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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제38강-시와 상징.1

시 창작 교실

by 백연심 2008. 12. 1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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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1월 06일 강의내용

안녕하세요.
토요일과 월요일엔 강의 받는 분들이 좀 적더라구요.
그리고 제 메일로 주소 보내주신 분들은 어제 책을 발송했으니 아마
오늘 아니면 내일까지는 시집을 받아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시집은 많이 구해두었으니 누구던지 이제라도 제 메일로 주소
보내시면 동인지를 보내드리기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주소는 잘
모셔 두어 앞으로 강의가 끝나도 시집이나 동인지, 문협기관지 등이
발간될 때마다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럼 강의에 들어가겠습니다.
지난 시간까지 아이러니를 공부했는데 아이러니와 비슷하면
서도 다르게 취급되는 역설이란 것이 있습니다.
아이러니나 역설이나 모순된 상호 이질적인 가치들을 추구
한다는 것(세계와 삶에 근본적으로 내재하는 모순이나 부조리
를 발견하고 인식한다는 것)은 같지만 역설은 아이러니와
달리 모순된 진술로서 표현하는 것이 다릅니다.

역설의 유형에는 표층적 역설, 심층적 역설이 있고 또 거기에
서 더 세분되기도 하나 깊이 분석하는 것을 피하기로 하고요
예문만 들고 오늘 본 강의로 들어가겠습니다.

유치환님의 <깃발>중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이란 문구는 역설을 표층적으로
나타내줍니다.
아우성은 요란한 소리가 있어야 하지요. 그런데 역설의 기법
을 써서 소리없는 아우성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황동규님의 <따로따로 그러나 모여서서>의 역설기법이 들어
있는 부분을 읽어보지요

눈 위에 쓴 말을 지웠다
따로따로 그러나 모여 서서 우리는
지워진 글을 다시 읽었다

여기에서 어디가 역설적 표현인가요?
그렇지요. 읽을 수 없도록 하는 행위가 지운다는 것인데요.
지워진 글을 다시 읽었다는 표현도 역설이지만요.
따로따로와 모여 서서도 서로 상반된 행위이지요.
이 것도 역설적 표현입니다.
이렇게 역설적 표현으로 화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더욱 강조하는 것이빈다.

유명한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중에서도 그런 표현이
나오는데요.

눈 뜬 잠이요 있는 것이 바로 없는 것임을.
사랑은 티끌만큼도 느끼지 못하던 내가 이같이 사랑을 느끼다니

아마 여러분도 이젠 어느 부분인가를 바로 지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눈 뜬 잠이란 부분과 있는 것이 바로 없는 것이란
역설적 표현입니다.

잠시 차 한 잔 마시고 본 강의에 들어가겠습니다.



상징의 유형과 실제는 시인이자 청주과학대 교수님이신
노창선 박사의 글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1.상징이란 무엇인가
먼저 우린 상징적 비유법에서 상징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 본
바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상징이란 말도 평소에 많이 쓰셨지만 심볼이란 말도
많이 쓰셨을 것입니다. 이 심볼이 즉 영어로 상징입니다.
이 symbol은 그리스어 symballein에서 유래한 말로 '조립
한다' 혹은 '짜맞춘다'를 의미하며 명사형 symbolon은 '부호
증표, 기호'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 어원에서 보면 상징이란 기호로서 다른 어떤 것을 대신
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어떤 것을 상징한다는 것은 불명확하거나 추상적인 사물 혹
은 사물의 숨은 성질을 가시적이거나 명확한 대상으로 치환
시켜주는 행위입니다.
표현된 사물(보조관념)과 의도하고자 하는 관념이나 대상(원
관념)은 동일한 진술로 드러나기 때문에 문학의 상징은 안에
숨은 뜻을 밖으로 드러나게 하는 기호로 인식되는 것입니다.
비둘기가 평화를 상징한다는 것, 십자가가 교회를 상징한다
는 것 등 이미 우리가 배운 것입니다.

2.상징의 특성
상징을 시에 사용함으로 독자들의 상상력에 강한 충격을
가함으로써 유추작용을 증대시켜 주고 시적 긴장감을 증폭
시켜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가 있습니다.

상징의 특성을 몇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1)일체성
직유나 은유의 방법이 두 개의 서로 다른 사물을 짝을 지어
나타냄에 비해 상징은 원관념을 보조관념 속에 내장시킴으로
개념과 이미지를 하나로 일체화시킨 양식입니다.
따라서 시인이 말하고자하는 것들이 표현된 어떤 언어 속에
감추어져 있고, 독자들은 그렇게 암시되어 있는 세계를 파악
해냄으로서 시를 감상하는 기쁨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성부님의 <기다림>을 읽어보겠습니다.

내가 아는 사람 한 분은
큰 집을 가졌으나 들지 못한 채
눈 멀어 귀가 멀어 쫒겨나고 말았다.
바다에 뜬 그리움, 바다에
바다에 떠서 별빛으로 눈을 씻고
흰구름 흐르는 소리 들어 따라 흐르다가,
흔적도 없는 상어밥이 되었는지
죽어서 살아있는 말씀이 되었는지
나라가 되었는지
아니면 거북 등에 업히어
지금 어디서 오고 있는지
내가 아는 사람 한 분 소식이 없다.

여기에서 우리가 상징을 끄집어 내기엔 여간 어려운 일입
니다. 이렇게 은유나 직유와 다르게 상징은 우리에게 다만
암시되어 있을 뿜이어서 그 파악이 매우 힘이듭니다.
편의상 노창선님의 해설을 그대로 옮깁니다.

