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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제35강-비유의 종류.3

시 창작 교실

by 백연심 2008. 1. 2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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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1월 02일 강의내용

안녕하세요.
지금 오리님이 올리신 인라이브방송을 들으며 강의를 준비
하고 있습니다. 때론 음악이 마음을 차분히 갈아 앉게해 주거
든요. 오리음악방송을 여러분도 신청하면 안방에서 좋은
노래를 들을 수 있답니다. 때론 아름다운 시와 함께 배달이
되니 더없이 좋을 수가 없어요. 주소를 모르시는 분들은
사랑방에 가시면 오리님이 가끔 오시니 거기에서 신청하
십시오.



오늘 공부하실 것은 이제 다섯번째 의인법이군요.
5)의인법, 동화, 투사

의인법은 여기 모르는 분 아무도 없으실 것입니다. 교과서
에서 다 배운 것이지요. 이 무생물을 생물로, 무인격을 인격
화하는데는 동화와 투사라는 두 가지 방법이 있음을 아울러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의인법은 서정시의 본질과 원형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시의 근본적인 비유라고 합니다.
우리는 흔히 생명이 없는 것들에게 생명을 주고, 인격이 없
는 것들에게 인격을 부여해 마치 사람처럼 대하게 됩니다.
이는 세계와의 일체감과 조화를 이루어 가려는 서정시의
고유한 시정신에 바탕이 되는 것입니다.
꼭 사물뿐 아니라, 어떤 추상이나 개념까지도 사람의 모습
이나 성질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여기에서 박성룡님의 [고궁에 오는 봄]의 일부를 들어보겠습니다.

古宮(고궁)에 오는 봄은
색동저고리를 입고 온다.
고궁뜰에 내려온 봄은
물빛 같은 하늘을 머금고 온다.
그래서 창경궁 水晶(수정) 못은
적빛 하늘을 머금고,
훈훈한 바람, 피어나는 나뭇잎새,
새소리까지를 가득 머금었다

여기에서 별다른 인위적인 기법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만
의인화시킨 기법으로 봄의 공간, 봄의 색체, 봉의 소리들을
한 가지로 서정적 흐름으로 이끌어내고 있슴을 알 수 있습
니다.
이런 시는 어떤 주체의식이나 시인 개인적 경험 세계와는
아무 관계가 없이 다만 자연의 이치를 그 순리차원에서 묘
사하고, 그 신비를 의인화시킨 영상으로 잡아두고 있는 것
입니다.

알시, 몸시로 유명한 정진규님의 [몸詩 3]을 읽어보지요.

말씀은 몸이다
생각해보라
눈에 밟힌다는 말
가슴이 아프다는 말
국이 시원하다는 말

아주 짧은 시이지요. 그러나 여기서는 말씀이란 하나의
개념을 육화(肉化)한 것입니다. 그의 몸시의 대부분은 이렇
게 의인화 기법을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동화: 동화는 사물이나 세계를 시인 자신 속에 끌어들여서
대상을 인격화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세계의 자아화(自我
化)이지요.

이은봉님의 [햇무더기야]의 전문을 읽어보겠습니다.

나, 잊지 못하리 그새 세월 많이 흘렀어도 우리 꿈 어찌 버
릴 수 있으리 나, 기다릴 수 있으리 쑥구렁 속에서도 끝없이
가라앉는 절망 속에서도 지금껏 목메어왔거늘 누가 내 그리움
함부로 무너뜨리리 누가 내 서러움 꺾어 없애리

햇무더기야 내 소중한 사람아

나, 포기할 수 없으리 그 많은 눈물 바쳤음에도 그 많은
피땀 흘렸음에도 길게 그림자나 늘이는 사람아 그림자로
웃기나 하는 사람아 그 그림자 속으로 나, 더욱 숨죽이 수
있으리 그렇게 일어설 수 있으리.

여기서 햇무더기는 태양을 이 시인이 자신의 시어로 창작한
것입니다. 다만 햇무더기는 여기서 시인을 둘러싸고 있는
대상이며 계입니다. 시인의 주관적 자아와는 관계 없는 객
관적 대상일 뿐입니다.
시인은 그 객관적 대상을 주관적으로 자아화하기 위해
사람으로 의인화시키고 그 대상과의 일치를 위해 몸부림
치는 것입니다.

