제 삼지 않으며,오히려 단편만이 지닌 독특한 소재와 주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굳이 시나리오가 논리적인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더라도 시각적인 요소들이 줄줄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영화의 주제가 전달되는 경우도 있다.또 한 편으로는 짧은 시간에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생략과 비약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무조건 생략과 비약이 통용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생략과 비약이 있는 만큼 이야기들이 대칭을 이루거나,점점 사건의 정도가 강해지는 점층법 등이 쓰이는 경우가 많다.또 대구,대조,같은 상황을 변환시키는 변주 등의 방법이 쓰이고 있다.이것들은 잘 만들어진 단편 영화들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특징들이다.단편 영화들이 매체의 특성상 불리하거나 아마추어적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단편 소설 중에도 많은 명작 소설이 있듯이 단편 영화 역시 매체의 특징만 다를 뿐 그 자체로소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출처 : [박효선님 미니홈피]그리고 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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