"이 시는 시적 화자인 내가 아는 한 분에 대한 그리움을 표
현한 것이다. 이러한 추방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이 작
품으로는 알 수 없지만, 그가 도덕적으로나 혹은 인륜적으로
추방될 이유가 없었다는 점은 확인된다. 그는 '큰 집'을 가졌
기 때문이다. 개인적 진실 혹은 순수성이 비도덕적 원인으로
인해 훼손되고 있다는 전언, 그것을 시인은 '내가 아는 한 분'
을 기다리는 행위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그 분'은 누구나
한 사람씩 있을 수 있는 아끼는 어떤 대상일 수 있거나 또는
역사적 인물로서 나라를 구원하려는 영웅일 수 있으며 또는
정신적인 구원의 상징일 수도 있다." 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이 설명을 들어도 모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상징은 암시적으로 감추어져 있어서 시인의 설명을 듣지
않고는 그 상징성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2)복합성
상징은 애매모호한 의미의 저층으로부터 확연한 의미층으로
까지 복합적 의미층의 양상을 갖는다.

여기에서 고은님의 <文義마을에 가서> 중의 일부를 읽어보겠
습니다.

겨울 文義(문의)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은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쪽으로 뻗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문득 팔짱 끼어서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이 시에 나타난 주된 의식은 소멸의 정신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 여러가지 이미지들이 복합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의미가 여러 개의 뜻을 포함하고, 모호합니다.
예를 들면 잠든 마을은 죽음에 관련된 이미지이고, 거기에
날리는 재는 하늘에서 내리는 눈의 이미지로 볼 수 있습니다.
눈은 또 죽음의 이미지로 볼 수도 있습니다. 모든 색체가
소멸된 하얀 것으로서의 눈인 것입니다. 즉 하늘로부터의
죽음에 관한 전언과 같은 눈의 이미지가 우울하고 허무한
심상을 떠올려줍니다. 소멸되었던, 저마다 추운 쪽으로 뻗
는 길은 죽으믕로 가는 길을 암시합니다. 또 죽음을 안고
있는 먼 산이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죽음이 가깝게
느껴진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너무 어렵지요?
그러나 한 번 들은 것하고 전혀 듣지 않은 것 하고는 다르
거든요. 그러니 소설 책 읽듯 술술 읽어 내려가세요. 그리고
모르겠는 것은 깨끗이 잊어버리세요. 다만 상징이란 말 뜻
은 알아두시고 시적 장치에 상징이란 것이 있다는 것만 알
아두십시오. 나중에 여러분들이 시를 잘 쓰시게 된 후 다시
이 강의실에 오셔서 복습하십시오.

잠시 쉬신 다음 좋은 시 몇 편 올릴테니 읽어보시고
자유스럽게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전 내일 다시 뵙지요.


먼저 김영남 님의 <등나무 사랑>입니다.

나는 등나무 꽃이 되리라
그대 머리 위에 모빌처럼 매달려서
향기를 넓게 뿌려 주리라 그 향기로
그대 앞길을 밝히는 등이 되리라

만일 향기가 다 떨어지면 나는
그대 하늘을 꾸미는 지붕이 되리라
지붕이 되어 서늘한 그늘을 선사하리라
벤치를 갖다 놓고 친구들도 초대하리라

아, 나는 등나무의 마음이 되리라
어두운 세상도 그대 하나만 붙들고
두 겹 세 겹, 아니 수없이 보듬고 도는
저 등나무의 끝없는 사랑이 되리라


다음엔 강신애님의 <심야버스>입니다.
시를 감상하는 방법은 제목을 먼저 보시고 작가의 입장이
우선 되는 것입니다.

언뜻, 핀잔처럼 스치는 빗방울
바람이 취객의 겨드랑이를 부축하다 팽개치고
먼저 버스에 오른다
전광판 즐비한 도시를 관통하는 버스 속
쏟아지는 빗줄기에 순간,
불빛이 번져 차선이 휘어진다
차도를 메우고 택시를 포위한 사람들,
인도 위의 여자가 뒤집힌 우산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빠진다
하루의 갈증을 비에 떠넘기고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을
공중의 나뭇잎이여, 어느 뻘에서 풀어 놓았느냐
특색 없는 얼굴 등받이에 기대고
내 생도 막차를 탄 게 아닐까, 습관적으로 중얼거리며
우줄우줄 졸며 가는 자정 넘어 어두운 빗길
풀라타너스 잎사귀 맺힌 생각 털어 내며
달리는 심야버스

마지막으로 하종오님의 <연기>를 읽어보겠습니다.


이 밤을 지나야 너에게 갈 수 있다
내가 서성이는 곳에는 잎 떨군 나무들만 있다
아무것도 없이 가슴만 뜨겁다
나의 누구여
그러므로 길을 밝혀 내 스스로 갈 수 없구나
눈물이라든가 피라든가 뼈라든가
그런 것의 인간의 어딘가에서 식어내리는
맑은 물방울 몇몇 방울 따뜻하게 흘리고 나면
은유의 불빛은 내일까지 살아 있을 것이다
나의 누구여
그러므로 나를 포옹하러 어두운 길로 오려무나
나무들은 나를 외면하고서 계속 잎을 떨군다
검은 산이 그걸 받아서 내 가슴을 덮는다
내 가슴에서 낙엽 타, 허공에 내가 연기되어 오른다
네가 날 보고 기뻐할 것이다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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