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의 눈동자 / 김수복 (1953~)
폐허의 언덕 위 도시 뒷골목 집들 헐어진 담벽 사
이로 빈 동공의 우물이 있었습니다 무화가나무 몇
그루 세 들어 살고 있는 빈 우물 속 저녁이면 별똥
별은 떨어져 내려와 우물의 눈동자가 되었습니다
오래도록 하늘 속 제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우
물의 눈동자가 되었습니다
[해설]
밤하늘의 별똥별을 통해 눈동자를 얻은 도시 뒷골
목의 빈 우물은 이제 단순한 폐허와 공허의 물체
가 아니다. 낮 동안 겨우 무화과 몇 그루만 방문
하던 그 우물은 저녁이면 아연 활기를 띠며 하늘
과 땅을 연결하는, 우주로 열린 대지의 눈동자가
된다. 자기 완성을 위한 응시의 거우이자 그 깊
이를 가늠할 수 없는 몽상으로 가는 통로가 된다.
-시인 임동확
-광주일보. 2005년 10월 7일-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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