ⓑ투사; 투사는 동화와 반대 개념으로 생각하시면 되겠습
니다. 대상물을 시인 자신 안으로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시인 자신이 사물과 세계 속으로 투여하여 대상을 인격화
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동화는 '세계의 자아화'라면 투사는 '자아의 세
계화'가 되겠지요.

김상훈님의 [연]을 읽어보겠습니다.

옥창에서 바라보이는 조각 하늘에
누집 아히가 날려보내는 고운 연이냐

푸른 하늘로 끝없이 깃더오르랴는 갈망
연의 마음도 한없이 자유가 그리운게다

미친 것처럼 떨며 내달아 솟아도
번번히 야문 실오리에 끌려내려와야 하는

연아! 너의 슬픈 몸부림을
자미롭다고 사람들은 바라보겠구나

얼마나 가고 싶으냐 새떼 마음놓고 지저귀는
구름과 바람이 번덕여 재롱떠는 하늘가
노을이 타서 피가 듣도록 타서
숲속에 마지막 종소리 울리는데

연아 달아나거라 끝없이
실끝 끊어버리고 일사천리 끝없이 달아나거라

여기서 의인화한 연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시인 자신
이요? 그렇습니다. 시 속의 화자가 자신의 모습을 투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일연에 옥창 이라는 글을 보고 알 수가 있듯이 이
시는 시인이 감옥에 갇혀 있을 때 그 답답한 옥을 벗어나
마음 껏 자유를 누리고 싶은 갈망을 나타내고 있음을 우리
는 알 수 있습니다.
시인은 하늘로 날아오르는 연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이입
시킨 시로서 투사의 원리를 알 수가 있습니다.

잠시 쉬었다가 계속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의성법, 의태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6)의성법, 의태법
우리가 모두 지난 학창 시절에 의성어, 의태어를 배웠기
때문에 사실상 공부할 필요가 없습니다만 예문을 들어가
면서 가볍게 스쳐지나가듯 살펴보겠습니다.

의성법은 대상의 소리를 그대로 모방 모사하는 비유로서
우리의 청각을 자극하고 호소하여 보다 생생한 감각으로
시가 다가오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한하운의 [보리피리]를 읽어보겠습니다.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린 때 그리워
피ㄹ 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人환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피ㄹ 닐니라.

보리피리 불며,
방랑의 幾山河(기산하)
눈물의 언덕을
피ㄹ 닐니리

이 시에서 '피ㄹ 닐리리'가 의성어임을 우린 잘 알 수가
있습니다.한하운이 나병환자로서 고난의 삶을 살아가야 했
기에 우리는 이 소리로 어린 시절 봄 언덕과 고향을 그리워
하는 보리피리 소리는 더욱 더 애잔함과 안타까움을 자아
내고 있습니다.

황인숙의 [조깅]을 읽어보지요.
이런 의성어가 들어있는 시는 소리를 내서 읽어보는 것이
훨씬 이해하기 좋습니다.


후,후,후,후! 하,하, 하, 하!
후,후,후,후! 하,하, 하, 하!
후, 하! 후, 하! 후하! 후하! 후하! 후하!

땅바닥이 뛴다. 나무가 뛴다.
햇빛이 뛴다. 버스가 뛴다. 바람이 뛴다.
창문이 뛴다. 비둘기가 뛴다.
머리가 뛴다.

잎 진 나뭇가지 사이
하늘의 환한
맨몸이 뛴다.
허파가 뛴다.

하, 후! 하, 후! 하후! 하후! 하후! 하후!
뒤꿈치가 들린 것들아!
밤새 새로 반죽된
공기가 뛴다.
내 生의 드문
아침이 뛴다.
독수리 한 마리를 삼킨 것 같다.

아마 여러분들도 조깅을 하면서 토하는 가쁜 숨소리를 그대로
묘사한 의성어들로 땅바닥이나 나무, 햇빛, 버스, 바람, 창문,
머리, 비둘기, 하늘, 허파, 공기, 아침 등의 대상물들이 모두
함께 뛰는 듯한 역동성을 느낄 수가 있으실 것입니다.

