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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제33강-비유의 종류.1

시 창작 교실

by 백연심 2008. 1. 2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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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0월 31일 강의내용

안녕하십니까? 저는 하루 하루가 어떻게 빨리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루 종일 강의 준비하다가 새벽 일찍 떨리는 마음으로
강의록을 올립니다. 이 강의를 받고 모두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까, 너무 어렵거나 너무 쉬운 것은 아닌가, 예문
은 적절한가, 그러면 또 하루가 불쑥 지나가버립니다.
그러나 이제 강의도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마지막 그 시간까지 모두 합심하여 더욱 열심히 공부하기로
하십시다.
오늘부터는 비유의 종류에 관해서 공부하기로 하지요.
비유에는 우선 직유,은유, 환유, 제유, 의인화, 풍화 등으로
나눌 수 있다고는 비유적 이미지를 설명할 때 이미 말씀드
렸습니다만, 여기에선 보다 세밀하게 다루어 보겠습니다.


1)직유
직유는 말 그대로 직접적인 비유를 말합니다. 특별히 유사하지
않은 사물들을 ~같이,~처럼,~듯,~보다 등의 연결단어를 통하
여 직접 비교하는 것을 말합니다.

직유의 특성은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표면에 그대로 드러남으
로서 원관념의 구체성을 얻게 합니다. '목소리'라는 원관념과
'은방울'이라는 보조관념이 위에 열거한 연결단어에 의해
"은방울 같은 목소리"라는 직유의 모습을 띄우면서 '목소리'가
은방울과 같은 소리를 낸다는 구체성을 얻습니다.
여기에서 보조관념은 자기의 특질이나 속성을 그대로 지니
면서 원관념의 의미나 특징, 성격, 모습 등을 구체적으로 표현
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직유는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얼마간의 유사
성을 발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유의 형태가 단순하기 때
문에 독자로 하여금 고도의 상상력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독자의 상상력을 더욱 많이 요구해야 좋은 시인 것으로 볼때
직유는 은유에 뒤떨어진 비유의 방법입니다.
또한 지난 시간 연속 말씀 드렸지만, 죽은 비유는 결코 써서는
안되며, 참신성이 있고 신선한 비유를 써야 합니다.

고미경님의 [물 그림자]를 읽어보겠습니다.

언제부턴가
내 몸의 깊은 안 쪽에는
허리선이 버선볼 같은 강 하나 살고 있네

그 강물 속 맑기가
가을 햇빛 같아야만,
그 강물 속내가
어린 것에게 젖물린 어미 같아야만,
그대 전체!
나에게 살포시 보여주는데

강물의 한 끝을 닦아오는 사이
허리선이 버선볼 같은 강둑에는
들꽃들 하나 둘 찾아와 서로 사랑하더니,
철철이 아기꽃들이 태어나더니,

강물은
들꽃 향기로
들꽃 그림자로 흐르네.

위의 시에서 직유의 표현을 한 번 지적해보십시오.
원관념은 '강'이 되겠구요, 보조 관념은 '버선볼'
이 되겠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강물'을 원관념 '가을 햇빛'과
'어린 것에게 젖물린 어미'를 보조관념으로 보는
직유로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이 시인의 시각은 결코 흔하지 않은
개성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으며 독자로 하여금
가벼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도 시를 쓸 때 이렇듯 개성적인 시각으로 사물들을
포착하고 그 것들의 동일성을 발견해냄으로서 살아있는
좋은 비유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차 한 잔 마시고 하지요.
어젯밤에 회식이 있어 좀 무리했더니, 목이 타는군요.



자, 차 한 잔씩을 드셨으면 다시 수업에 들어가지요.

2)은유
최문자교수는 그의 논문에서 "시적 미학
은 새로운 인식과 시적 사유에서 탄생한다. 시가 사실을
사실대로 사진 찍듯 찍어내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면, 시가
만물의 존재와 본질을 건설하는 일이나, 철저히 사회적인
것을 철저히 개인적으로 읽는 따위의 현란한 우리 문학 풍
토에서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없다." 라고 알합니다.

즉 시가 어떤 사실을 그대로 복사하듯 표현한다는 것은
다분히 비창조적이고 다만 개인적인 푸념이나 같이 된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비시라는 것
입니다.

은유도 그 구조가 직유처럼 원관념과 보조관념으로 되어
있으나, 직유의 ~처럼, ~같은,~ 듯이 와 같은 매개어가 없
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나 이런 매개어가 없기 때문에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결합하여도 비유는 숨은 형태로 나타
나며, 여기에서 나타나는 의미도 또한 직유와 다릅니다.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서로 충돌하듯 결합하고 이 때 일어
나는 상호작용은 물리적 반응이 아닌 화학적 반응을 함으
로서 전혀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은유란 말을 메타포(metaphor)란 영어로 많이 쓰고
있습니다. 이 말의 뜻은 의미의 전이(轉移) 즉 의미의 자리
옮김이란 뜻이며, 새로운 의미를 창조한다는 뜻이 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은유를 가리켜 "어떤 사물에다 전혀 다른
사물에 속하는 이름을 전이하는 것"이라 하였는데 이는
metaphor가 meta(초월)와 phora(옮김)에서 나온 것을 보면
이해가 되는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이러한 은유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의미는 합리적이거나 논리적인 사고,
과학적이고 객관적이 사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시인의 직관과 상상력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보면 은유에 대해" 이 것만은
남에게서 배울 수 없는 것이며 천재의 표징"이라고 말 할
정도인 것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김광섭님의 [마음] 전문을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도 그림자 지는 곳

