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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제37강- 시와 아이러니.2

시 창작 교실

by 백연심 2008. 1. 2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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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1월 05일 강의내용


이제 또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늘 새롭게 마음다짐해도 한 주가 지나면 아쉬움만 남죠.
그러나 우리에겐 언제나 새 날이 있으니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지
모릅니다.
모두 평안한 밤 보내셨나요?
이제 여러분들도 시에 대한 이론은 아주 많이 알고
계십니다. 책도 한 권이 거의 끝났습니다만, 아직 중요한
것들이 좀 남아서 여기 저기 다른 책에서 발췌해서 강의를
할 테니 열심이 따라오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먼저 따끈한 차를 한 잔씩 하고 시작을 하지요.



오늘도 어제에 이어서 말의 아이러니에 대해 계속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패러디
패러디에 대해선 한 번 이야기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사회에서는 문학 외에도 이 패러디기법이 많이
이용되고 있기 때문에 설명할 필요도 없이 잘 아시는 것입
니다. 그러나 학문적으로 좀 살펴보겠습니다.
패러디는 '곁에서 부르는 노래'란 뜻의 그리스말 페로디아
(perodia)에서 나온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존의 시어나
문장 또는 말투를 모방하되 그 내용은 뒤바꾸어 쓰는 표현법을 말합니다.
패러디에서는 모방도 중요하지만 그 뜻을 미묘하게 바꿀 수
있는가에 따라서 그 패러디의 성공 여부가 달렸습니다.
그러나 어떤 시를 패러디하면서 장난 식으로 하면 안되겠습
니다. 오히려 패러디는 독자에게 일정한 지식과 재능을 요구
하며 더 나아가서는 화자의 교묘한 말 재주를 알고 있다는 식
의 지적 만족감을 독자에게 안겨주어야 합니다.

이성복님의 <앞날>의 부분을 읽어보겠습니다.

당신이 내 곁에 계시면 나는 늘 불안합니다 나로 인해 당신의
앞날이 어두워지는 까닭입니다 내 곁에서 당신이 멀어져가면
나의 앞날은 어두워집니다 나는 당신을 잡을 수도 놓을 수도
없습니다 언제나 당신이 떠나갈까 안절부절입니다(.........)
나는 당신이 떠나야할 줄 알면서도 보낼 수가 없습니다.

이 시는 경어체의 진지하고 엄숙한 어조가 갈데 없이 만해
한용운님의 시 <님의 침묵>을 상기시킵니다.
역시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을 패러디화한 장정일의 <약속
없는 세대>의 부분을 소개할 테니 한번 들어보십시오.

우리들은 약속 없는 세대, 노상에서 태어나 노상에서 자라고
결국 노상에서 죽는다. 하므로 우리들은 진실이나 사랑을 안
주시킬 집을 짓지 않는다. 우리들은 우리들의 발끝에 끝없이
길을 만들고, 우리가 만든 그 끝없는 길을 간다.
우리들은 약속 없는 세대다. 하므로 만났다 헤어질 때의 이
별의 말을 하지 않는다. 우리들은 헤어질 때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지 않는다. <거리를 쏘대다가 다시 보게 될 텐데,
웬 약속이 필요하담!>-그러니까 우리는, 100%< 우연에,바쳐진,
세대다.

이 작품은 이론과 문학의 언술 사이의 구분이 희미해질 만큼
이론적이고 웅면적이며 그 어조가 선언적입니다. 이는 세대론
인데 과거와 현재와의 차이성, 이질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만해 시대의 만남은 필연적이고 목적적이지만 <약속 없는 세
대>의 만남은 우연적이고 목적적이 아닌 하나의 과정일 뿐입
니다.

과거의 전통 장르나 특정 작품을 모방하는 것은 패러디의
가장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은유와 함께 패러디는 70년대
이후부터 현대시에서 부쩍 많이 채용되는 문학적 장치입니다.
김지하가 판소리를, 신경림이 민요를, 이동순.하일 등이 조
선조 후기의 서민가사를 채용했듯이 특히 민중시는 전통
구비문학 장르들을 패러다화하고 있는 것이 많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패러디를 더 깊이 들어간다는 것은 무리
일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패러디화한 시를 만나면 이 시
가 남의 것을 흉내냈다고 할 것이 아니라 어떤 목적하에 패
러디한 시라는 것을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말놀음(pun)
저도 문학을 전공하지 않아서 대학원에 가서야 펀에 대해서
처음 들었습니다. 무슨 시에가 말놀음이 들어가느냐 의아했
지요.
말놀음 즉 펀이란 표기는 같지만 두 가지 이상의 뜻을 가진
낱말의 사용, 표기는 다르지만 발음이 같은 낱말의 사용 등
독특한 낱말 구사로 독자의 의표를 찌르는 표현법입니다.

