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스크랩] 미수(米壽)의 가을 / 박진형

시 창작 자료방

by 백연심 2006. 11. 16. 16:15

본문

미수(米壽)의 가을 / 박진형(1958~)


백로 지나자
어머니가 기르는 텃밭은 시들하다
박넌출도 희디흰 달빛 속살도
들깻잎도 향기를 부비지 않는다
중환자실 인공심장 박동기에 몸 내어맡긴
어머니의 가을, 단물이 다 빠져나간
욕창의 세월을 감고 오르는 박넌출이여
허공에 위태롭게 풍선심장 매다는 저녁
배추벌레가 여린 잎사귀 갉아 먹어도
더 이상 미물의 생을 간섭하지 않는 어머니
쥐 쓸다만 해바라기가 하늘길로
어머니의 가을 전송하고 있다


[해설]
필시 일생을 제 한 몸 보다 가족의 안위에 모든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을 법한 어머니, 모진 가난과 시련 속에서
도 결코 힘들다고 내색하지 않았을 그 어머니는 인공심
장 박동기에 의지해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단물 빠진
삶의 바지랑대를 타고 기어오르는 흰 박넝쿨을 보면서
사모곡을 부르는 시인을 애서 외면한 채.-시인 임동확

-광주일보. 2005.10.21-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메모 :

'시 창작 자료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비 / 백석  (0) 2006.11.16
[스크랩] 강가에서 / 윤제림  (0) 2006.11.16
[스크랩] 절벽 / 이수익  (0) 2006.11.16
[스크랩] 하류 / 이건청  (0) 2006.11.16
[스크랩] 밤과 달 / 김연신  (0) 2006.11.16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