돌을 던지는 사람
고기를 낚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이 물가 외로운 밤이면
별은 고요히 물 위에 나리고
숲은 말없이 잠드나니

행여 白鳥(백조)가 오는 날
이 물가 어지러울까
나는 밤마다 꿈을 덮노라

이 시에서 마음이란 보이지 않는 것이 가시적이고 구체적
인 수단을 통해 구상화 하였습니다. 아주 흔한 은유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물은 외부의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낙엽 한 장이 떨어지거나 물방개 한 마리만 지나가도 작은
파문이 입니다. 여기에 바람이 불거나 돌을 던지면 아주
커다란 파문이 일게 마련이지요. 그러나 물은 늘 제 원상을
회복하려는 성질이 또한 있게 마련입니다. 그 표면이 잔잔
하고 고요해지려는 것이 물의 특성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날마다 낮은 곳을 향해 흘러가는 것이구요. 우리가 '세파'
란 말을 많이 쓰는데 이는 인생을 물결로 비유한 것입니다.

이 시에서는 온갖 일에 흔들리기 쉬운 마음도 물처럼
잔잔하고 고요해지기를 원한다고 보는 것이지요.
조태일님의 해설을 들어보겠습니다.

" 위 시에 나타나는 은유는 원관념인 '마음'과 보조관념인
'물결'이 각기 이질적인 대상이지만 앞에서 살펴본 유사성
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마음과 물결이 서로
충동하듯 결합함으로써 이 두 대상을 각기 떼어놓고 보았
을 때와는 다른 긴장감과 탄력성은 물론이거니와 불투명하
고 모호한 '마음'이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며 관념에서 벗
어나 투명한 육체성까지 형성하게 된다"

오늘 은유에 대해서 공부를 하셔서 아시겠지만, 조태일님
의 말도 다 시인의 직관과 상상력에 밑바탕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은유는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져오게 하고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본질을 가지고 있어서 시를 살아나게 함을
잘 알아두셔야 합니다.
좋은 시는 얼마나 좋은 은유로 구성되어 있는 시인가의
차이일 것입니다.
여기 시 몇 편을 소개해드리니, 그 시들의 은유가 어떻게
살아있는가 여러분들 스스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고은님 시[ 환생(還生) ]을읽어보겠습니다.

죽은 그대 이 세상에 두고 사는 일이
내 일입니다.
어느 날은 그릇 깨어지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고욤나무 열매 떨어지면서
내가 사는 일입니다.
죽은 그대 섬겨서
나와 함께 긴 겨우살이 사는 일이
내 일입니다.
어제 눈이 내렸습니다.
그대를 내 가슴에 두고 먼 데까지 부르니
그대가 열두어 살 단발머리로 달려왔습니다.
그대와 함께 살며
어제와 오늘 눈이 내립니다.
이것이 내 일입니다.
아니 여러 사람의 일입니다.
죽은 그대라는 그리움 하나가 나라입니다.

다음은 강은교님의 [풀잎}입니다.

아주 뒷날 부는 바람을
나는 알고 있어요.
아주 뒷날 눈비가
어느 집 창틀을 넘나드는지도.
늦도록 잠이 안와
살(肉) 밖으로 나가 앉는 날이면
어쩌면 그렇게도 어김없이
울며 떠나는 당신들이 보여요.
누런 배수건 거머쥐고
닦아도 닦아도 지지 않는 피(血)를 닦으며
아, 하루나 이틀
해 저문 하늘을 우러르다 가네요.
알 수 있어요. 우린
땅 속에 다시 눕지 않아도.

다음엔 『문예연구』2001, 가을호에 실린 조말선(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님의 [분수]를 읽어보겠습니다.

내 낯바닥에 내가 방사하는 눈물 내 길바닥에 내가 방료하
는 열두 시 내 손바닥에 내가 방목하는 손금 나는 또 다시
내 눈물 속으로 돌아간다 누가 전원을 내려주기만 한다면
이 엘리베이터가 허공에서 멈출텐데 매 분 매 초 절정일텐데
나는 또 다시 내 손금 속으로 돌아간다 내 심장에 내가 투석
하는 혈액 돌아오고 돌아오는 현관 내 혓바닥에 내가 굴린 말

마지막으로 허형만 교수님의[슬픔 하나가] 를 올립니다.

슬픔 하나가 향로 속에서 더는 타지 않기 위해 차라리
무너지고 있었다 서울에서 일곱 시간 만에 도착했다는
문상객이 머리와 외투에 덮인 하이얀 시간의 비늘들을
털어내고 있었다

말년에 무일푼이셨던 아버지는 슬픔 하나 유산으로 남
기셨다 빛났던 날들 눈처럼 쌓였다가 서서히 얼어붙으니
그래 머쟎아 녹아 흐르리라 흘러흘러 저승 바다 넘치면
끝내 이승의 내 발목을 적시리라

『동서문학』1998. 봄호에 실렸던 것입니다.

잘 읽어보셨습니까?
오늘 강의는 여기에서 마치겠습니다.
시를 처음으로 써보신 분들도 여기 질문과 답변란에 올리십
시오. 답글이 문제가 아니라 발표해봄으로서 자신감이 생깁
니다. 자기 혼자 써서 자기 혼자만 보아서는 시가 좋아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제 예문으로 든 詩 중 성원근 님의 의 6행에 있는
'바람을 막고 있는'은 '바람을 먹고 있는'의 오식임으로
정정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막다와 먹다가 점 하나 차이일 뿐이지만
그 정서적 차이는 엄청납니다. 고치고 나서 다시 한 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환상적인 이미지 하나 올립니다.
여러분이 이 동화 속의 주인공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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