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때 함바 옆 공구리 바닥
안전모 베개삼아 한숨 잠을 청하는데
현장소장 자판기 커피 한 잔 마시고
휙 내던진 종이컵
내 머리맡에 또르르
이 일 끝나면 내던져져
추운 세상 또르르 굴러다녀야 할
나도 일회용
[해설]
어디 일용 노동자뿐이겠는가. 언제부턴가 직장인들은
하루아침에 구조조정 당해도 마땅히 하소연할 데가 없
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무심히 길바닥에 버리는 일회용 종이컵처럼 버려져 춥
고 낯설은 거리로 내몰려도 항의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오늘 우리 시대의 노동자들의 슬픈 자화
상이다. -시인 임동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