여기서 송욱님의 <하여지향>의 한 부분을 읽어보겠습니다.

시시한 是是非非~
하늘처럼 하늘대는~
외마디를 마디마다~
民主 注意(칠)~
따라서 따라가면~
쌀쌀한 쌀~
데모하는 아아 데모크라시~
李朝末葉이 우수수 진다~

이 시의 시구들은 모두 표기는 다르나 발음이 같은 낱말들
을 재치있게 구사하였읍니다. 곧 음은 같으나 의미가 다른
말들을 사용하여 본디 낱말의 의미를 변용시키고 있는 것입
니다.

또 이와는 좀 다르지만 조승기님의 <아름다운 세상>을 읽어
보겠습니다.

뜻과는 아무 관계없이
헤어져 나만 홀로 남아

거지

푸성귀에서 뜯어낸 잎으로
국 끓여 먹고 살자니

거지

식사 후 그릇 모아
깨끗이 씻는데도

거지

그래 나는 거지다

조시인은 아내와 헤어져 두 딸을 데리고 살면서 느끼는
것들을 이런 펀의 기법으로 많은 시를 썼습니다.

ⓓ축소법
축소법이란 진술된 겉보기의 표현은 시치미를 떼듯 부드럽
거나 약하지만 의도하고 있는 속내의 의미는 오히려 강경한
표현법입니다.

여러분께서 너무나 잘 아시는 김소월님의 <진달래꽃>에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여기서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는 오히려 배신하고
떠나는 님에 대한 원망의 감정을 실은 것입니다.

앞 서 예를 든 조승기님의 시 <술,1>의 부분을 읽어볼까요.

술이 참 좋아요
모든 걸 잊게 해주거든요
그 여자 이름이 생각 안나
얼마나 기뻤다구요

여기에서 '그여자 이름이 생각이 안나/얼마나 기뻤다구요'
는 결코 그여자를 잊을 수 없어 가슴 아프다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이러한 축소법도 시에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과장법
과장법은 의도하고 있는 속내의 의미보다 겉으로 진술된
표현이 지나치게 강경하고 격렬한 수사법을 말합니다.

김수영님의 <식모>를 읽어보겠습니다.

그녀는 도벽이 발견되었을 때 완성된다
그녀뿐 아니라
나뿐이 아니라 천역(賤役)에 찌들린
나뿐만이 아니라
..........
그녀가 온지 두 달만에 우리들은 처음으로 완성되었다.
처음으로 처음으로

여기서 '그녀는 도벽이 발견되었을 때 완성된다'는 진술은
일의 정황을 실제 이상으로 부풀린 것을 우린 금방 알 수가
있습니다. 지난 60년대 먹을 것, 입을 것 때문에 남의 집에
사는 많이 있었는데 이 때 식모들은 도둑질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화자가 어느날 자기집 식모의 도벽이 발견되었을 때
사회 통념이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비로소 가족답게 되었다는
부풀린 진술을 하고 있습니다.
2)상황의 아이러니
여기에 속하는 아이러니의 종류만 말씀드리구요. 깊은 강의
는 생략하겠습니다.
오히려 혼동을 불러올 수 있으니까요.

ⓐ극적 아이러니
극적 아이러니는 주로 비극이나 희극 같은 연극 가운데서
발견되는 아이러니고 극의 결말을 관객은 알고 있는데 주인
공들은 모르고 행동함으로서 빚어지는 아이러니입니다.

ⓑ실존적 아이러니
인간 존재의 내적인 모순이나 세계 내의 부조리를 발견하고
느낄 때 인식되는 아이러니입니다.
언젠가 한 번 올렸던 신경림 님의 <갈대>가 여기에 속합니다.

ⓒ낭만적 아이러니
ⓓ시적 아이러니

오늘은 도중에 쉴 시간도 없이 강의를 계속 하였네요. 죄송
합니다.

말의 아이러니는 알아두시는 것이 좋구요.
상황의 아이러니는 이런 말도 있다더라는 정도만 알아두시면
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에서 마치겠습니다.
내일 뵙지요.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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