의태법은 사물의 모양, 상태, 움직임 등을 음성으로 모사하는
비유로 여기서는 우리의 시각에 호소하는 방법입니다.

고재종님의 [독곡]을 읽어보겠습니다.

산길 굽이굽이 삼십여리
산빛에 물들어 파아랗게 걸어들면
거기 옴팍하니 똑 들어앉은 독곡 마을엔
새벽같이 기침한 아버지들, 아직도
활활 장작불 메워 쇠죽을 쑤면, 아직도
산전에 나가 돌뿌리를 캐는 조선 소들
바로 뒤켠 외양에서 쥔의 시린 등을 내려다보고
댕겅댕겅 핑경을 자꼬만 흔들어대다
울멍울멍 그 커단 눈망울을 글썽거리다
이윽고 움머-한번의 기인 울음으로
저기 해동녘에 아침놀을 뜨겁게 토해놓는다

이 시에서 '굽이굽이',' 활활', '울멍울멍'이 의태어입니다.
이 의태어들이 대상에 대한 시각적인 인상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어제 강의에 앞서 커피를 마실 때 읽은 시가 기억나식 것
입니다.

가끔 누군가 미워져서
마음이 외로워지는 날엔
찻물을 끓이자
그 소리 방울방울 몸을 일으켜
솨솨 솔바람소리
후두둑후두둑 빗방울소리
자그락자그락 자갈길 걷는 소리
가만! 내 마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
주전자 속 맑은 소리들이
내 마음 속 미움을 다 가져가 버렸구나
하얀 김을 내 뿜으며 용서만 남겨놓고.

-하정심의 [찻물 끓이기]

아주 의성어 들이 적절하게 잘 쓰여 우리의 청각을 자극하여
시를 생동감 있게 살려줍니다. 찻물을 끓여보면 주전자 속에서
따갈따갈 끓는 소리, 쉬익쉬익 김나는 소리들이 들려오는데
그 소리를 이렇게 멋지게 표현했습니다.
여기에서 방울방은 의태어이지요.
오늘 강의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한 좋은 시입니다. 물론
비유법도 뛰어나지만요.


우리말에선 3,700여개의 의성어, 의태어가 있는데, 이렇듯
많은 것은 우리 민족이 사물의 모습을 모방하는 능력, 즉
창조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좀 자세히 알아볼까요?

단음절은 탁, 억, 뚝, 와 등 160여 개이고
2음절은 찰칵,깔깔, 활활,철철,글썽, 총총,끄떡,줄줄,피식,
왈칵, 등 770여개
3음절은 우수수,갸우뚱, 화들짝, 파르르, 휘영청, 후다닥,
포르릉, 후드득 등 390여개
4음절은 엉금엉금, 올망졸망, 오순도순, 웅성웅성,앙알앙알
울멍울멍, 우줄우줄,서걱서걱, 데굴데굴, 굽이굽이,
시시콜콜, 왁자지껄, 넘실넘실,주렁주렁, 따글따글,
찰랑찰랑, 카랑카랑, 옥실옥실 등 2,000여개로 가장
많습니다.
5음절은 우지끈뚝딱, 얼락녹을락, 와당탕퉁탕, 등 10여개
6음절은 붉으락푸르락 곤드레만드레,옴지락꼼지락, 엎치락
뒷치락, 아기작아기작, 주저리주저리 등 350여 개
7음절은 아직까지 발견된 것이 없습니다.
8음절은 헐레벌떡 헐레벌떡,쌔근발딱 쌔근발딱 등 3개가 있
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금방 이 이외의 것을 얼마든지 예를 들 수가
있으실 것입니다. 또 시인이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 만
들어 낼 수가 있습니다. 일 전의 강의에서 매미소리 같은 것
은 시인들이 만들어 낸 의성어의 예가 되겠습니다.

이렇듯 시는 언어가 지닌 의미와 소리까지도 최대한 살려내
는 것임으로 여러분들은 순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풍부하게
느껴지는 이 의성어 의태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줄 알면 좋
을 것입니다.

오늘로서 비유법의 모든 강의를 마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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